“저가에 추가 인하도” 절벽에 선 현대차 협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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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저가에 추가 인하도” 절벽에 선 현대차 협력사 “현대차 직서열 생산시스템으로 2차 하청은 재고 쌓고 비용부담”

기사입력2018-09-06 17:18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동차산업의 수직계열화 구조로 인해 비용부담을 2차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불공정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 우선 갑질근절을 위해 하도급 시장에도 ‘가격남용 금지’를 적용하고, 서면미교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불공정 행태에도 불구하고, 2차 하청업체는 원청의 보복이 두려워 나서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견디다 못해 도산한 기업의 목소리를 통해 실상을 파악해야 하는 실정이다.

경실련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6일 주최한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 공청회’에는 “원청의 보복이 두려워 2차 협력업체가 공청회에 나오지도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경실련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6일 주최한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자동차산업 중소하청업체 피해자협의회 손정우 씨는 “실제 자동차 하청업체 관계자는 아무도 오지 못했다. 망한 기업만 왔다. 하청업체는 완성차와 원청업체가 무서워서 이런 자리에 올 수가 없다. 공청회에서 하청업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동차산업이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정우 씨는 현대자동차 2차 협력사 태광공업을 운영했다. 태광은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에 부품을 납품했는데, 결국 회사는 서연에 매각됐다고 한다.

“현대차 직서열 생산시스템…재고 쌓아둬야 하는 2차 하청업체”

직서열 생산시스템이라는 현대차 원하청 구조를 보면, 손 씨의 지적이 이해된다. 직서열 생산시스템은 협력사에 부품을 단품으로 납품받지 않고 사전에 조립된 덩어리를 납품받는 현대기아차 납품방식이다.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로부터 개별 부품을 받아 조립해 완성차 기업에 납품한다. 완성차 조립시간과 재고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완성차 생산라인과 실시간으로 맞물려 있어 재고가 거의 없다.

그러나 재고가 발생하지 않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건 완성차 업체와 1차 하청에 해당하는 얘기다. 직서열 시스템은 2차 협력사의 계속적인 납품이 중요하다. 2차 협력사로부터 부품이 오지 않으면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 납품관리 수단으로는 과도한 페널티가 사용된다. 하청업체는 기계고장, 제품불량, 기상악화 등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둬야 한다. 2차 하청업체는 패널티를 피하기 위해 재고를 쌓아둬야 해 추가비용을 부담한다.

손 씨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1~5 공장 페널티는 적게는 45만원 많게는 100만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자동차산업 원하청 구조에서 1차 협력사가 하나의 2차 협력사에 특정부품을 생산하도록 납품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차 부품시장은 외형상 쌍방 독점구조를 가진다. 쌍방독점에서 거래조건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자가 압도적인 협상력을 가지게 되면, 가격은 수요독점가격 수준에서 결정된다. 1차 협력사 협상력은 압도적이므로 실제 2차 부품시장은 수요독점시장과 유사한 결과를 가져온다.

현대차·현대계열사·전속협력사 영업이익률 비교

<자료=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

손 씨는 “가격과 공급량은 완성차와 1차 협력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2차 협력사는 1차 협력사와 전속적 거래만 하게 된다. 1차 협력사의 강력한 통제하에 사외 생산부서로 전락한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박상인 재벌개혁위원장은 “현대기아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의 70%이상을 점유한다. 자동차 부품시장은 전속계약으로 이뤄진 수요독점적 구조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와의 계약관계에서 강한 교섭력을 가진다. 납품단가 인하가 지속된다. 1차 협력사가 받는 압박은 2차 협력사에 전가된다”며, “가격은 공급기업 한계비용수준에서 결정되고, 결국 거래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잉여는 1차 협력사가 차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낮게 책정된 단가에 추가적인 인하도 요구된다. 박 위원장은 “추가적인 단가 인하를 강제하는 CR(Cost Reduction, 원가인하)이라는 관행으로 2차 협력사는 절벽에 내몰린다. 완성차 회사는 1차 협력사에 CR을 강제하고, 1차 협력사는 다시 2차 협력사에 CR을 전가한다”며, “2차 협력사 영업이익률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2차 협력사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일정 기간 영업을 지속할 수도 있지만, 적자 수준이 심해져 매출액이 공장가동 비용보다 적어지면 계약기간 내에 공장을 폐쇄하기도 한다”고 했다.

“하도급 시장에도 가격남용 행위 금지하는 방안 검토해야”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격남용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은 상품가격을 부당하게 결정·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가격남용 행위 금지는 재화시장의 독점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 하도급 시장은 해당하지 않는다. 가격남용 행위 금지를 하도급 시장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면미교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태서 서보건 변호사는 “하도급 계약중 원청요구에 따라 비용이 추가되면, 원청은 서면을 제공해야 하지만 과감히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서면미교부에 대한 제재는 지금도 바로 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제재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추가인하 요구 등 계약기간중에 이뤄지는 각종 서면미교부 행위는 최초 계약서면 미교부에 대한 제재보다 더 약한 경향이 있다. 서면미교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 원청업체가 무리한 갑질을 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위탁을 한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하’이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여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