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경제 시대, 개인정보 보호장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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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데이터경제 시대, 개인정보 보호장치 마련해야 개인정보보호 제도가 나, ‘개인’을 충분히 지켜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기사입력2019-03-07 19:0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검색엔진의 8.2%를 점유하는 구글, 전 세계에서 수집되는 막대한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2억7000만명, 전 세계 인구의 1/4이 페이스북을 통해 소통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통해 페이스북이 돈을 번다.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9.1%를 점유하고 있다.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롱테일 비즈니스가 아마존의 수익 창출 비결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데이터가 신자본(New Capital)인 ‘데이터경제’가 대세다. 데이터 이용 활성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다른 한편으론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7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위원이 주최한 ‘공공데이터 혁신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 원장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데이터들을 통해 정보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 속에서, ‘데이터 경제’(Data Economy)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G7국가의 데이터경제 가치 약 1904조원 규모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데이터는 원유와도 같은 중요한 자산이다. 쌓이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사용하는가가 기업 생존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DT(Data Technology)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데이터센터 솔루션 제공업체인 Digital Reality 보고서에 따르면, G7국가의 데이터경제 가치는 연간 약 1904조원 규모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보고서는 유럽의 데이터경제 가치가 2016년 약 382조원에서 2020년 약 943조원으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규모는 15조1545억원, 전년 대비 5.6% 성장했다. 광고·운영관리 매출을 제외하고, 데이터와 관련된 직접매출 규모도 6조9862억원으로 전년대비 6.4% 성장했다.

세계 각국, 데이터경제로의 전환 위해 제도 정비 중

데이터경제로 전환을 위해 세계 각국은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률과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2016년·2017년 각각 관련 법률을 제정해,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 관리·이용의 주도권을 기업이 갖고, 개인정보 활용 자유원칙을 유지한다. 안보 관련 정보를 제외하고는 상업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데이터 관리·이용 주도권과 개인정보 및 산업정보 사용권도 정부가 관리한다. 일본과 유럽은 데이터의 관리·이용 주도권이 개인에게 있으며, 개인정보 사용을 위해서는 본인 동의가 필수다. 산업정보의 경우 안보 관련 정보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데이터경제 3법 개정안 발의…개인정보보호법 특히 논란

우리나라도 데이터 규제 혁신과 개인정보보호 거버넌스 체계 정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데이터경제 3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데이터경제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다. 이 중 개인정보보호법은 특히 산업계와 시민단체, 여야 간 이견이 존재한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관련된 주요 쟁점은 ▲가명정보 개념의 신설 ▲가명정보 활용과 결합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기능과 구성 등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를 사용하지 않으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한 정보다. 그러나 산업계는 개인정보 사용시 강화된 규제에 불만을 표시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데이터 활용시 준수해야 할 필수안전조치 사항을 위반하면, 과태료와 형사처벌 이외에도 전체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야당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활용과 규제 권한을 모두 보유하는 등 권한이 강화되면 데이터산업 활성화가 저해된다고 주장이 뒤따른다.

반면 시민단체는 빅데이터 활성화를 명분으로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기업에게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의 이용과 제공을 허용할 경우,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이전보다 개인정보 범위가 축소됐다는 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제도가 나 ‘개인’을 충분히 지켜줄 수 있을지 고민 필요

산업계와 시민단체 간 이견에 대해 명성준 경상대학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를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며 “법안이 개정된 뒤 개인정보가 침해되지 않고, 또 침해되었을 때 개인피해에 대한 충분한 구제와 보상 여부를 정확히 하는 것이 개인정보 활용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명 교수에 따르면 지금도 공공·민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상당한 양의 개인정보 제공과 함께 사용에도 강제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이를 가명정보 형태로 재가공하면 대상자의 범위, 정보공개 수준에 따라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 온라인쇼핑, 은행 시스템의 해킹과 정보 보안문제 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명 교수의 견해다. 특히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했을 때 개인피해의 산정·입증·보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명 교수는 개인정보보호 제도가 나, ‘개인’을 충분히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