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선지급 수수료→12월 분할지급, 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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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일시·선지급 수수료→12월 분할지급, 법 위반? 현대건설기계 “소비자 권익 보호” vs 대리점주 “불공정거래행위”

기사입력2018-09-27 19:5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대건설기계(구 현대중공업) 전현직 대리점주 5명이 현대건설기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내용(“현대건설기계, 대리점 판매목표 할당…미달시?” 기사 참조) 중 하나는 본사가 A/S수수료를 부당하게 대리점에 전가함으로써 대리점법이 금지한 불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소비자들에게 1년(또는 2500시간) 동안 무상 A/S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건설기계를 판매했다. A/S는 대리점이 제공했고, 그 대가로 본사는 물품가격의 2~3%에 해당하는 A/S수수료를 대리점에게 일시불로 선지급했다. 그러나 대리점주들에 따르면 A/S수수료는 실제 A/S를 위해 지출한 비용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A/S 제공을 위해 정비시설을 갖춰야 하고, 인력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지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시 지급하던 A/S수수료 12개월로 분할지급…불이익 제공

현대건설기계는 일시불로 선지급했던 A/S수수료를 2014년부터 12개월로 분할해 지급했다. 대리점주들은 A/S수수료(2~3%)는 분할지급이 아닌 일시지급이라는 점이 반영된 금액이라고 주장한다. A/S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12개월로 분할 지급하는 것은 기존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해 불이익을 준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지적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위 신고 대리점주들의 법률대리인 성춘일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본사가 대리점주들에게 A/S수수료를 일시불로 선지급 한 이유는, 무상보증기간내 A/S가 발생하면, 횟수와 무관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사정을 반영했기 때문이며, 대리점은 A/S를 위해 장비 일체와 상시인력을 늘 유지하야 하는 상황”이라며 “본사의 A/S수수료 분할지급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장비고장 발생시, 수리할 때마다 대가 지급이 전제돼야 함에도, 대리점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지급방식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현대건설기계는 A/S수수료를 분할 지급하는 것을 이용해, 계약해지·폐업 등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대리점주가 잔여기간에 받아야 할 A/S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천안의 한 대리점주는 지난해 4월 본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후 대리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A/S수수료의 잔존금액을 받지 못했다. 이 대리점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5500여만원의 A/S수수료 잔액을 지급받았다. 강원도의 한 대리점주도 계약해지 후 현대건설기계가 지급하지 않은 A/S수수료 잔액이 3000여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성 변호사는 “A/S수수료는 대리점주들의 총 수수료 수익의 일환이며, A/S 기간동안 무제한의 수리의무를 이행해야하는 점, 선지급을 고려해 수수료율을 2~3%로 책정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현대건설기계가 일방적으로 A/S수수료를 분할 지급하고, 계약해지를 이유로 잔여 A/S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하한 것으로 불이익 제공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무상보증기간 연장 특판시 추가 A/S수수료 미지급

현대건설기계는 판촉활동을 위해 주요 부품에 대해 무상보증기간 연장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러나 보상보증기간 1년을 초과하는 기간에 이뤄진 A/S수수료를 받지 못했다는게 대리점주들의 주장이다. 본사가 대리점에 발송한 ‘특별판촉 실시’ 공문에 따르면 주요 기능품 보증기간을 3년으로 연장한다고 안내하며, ‘부품만 무상공급, A/S수수료 미지급’이라고 명시했다.

현대건설기계가 대리점에 발송한 ‘특별판촉 실시’ 공문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는 주요기능품 보증기간을 3년으로 연장한다고 안내하며, ‘부품만 무상공급, A/S 수수료 미지급’이라고 명시했다. <자료=현대건설기계 대리점주협의회>

현대건설기계 대리점을 운영했던 박영홍 대표는 “현대건설기계의 무상보증기간 연장 프로그램은 본사가 판매촉진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이벤트로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무상보증기간 1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대리점에 A/S수수료를 지급해야하지만, 이를 대리점에 전가했다”며 “본사가 일방적으로 보증기간을 연장한 부품에 대해 대리점이 무상으로 A/S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기존의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해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변호사는 “무상보증기간 연장으로 대리점이 얻은 이익은 장비 판매수수료인 6% 정도인데 비해 현대건설기계가 얻은 이익은 수수료를 제외한 장비대금의 94%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무상보증기간 연장으로 매출이 증대했다면, 이와 관련해 얻은 이득 비율에 따라 A/S비용 역시 본사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판촉행사를 하면서 판촉사원의 임금을 대리점에게 부담시켰던 남양유업 사건에서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며 남양유업에 과징금 부과했다”며 “대법원 또한 공정위 판단이 정당하다고 본 판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 “A/S수수료 분할지급은 소비자 권익 보장 위한 것”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A/S수수료를 12개월 분할 지급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의 사례를 보면 본사가 A/S비용을 다 지불했는데도, 장비를 판매하고 A/S를 안 해주는 경우가 생기거나 대리점을 폐업해 고객이 A/S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며 “A/S에 문제가 생길 경우 소비자는 현대건설기계 본사에 항의를 하고,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때문에 A/S수수료를 분할 지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상보증기간 연장에 따른 수수료 미지급에 대해서는 “무상보증기간 연장은 대리점이 선택하는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프로모션 연장은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