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갈등은 장기전, 진지전·기동전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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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韓·日갈등은 장기전, 진지전·기동전 병행해야 복합적 이유의 전략도발…시민사회·정치권·정부의 통합전략 필요

기사입력2019-07-25 18:2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일본의 경제도발에 따른 한·일 간의 갈등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우리 시민사회·정치권·정부차원에서 각자 위치와 역할에 맞게 진지전(陳地戰)과 기동전(機動戰)을 병행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와, 김종대 의원이 25일 주최한 ‘아베 내각의 경제도발 의미와 우리의 대응’ 토론회에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전개되고 있는 한일갈등은 양국의 국민감정까지 더해져 어느 한쪽의 양보나 승리로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조 연구위원은 이번 일본의 경제도발 배경으로 ▲‘한국 때리기’를 통한 지지세력 결집 ▲한국정부의 과거사 처리에 대한 불만 ▲‘재팬 패싱’과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 ▲수직적 안보질서로의 재편 ▲한국경제의 일본경제 추격 저지 등을 꼽았다.

◇‘한국 때리기’를 통한 지지세력 결집=일본의 경제도발이 아베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을 위해 국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또 일본정부의 국민연금액 삭감에 대한 일본국민의 불만을 덮기 위해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한국정부의 과거사 처리에 대한 불만=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관련해 피해당사자의 동의없이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한일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무효화하자 터진 일본정부의 불만이란 해석이다. 여기에 일제의 노동자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법원이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불만은 더 커졌다.

◇‘재팬 패싱’과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일본 지도층 내부에 잔재한 식민지 종주국에 대한 우월의식은, 한반도 문제해결 과정에서 자국의 이해를 앞세우며 훼방꾼 노릇을 한다. 일본은 최근 북미·남북간 문제에 개입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직적 안보질서로의 재편=1951년 당시 미국은 일본을 핵심파트너로 삼고 한국, 대만 등을 참여시켜 역내 냉전을 관리할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그동안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변화를 거듭하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무역·기술·군비전쟁을 본격화하는 한편,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남북·북미 관계 등 한반도 평화무드가 조성됐다. 일본 아베 정권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저지하면서 샌프란시스코 체제 재강화를 도모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의 일본경제 추격 저지=일본의 對한 강경론의 근저에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본이 유일한 아시아국으로 활동하던 G7이, 2008년부터 한국·중국 등이 참가해 G20 정상회의로 확대됐고 일본은 아시아 대표의 자리를 잃었다. 중국에는 제2경제대국의 자리를 내주었고, 한국의 수출액은 세계 5위를 차지해 세계 4위인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반도체, 수소자동차를 비롯한 첨단기술 제공을 중단함으로써 한국의 도전을 물리치고자 한다는 주장이다.

아베정권의 경제도발과 우리의 대응방향

조 연구위원은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일본이 경제도발을 멈추고 한국의 국력과 지위를 인정하는데 기초해 새로운 한·일관계를 정립해야한다. 그리고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과거사 문제는 별도의 외교채널을 마련해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도발은 복합적인 이유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멈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조 연구위원의 견해다. 때문에 이번 한일 간의 갈등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로서도 시민사회·정치권·정부차원에서 각자 위치와 역할에 맞게 진지전(陳地戰)과 기동전(機動戰)을 병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일본제품의 불매운동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베 내각에서 가장 효과적인 압박수단은 우리 국민들이 일본여행을 자제하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시민사회 차원의 대응=일본제품 불매운동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베 내각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압박수단은 우리 국민들이 일본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관광청의 ‘2019년 일본관광백서’에 따르면, 작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중에 한국인이 두번째로 많은 753만명이며, 55억달러를 사용했다. 한국인들은 도쿄 등 3대 도시 이외의 지방을 여행한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일본여행을 자제한다면 아베의 정치적 기반인 중소도시와 농촌 유권자들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게 조 연구위원의 해석이다.

특히 내년 8월 도쿄 하계올림픽 때까지 한일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일본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시민사회 차원의 ‘도쿄 하계올림픽 관광 자제 운동’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25%를 차지하는 한국 관광객이 일본을 가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올림픽 분위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정치권 차원의 대응=정치권은 시민사회 차원의 운동이 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2일 ‘일본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23일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시마 다다모리 일본 중의원 의장에게 친서를 보내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의 추가조치 자제를 촉구했다. 또 문 의장은 미국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에게 중재역을 당부하는 친서도 발송했다. 그 밖에도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된 추경예산안 통과, 관련된 법률개정안 조속한 통과 등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

최근 5당 대표들의 청와대 회동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한국을 안보협력국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간주해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은 정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다. 조 연구위원은 실제로 이러한 발언 때문에 미 백악관과 국무부가 한일 갈등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조 연구위원은 일본의 도발이 이미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때부터 시작됐음에도, 우리정부가 사전대책에 미흡했다는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위안부나 노동자 강제동원 등과 같은 과거사 문제와 외교·안보·경제 현안을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접근법을 거부하고, 과거사에 대한 우리정부의 처리방식을 구실삼아 경제도발을 감행했다.

조 연구위원은 정부차원의 대책으로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를 통한 해결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여론 조성 ▲첨단소재 연구개발 인프라 지원 ▲일본과의 외교적 협상 등을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