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아 상속포기해도, 사망보험금은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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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빚 많아 상속포기해도, 사망보험금은 청구 가능 생명보험금 수익자가 상속인인 경우 상속재산 아닌 상속인 고유재산

기사입력2019-05-03 17:06

김광호 객원 기자 (kimpyeon@seoulbar.or.kr)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자연수 김광호 변호사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피상속인 생전에 가입한 보험이나 연금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실무상 자주 문제가 된다. 상속재산에 포함된다면 상속인들이 상속비율대로 나눠 가지게 되지만,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상속인 고유재산이 돼 법률상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공무원인 피상속인이 2007년경 이혼을 하고 2008년 재혼을 했다. 전처 사이에 아들 둘을 두었고, 재혼한 처와의 사이에는 자식이 없던 상태에서, 2018년 퇴직을 했고 2019년 2월에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피상속인은 2016년에 모든 재산을 전 처와의 사이에서 생긴 두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자필증서유언을 했다.

피상속인의 아들들은 유언장을 근거로 피상속인인 아버지의 모든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고, 재혼한 처는 피상속인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자신이 수익자로 지정된 보험과 공무원연금법상의 유족연금은 본인의 고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된 것은 ▲피상속인이 가입한 생명보험금과 ▲공무원연금법상의 유족연금이다.

생명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수익자를 누구로 지정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생명보험의 보험계약자가 스스로를 피보험자로 하면서, 수익자는 만기까지 자신이 생존할 경우에는 자기 자신을, 자신이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인’이라고만 지정하고 그 피보험자가 사망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상속재산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무가 너무 많아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라도, 보험금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해당돼 사망보험금은 상속포기와는 별도로 청구가 가능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유족연금은 수령권자의 범위와 순위가 법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령권자의 고유의 권리가 되며 상속재산이 되지 않는다.

위 사례에서 생명보험금의 수익자가 처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금청구권은 ‘처’의 고유재산이 돼 상속재산이 되지 않으며,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은 상속인이 아닌 ‘처’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유족연금도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고 유언을 했더라도, 생명보험금 청구권과 공무원연금법상의 유족연금은 처의 고유재산으로 귀속돼, 아들들은 상속재산임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피상속인이 가입한 보험은, 보험의 종류 및 형태와 상관없이 보험금 지급 청구권의 보험 수익자가 누구로 되어 있는가에 따라 상속재산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무가 너무 많아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라도 보험금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해당돼 사망보험금은 상속포기와는 별도로 청구가 가능하다. 보험은 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고, 사망시 수익자의 고유재산이 되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위 사례에서 망인은 부동산은 아들들에게, 보험과 연금은 처에게 주기 위해서 사전에 법률적인 사항을 알아보고 유언장을 작성했는지 모르겠지만, 생전에 처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유언장을 작성한 덕분에 죽어서도 처에게 원망을 듣는 불운한 상황에 처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자연수 김광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