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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지자체 SOC사업 예타 면제, 속도조절 필요하다
17개 지자체 사업계획서 꼼꼼히 살펴 사업타당성 보완 요구해야
- 기사입력2019-01-22 16:5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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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광역시도 자치단체장 모두가 도로·철도·항만 등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대규모 토건사업 유치에 목을 맨 형국이다. 나아가 해당지역 주민까지 ‘동원’해 집회·기자회견·서명작업·청와대청원까지 제기하면서, 지방정부의 SOC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예타 면제를 악용했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뒤치다꺼리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얼마나 많은 4대강을 만들려고, 온 나라가 이 모양인지 걱정이 앞선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 예비타당성 면제 촉구 결의대회가 지난 6일 전북 전주시 노블레스 웨딩홀에서 실시된 가운데 정동영 민주평화당 당대표와 민주평화당 전북도당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올 신년기자회견에서 “예타 면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 해야 하는데, 서울·수도권은 예타가 쉽게 통과되지만 지역은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광역단체별 1건 정도는 공공인프라 사업을 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예타 면제를 결정하겠다는 전제를 붙이긴 했다. 그러나 17개 광역단체장도, 해당지역 주민도 ‘엄격한 기준’엔 관심조차 없고, ‘광역단체별 1건’만 기억한다. 예타 면제를 결정할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대통령 직속위원회이기에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할 가능성은 제로(0)라고 봐야한다.17개 광역단체장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예타 면제를 요청한 SOC사업은 모두 33건, 총사업비 규모만 61조원에 이른다. 예타 면제 불승인에 따른 지역주민 반발 등 정치적 부담 때문에 대통령이 제시한 ‘엄격한 기준’은 수사에 불과하다는 게 모든 언론의 분석이다. 결국 17개 광역단체가 크든 작든 규모만 달리해, 국민혈세를 ‘공평’하게 나눠서 ‘삽질’할 일만 남은 셈이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20일 민주당 소속 14개 광역단체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1광역단체 1사업’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한몸이라는 생각으로 시도지사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예타 면제 사업이 늦어도 다음 주 초반에는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경실련 추정에 따르면 17개 광역단체장이 제출한 SOC 사업 중 절반만 선정돼도, 최소 20조원에서 최대 42조원 예산이 소요된다. 이는 광역단체장이 요청한 33개 사업비 중 예산이 작은 사업과 많은 사업을 각각 조합한 결과여서, 실제 소요예산 역시 이 구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적게 잡아도 4대강 예산과 유사하고, 많게는 4대강 예산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구본영 충남 천안시장(오른쪽)과 이규희 국회의원(왼쪽)이 지난 21일 오후 김현미 국토부장관에게 서해부터 동해까지 연결하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가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사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공동건의문을 전달했다.<사진=뉴시스/천안시 제공>대규모 토건사업이 경제발전, 특히 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4대강을 통해 돈을 번 당사자는 재벌대기업 건설사였고, 해당지역 토건자본뿐이다. 이들 소수 자본만이 설계변경에 담합 등 온갖 불법을 통해 공사비를 부풀려 떼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재판결과 이미 드러났다. 반면 예타 면제에 따른 4대강 파괴를 원상태로 복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국가재정이 투입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예타란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하기 전 사업타당성이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특히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고가 300억원이상 지원되는 사업 등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적용된다. ‘1광역단체 1사업’ 방침의 근거가 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발언은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됐다. 서울·수도권이라서 예타를 쉽게 통과한 게 아니라 사업타당성이 높아서다. 또 예타 통과 기준이 경제성만을 보고, 대통령이 우려하듯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미 건설부문 예타의 경우 경제성을 최대 50%까지만 반영하고, 나머지 50%는 지역균형발전·정책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경제가 어렵고 일자리 지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단기간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토건사업에 자꾸 눈길이 가는 정부입장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대규모 토건사업은 대규모 환경파괴 동반이 불가피하기에 경제성을 포함 환경파괴 등 보다 엄격한 조건에서만 추진돼야 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포천시 전철 7호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촉구 1만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포천시청 제공>대통령은 이제, 3년 반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만 둔다. 그러나 무분별한 토건사업으로 파괴된 그 곳은 미래세대가 평생을 살아가야 할 터전이다. 또 경제성이 도외시한 나눠주기식 토건사업은 결국 해당지역 주민을 포함 국민 모두에게 빚으로 남겨진다. 현재 예타 조사항목인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정책성 모두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중하게 결정해야만하는 이유다.신년기자회견에서 한 대통령의 발언도 있었다. 또 17개 광역단체장과 지역주민 모두가 들고 일어선 마당에 예타 면제 정책 자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속도를 조절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산타가 마치 어린애 선물 주듯, 17개 광역단체 모두에게 한날한시에 예타 면제를 줘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들 광역단체장이 이미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살피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보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대통령 스스로 말한 ‘엄격한 기준’에 맞추도록 함으로써 대규모 토건사업에 따른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토건사업 이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재정부담도 줄이면서, 17개 광역단체 지역주민의 이해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