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친화도시에서 주민·상인 간 커뮤니티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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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보행친화도시에서 주민·상인 간 커뮤니티 활기 도시재생 및 공동체 복원의 키워드…보행로·자전거·대중교통·공공공간

기사입력2018-09-17 19:4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수원시가 17일부터 이틀간 개최하는 ‘2018 아시아 인간도시 수원포럼’에서는 누구나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재생과 주거복지 도시 회복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아시아 여러 도시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중기이코노미

일본 도쿄로부터 남쪽으로 30km 떨어진 요코하마는 1940년대 인구 100만에 불과했지만, 70년간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구 370만 대도시로 성장했다. 도쿄 출퇴근을 위한 배드타운으로 성장했던 요코하마는 최근 기차역과 멀리 떨어진 지역들을 중심으로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쇠퇴기를 맞았다. 주민들은 은퇴연령에 이르렀고, 젊은 사람들이 이들 지역을 떠나면서 빈집도 늘었다. 노령화된 지역주민들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내에 편의시설, 오락시설, 병원 등이 부족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 보육시설이 부족하고, 고용기회가 없다는 실정도 젊은이들이 이들 지역을 떠나는 이유였다.

지역주민과 NGO, 지방정부, 지역내 대학 등은 쇠퇴해가는 요코하마 외곽 지역을 살기좋은 도시로 되살리기 위해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콘도미니멈을 개발하고 사무실과 카페, 광장을 만들어 지역행사와 지역활동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학과 지자체는 보육과 보육시설을 관리하고 책임진다.

요코하마는 민간주도 도시재생사업 성공을 위해 민간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건물 높이와 용적률 규제를 완화했다. 또 부지사용에 대해 50년간 임대, 대지판매라는 방법을 통해 민간사업자가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반도 제공했다.

요코하마 도시재생사업에서 중점을 둔 것은 노인들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편의시설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환경이 구축되면서, 보행로 또는 자전거 도로 주변에 작은 가게들이 살아나고 다양한 세대 주민들과 상인들 간 커뮤니티도 활기를 띠게 됐다.

수원시가 17일부터 이틀간 개최하는 ‘2018 아시아 인간도시 수원포럼’에서는 아시아 여러 도시전문가들이 참여해, 누구나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다.

‘생태지향형 행복도시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박용남 소장은 세계 여러나라 도시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삶의 질이 높은 인간적인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생태교통 기반이 잘 구축됐고, 생태교통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동체가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보행로·자전거·대중교통·공공공간…삶의 질 높은 생태도시 요건

도시구조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삶의 질이 높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태도시가 갖춰야할 요건으로 박 소장은 ▲걷기에 알맞은 보행친화성 ▲자전거 친화성 ▲청결하고 현대적이고 빠른 대중교통 ▲도시숲, 공원과 광장, 걷고 싶은 거리를 포함하는 공공공간의 확보를 꼽았다.

◇보행친화성(walkability)=운전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어느 누구든 도시에서 통행할 때 처음과 마지막에는 모두 보행자가 되므로, 도시 만들기는 보행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전거친화성(Bikeability)=더 많은 자전거를 유인할 수 있는 도시설계를 위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편의성과 안전성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청결하고 현대적이고 빠른 대중교통=도시의 재정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안락하고 지불가능하며 능률적이고 매력적인 첨단 대중교통 도입은 필수다.

◇도시숲, 공원과 광장, 걷고싶은 거리를 포함하는 공공공간의 확보=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사회화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인간적인 도시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요소다.

차가 아닌 사람 중심 도시로 탈바꿈해야

석유생산 정점(Peak Oil)과 기후변화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기후 친화적인 교통체계 구축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 도시로 완전 개조해야 한다는게 박 소장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간선급행버스(BRT:Bus Rapid Transit)시스템을 구축한 대중교통 모델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간선급행버스는 철도의 대중교통 서비스 질과 버스의 유연성을 결합한 고급 대중교통수단을 의미한다. 철도의 정시성, 신속성, 쾌적성과 버스의 노선 유연성, 접근성, 경제성 등 두가지 교통수단의 장점을 모아 창조한 땅위의 지하철이다.

간선급행버스는 장애인, 노약자 등이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인간친화적인 정류장과 환승시스템을 갖추고, 자전거 전용도로 및 공용자전거 시스템과도 결합된다.

걷고 싶은 거리·마을 만들기 제안

박 소장은 또 보행환경 개선을 통해 걷고 싶은 거리 및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제안했다. 자동차 의존형 도시 가로를 보행자나 자전거 친화적 가로 또는 광장 등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박 소장은 최근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마리아힐퍼 스트라세’와 같이 보행자전용도로와 공유도로를 혼합한 보행자전용거리 조성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리아힐퍼 스트라세는 유럽에서 가장 긴 보행자전용거리로 1.6km에 이르며, 간선도로급 4차선도로를 보행친화형 공간으로 조성한 사례다. 총 사업비 약 286억원이 투입됐으며, 중앙은 보행전용, 양 끝 부분은 보행자와 차량, 자전거가 공존하는 공유도로로 설계됐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역주민 3만300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한 결과 53%가 사업에 찬성했으며, 조성후 6개월 뒤 만족도조사에서는 71%가 우호적인 의견을 보였다.

박용남 소장은 마리아힐퍼 스트라세를 벤치마킹, 우리나라에서는 ‘차 없는 거리 사업’을 확대 시행하라고 제안했다. 자치구가 시행하는 차없는 거리 사업을 주요 주택가와 상업지 거점까지 확대하는 방안이다. 서울시는 ‘승용차 없는 날’ 사업 이외에도 1997년부터 차 없는 거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 보행자전용도로 24개소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주택가 공원, 상점가 등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보행자전용도로를 매년 10개소씩 확대해 2028년까지 총 105개소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