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만으로 사회공헌 하는 것 아니다…CS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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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이익만으로 사회공헌 하는 것 아니다…CSR 3.0 기업의 ‘Process-Product-Profits’ 전 과정 통해 사회문제 해결

기사입력2019-07-04 08:55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JB금융지주의 유승권 CSR팀장은 기업 사회공헌이 단순한 성품 기탁 수준에서 벗어나,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기업이 가진 모든 자원을 폭넓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기업 사회공헌이 중요하다는 폭넓은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많은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어떤 활동을 하느냐다. 과거에는 연말에 복지관을 찾아 기증품을 건네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할지 자체가 기업의 중요한 경영전략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JB금융지주의 유승권 CSR팀장은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3일 공동으로 개최한 2019 서울 사회공헌 포럼에서, “CSR을 기업 사회공헌과 동의어로 아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이 오해라고 말했다. “CSR은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다. 그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거래, 윤리경영, 지역사회 발전 참여 등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중 한가지가 기업의 사회공헌이다”는 것이다.

유승권 팀장은 기업 사회공헌 모델이 시대에 따라 점차 변해왔다며, 크게 세 가지 모델로 나눠 설명했다. ‘산타’ 모델, ‘세일즈’ 모델, ‘닥터’ 모델이 그것이다.

◇주기만 하는 산타도, 홍보 중심 세일즈도 한계 뚜렷=기업 사회공헌의 첫 번째 버전인 산타 모델은 한마디로 ‘불우이웃돕기 성품 기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금도 산타 모델에 머물러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유는, 예산만 들이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편하기 때문이다. 자원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점 외에, 의사결정만 되면 바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유승권 팀장은 산타 모델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양의 한계가 있다. “2018년 국내 사회공헌 예산이 4조9000억원이다. 그중 현금성 예산은 1조원이 안된다. 대부분 물품 기부 아니면 건물 기부 등이다. 실제로 불우이웃돕기로 가는 예산은 1조원이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원이 중간에 새기도 한다. 기부 등으로 조성된 자원이 전달과정에서 새나가는 문제가 양의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 때문에 산타 모델의 한계가 더욱 부각된다.

기업 사회공헌 2.0 모델은 1990년대, 2000년대 들어 나온 ‘세일즈 마케팅’ 모델이다. 산타 모델이 주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세일즈 마케팅 모델은 사회공헌을 비즈니스와 연계한다는 특징이 있다.

유 팀장은 이 모델에 대해 “Green Washing”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환경경영과 거리가 있는 기업이, 사회공헌에 대한 홍보를 통해 친환경경영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세일즈 마케팅 모델은 또 NGO를 파트너가 아닌 대행업체, 이벤트업체로 여기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활동의 목적이 기업의 이익인데다, 예산을 대는 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갖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은 3일 공동으로 2019 서울 사회공헌 포럼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지금 CSR 잘하는 기업 모델은 ‘닥터·수술실’ 모델=유승권 팀장은 “지금 현재 CSR이나 기업 사회공헌을 가장 잘하는 기업의 모델을 ‘닥터·수술실’ 모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의사의 목적은 병을 고치는 것이다. 또 수술실에 한번 들어가면 수술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한다.

또한,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과 CSR이 연관돼 있다는 특징도 있다. 기업의 가치사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Process), 과정을 통해 나오는 상품이나 서비스(Product),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Profits)으로 나뉜다. 산타 모델이나 세일즈 모델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공헌에 투입하는데, 그 비중이 1%를 넘기 힘들다.

그런데 기업과 기업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사회나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익 단계에서 발생하는게 아니라 과정과 상품 단계에서 발생한다. 앞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익의 일부를 사회공헌에 쓴다고 해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 팀장은 “CSR 3.0 모델은 Process, Product, Profits 전체를 사회문제 해결에 사용하자는 취지”라며, “이제는 기업이 이익만 가지고 사회공헌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가진 모든 전 과정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시로 SPC가 지원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들었다. SPC가 2012년부터 장애인 고용을 위해 시작한 이 사업은, SPC의 파티쉐와 바리스타들이 장애인 직원을 교육한다. 또 매장인테리어와 위생관리 등 SPC의 다양한 자원들이 다양하게 사회공헌과 결합해 있다.

유승권 팀장은 그렇다고 1.0이나 2.0 모델을 폐기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긴급한 재난재해 등에서는 1.0 모델이 필요할 수 있고, 2.0 모델 역시 기업의 세일즈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1.0과 2.0, 3.0 모델이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잘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