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사태 後, 의약품 심사규정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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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발사르탄’ 사태 後, 의약품 심사규정 강화됐다 식약처, 의약품 허가·신고·심사 기준 강화…내년 9월30일부터 시행

기사입력2019-06-24 16:21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8년 8월 식약처가 발사르탄 성분의 고혈압약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및 처방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올해 의약품계를 강타한 단어가 ‘인보사’라면, 지난해 의약품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는 아마 ‘발사르탄’일 것이다.

24일 의약품품질연구재단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제3회 의약품 품질규제과학 국제 컨퍼런스’에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현경 연구관은, 의약품 품질심사 규제환경의 변화로 관련규정을 정비했다고 소개하면서 ‘발사르탄 사태’를 직접적인 계기로 꼽았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김주환 연구관도 유해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시험법을 개발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작년 발사르탄 사태 때 저희가 분석법을 개발하고 검증한 뒤, 시험법을 제공해드리고 교육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많은 규정 변화를 낳은 발사르탄 사태는,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원료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된 사건이다.

중국발 ‘발사르탄’ 사태, 한국 의약계도 일파만파 영향

2018년 7월7일 식약처는 중국산 원료의약품인 ‘발사르탄’을 사용한 의약품에 대해 판매·제조 및 수입 중지결정을 내린다. 같은 달 5일 유럽의약품안전청이 해당제품 회수를 시작한 이후 내린 조치다.

발사르탄은 고혈압 등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약의 주성분인 원료의약품이다. 유럽의약품안전청 조사결과 발사르탄이 쓰인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잠정적인 허용기준보다 높게 검출됐다. 일상생활 중 공기와 물 등을 통해서도 소량의 NDMA에 노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당시만 해도 NDMA 관리기준을 정해 놓은 국가는 없는 상황이었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사태 이후 의약품 중 유전독성 불순물의 평가 및 관리 가이드라인 원칙에 따라 NDMA의 잠정허용기준을 0.3ppm 이하로 설정하고, 판매중지 조치 등의 기준으로 삼았다.

유럽과 한국에서 최초 수입과 판매가 중지된 제품은 중국 화하이사가 만든 원료의약품이었다. 이후 화하이 외에 중국의 룬두와 종방, 스페인의 퀴미카 신테티카에서 만든 원료에서도 잠정적인 허용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한국에서는 이들 원료의약품을 토대로 만든 의약품 총 175개 품목의 처방과 판매가 중지됐다.

5개월여의 조사를 거쳐 12월 발표된 연구결과에서, 국내에서 유통된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의 암 발생 가능성은 10만명 당 0.5명으로 나타났다. 국제기준인 10만명 당 1명에 비해 낮아 암 발생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후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을 회수해 검사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검증된 106개 품목에 대해 지난 5월2일 제조 및 판매 중지결정을 해제했다.

24일 의약품품질연구재단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제3회 의약품 품질규제과학 국제 컨퍼런스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의약품 품질심사 규정도 변경

식약처에 따르면 NDMA는 제조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생성되는 불순물이다. 특정한 제조방식을 택한 회사의 원료의약품에서 의도치 않게 해당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같은 회사는 물론이고 유사한 제조방식을 취하는 다른 회사들에 대해서도 일제히 검사를 진행됐다.

발사르탄 사태로 의약품의 허가과정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고, 식약처는 지난 3월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을 강화했다. 의약품 심사시 제출해야 하는 자료에 유전독성 물질과 발암 불순물 관련자료를 추가한 것이다. 의도치 않게 특정 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료의약품이나 완제의약품의 순도시험 중 발암물질 등에 대한 조사를 미리 해서 제출토록 한 것이다.

강현경 연구관은, 규정 개정 이전에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관련자료를 받고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무화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자료는 아니”었는데, 이번 규정 개정을 통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의무사항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규정은 내년 9월30일부터 의약품 제조판매·수입품목 허가를 신청·신고하는 의약품부터 적용된다.

또 발사르탄과 다른 사르탄류를 대상으로 NDMA를 검사하는 시험법을 개발해 제약사에 보급했다. 더불어 의약품 제조공정 중에서 의도치 않게 생성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관리를 목적으로 다른 물질에 대한 분석법도 개발하는 등 제약업계의 제조공정 관리를 지원했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의약품 금속 불순물 평가 및 관리 가이드라인 질의 응답집을 9월 중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원료의약품 등록검토서 작성 기준은 8월 중 개정하고, 의약품 잔류용매 기준 질의응답집도 9월 중 개정할 예정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