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대한상의, 상속세로 혹세무민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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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한국당·대한상의, 상속세로 혹세무민하면 안돼 0.2%의 기득권만 보장하려면, 99.8% 위해 스스로 해산해라

기사입력2019-06-29 08:4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신자유주의 극단을 치닫는다고 평가받는 미국, 이 나라 부자들 얘기부터 하자. 그리고 미국 모델을 추앙하는 한국 부자들의 행태가 어떤지도 한번 보자.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 등 미국의 억만장자 19명은 24일 2020년 대통령선거에 나설 후보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0.1% 부자인 자신들의 재산에 적당한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울트라 리치(Ultra Rich)’를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를 촉구한 배경에는, 자산·소득의 극단적 불평등이 미국사회에서 분열과 갈등을 가져오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부유세가 “우리 공화국의 안정과 통합을 잠식하는 부의 점증하는 집중을 늦출 것”이라면서 “부유세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고, 경제 및 보건 상태를 향상하고,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고, 우리의 자유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은 “새로운 세수는 중산층 및 저소득층이 아니라 가장 부유한 이들로부터 나와야한다”면서 “미국은 우리의 부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도덕적, 윤리적, 경제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직 0.2% 부자의 기득권만을 강화하겠다면, 선택해야한다. 99.8%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대한상의와 자유한국당은 해산되는 게 마땅하다. 0.2%만을 고집하면서 스스로 해산하지 않으면, 99.8%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해 대한상의와 자유한국당을 해산시킬 수 밖에 없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개인 또는 가족만이 아닌 미국이란 공동체의 운명까지 함께 고민하는 울트라 리치의 이같은 정서는 정치권도 움직였다. 2020년 미국 대선 후보군에서 선두주자 중 하나인 버니 샌더스(무소속) 상원의원은 상위 0.2% 부자의 상속세율을 최고 77%까지 올린 ‘99.8%를 위한 법’을 지난 1월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상속재산이 10억달러 이상이면 77%, 5000만달러 이상이면 55%의 상속세를 내야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 잠룡으로 평가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자산이 5000만달러 이상인 부자에게 연간 2%, 10억달러 이상은 3%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울트라 리치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도입과 상속세율 인상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도는 상당히 높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연 10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조지 소로스 등 19명의 울트라 리치가 대선후보들을 향해 ‘0.1% 대상 보유세 도입’을 촉구할 수 있었던 사회적인 배경이다.

시장과 자본의 논리만이 관철되는 ‘정글’로 비유되는 미국사회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다. 미국 울트라 리치에 준하거나 그에 버금가는 우리나라 부자들이 틈만나면 감세를 주장하는 현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특히 극우·보수 야당 및 언론은 부자들의 끝모를 탐욕을 질타하기는커녕, 미국보다 더 철저한 시장·자본 논리를 동원해 이들의 욕망을 부채질한다. 촛불정권임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 역시 ‘조세저항’이란 핑계 뒤에 숨어, 획기적인 수준의 부자증세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재계 의견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국회에 전달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킨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여기에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해 10∼30%를 할증해 최대 65%의 (상속)세율을 부과하는데, 세금을 내고서는 가업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억지주장까지 덧붙였다. 부자들의 앓는 소리는 그렇다고 해도, 사실상 거짓말인 주장을 제1야당 대표가 받아서 혹세무민하는 행태는 정말 문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중소·중견기업 가업을 상속하려면 65% 세금을 내야하고, 손자까지 가면 90% 세금을 낸다. 손자에게 넘어가면 10%밖에 남지 않는 것”이라며 “이건 잘못된 정책이다. 법제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 유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표만 되면 무슨 말이든지 하고 본다는 게 정치인의 본능이라지만, 도를 넘은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가 조세란 명분으로 멀쩡한 기업인의 재산을 90%나 뺏어간다는 얘기 아닌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란 주장, 2017년 전체 상속재산가액과 상속세액을 적시한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실효세율은 17.2% 수준이다. 명목세 최고세율 50%와 실효세율을 둘러싼 논쟁은 귀가 닳도록 들었으니, 더 이상의 반론은 생략하자. 그런데 상속세율을 65%까지 부과한다는 대한상의와 황교안 대표의 주장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세율이다. 삼성 이병철의 아들 이건희, 현대 정주영의 장남 정몽구, SK 최종현의 장남 최태원 등 대한민국 어떤 기업인도 65% 상속세율을 적용받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세법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 당연히 두 번 연속 가업상속을 거치면, 손자가 10% 재산만 손에 쥔다는 황 대표의 정치선동 또한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대한상의와 황교안 대표가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부자들과 미국 야당 정치인들에게 배워야한다.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고 우리의 자유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공화국의 안정과 통합을 잠식하는 부의 점증하는 집중’을 억제하겠다는 미국 부자들의 공동체 정신을 본받아야한다. 0.2% 부자의 상속세율을 최고 77%까지 올려 ‘99.8%를 위한 법’을 만들겠다는 미국 야당 정치인의 애국심에 존경을 표할 줄 알아야한다.

선택의 문제고 결단만 남았다. 0.2%가 조금만 양보하면 99.8% 국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다. 그럼에도 99.8% 국민을 위한 경제에는 관심조차 없고, 오직 0.2% 부자의 기득권만을 강화하겠다면, 선택해야한다. 99.8%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대한상의와 자유한국당은 해산되는 게 마땅하다. 0.2%만을 고집하면서 스스로 해산하지 않으면, 99.8%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해 대한상의와 자유한국당을 해산시킬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이란 하나의 운명 공동체를 위해서.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