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매출 편의점, “이 지옥에서 나가게 해 줘라”

프린트

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저매출 편의점, “이 지옥에서 나가게 해 줘라” CU본사 허위정보로 개점 유도…CU점포피해자모임 박지훈 대표

기사입력2018-11-29 12:0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본사 개발 직원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일 매출액 150~180만원을 제시하며 개점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점주들의 실제 일 매출액은 66~120만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제하면 적자인 상태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죠.”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의 박지훈 대표는 충주시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저매출 점포 중 하나로, 박 대표와 피해점주모임 소속 10여명은 지난 9월 CU본사인 BGF리테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중기이코노미

박근혜 정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활동 제약’ 이유로 2014년 모범거래기준을 폐지한 뒤 2015년 전후로 편의점 숫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5년경 CU와 GS25가 전국 1만개점 돌파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사이, 과다출점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점차 늘어났다.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 ‘허위과장 정보제공’ 등으로 CU본사 공정위 신고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의 박지훈 대표는 충주시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와 피해점포개설피해자모임 소속 점주 10여명은 지난 9월 CU본사인 BGF리테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가맹사업법이 금지한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공개서 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게 신고이유다.

박 대표는 전국 1만2000여개 CU점주 대부분이 편의점업계의 과당출점에 따른 직·간접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은 공정위 신고를 위해 인근에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없고,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점주들로 구성됐다.

박 대표가 공정위에 공개된 CU의 정보공개서를 분석한 결과, 2007년에서 2016년까지 10년동안 CU 가맹점수는 3635개에서 1만746개로 3배 증가했고, 점포 수 기준으론 국내 1위이다. 같은기간 본사 매출액은 3.2배, 영업이익 6.2배, 당기순이익이 5배 증가한 반면 CU편의점주의 연평균 매출액은19.6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10년간 누적 물가상승율 22.8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률 하나만 고려해도, CU 편의점주의 실질수익은 오히려 감소했다는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무분별한 출점으로 본사의 수익은 대폭 증대하지만, 점주의 수익은 감소해 적자상황에까지 놓인 피해점주들이 양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앞건물, 옆건물에 들어선 편의점…“이 지옥에서 나갈 수만 있게 해달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BGF리테일 사옥 ©중기이코노미

“저희의 요구는 전 계약기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실질적인 최저수익을 보장할 것과 폐점위약금을 철폐하고 희망폐업을 실시하라는 것입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일 매출 100~120만원 정도의 점포라면, 본사가 최저수익 만큼만 지원을 보장해줘도 본인의 인건비를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운영이 될 만한 곳이다. 그러나 일매출 60~70만원이하 점포라면, 운영을 해봐야 적자만 쌓이기 때문에 폐점하는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도 폐점위약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어 적자운영을 계속하는 편의점주들이 적지 않다. 적자가 누적돼 이들이 어쩔 수 없이 폐점하면, 그때는 파산과 함께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빠진다.

“앞건물, 옆건물에 다 똑같이 암울한 상황의 편의점들이 있습니다. 이 점주들은 이 지옥에서 나갈 수만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남은 점주라도 살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적어도 신용불량자가 돼 나갈 수는 없으니까, 상황을 이렇게 악화시킨 본사에서 폐점위약금이라도 면제해달라는 것이죠.”

박 대표는 올해 폐점한 CU점주만 1000여명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이 추가로 인상되는 내년에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는 점주들이 전국에서 속출할 것이라 했다.

“내 자본을 투자하고 하루 15시간씩 점포에서 일을 하는데 벌어갈 수 있는 돈이 없었습니다. 폐기하는 제품이 아까워 식사대신 먹어가며, 운동할 시간도 없이 편의점을 운영하다보니 체중이 15kg이 늘었습니다. 몸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순간 상실감이 몰려오더군요.”

CU피해점주모임 등 대규모집회, 철야농성 돌입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 회원 등이 9월 12일 BGF리테일 사옥 앞에서 본사의 무분별한 출점으로 인해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전국가맹점주협의회>

박 대표는 개점당시 허위과장된 예상매출 정보를 제공해 개점을 유도한 본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여전부터 피해를 겪은 점주들과 소통하며 자료를 모야 올해 9월 공정위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본사와 점주 간 상생협약 체결과 피해점주 구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 신고와 함께 기자회견, 1인시위 등을 통해 CU점주들의 어려움을 세상에 알렸다.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29일 대규모 집회를 하고, 이후 철야농성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점주들과의 약속을 생각해서라도 저는 지지치 않고 끝까지 갈 것입니다. 저희가 본사의 불합리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한 덕분인지, 이제 본사는 편의점 개점 과정에서 예상매출액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또다른 피해자를 어느정도 막을 수 있게됐죠. BGF는 ‘Be Good Friends’의 약자더군요. CU본사가 점주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