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퇴거보상제 도입해 젠트리피케이션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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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英·佛 퇴거보상제 도입해 젠트리피케이션 막자 한국형 ‘자율 상권관리제도’ 등 새로운 상권활성화 정책도 필요

기사입력2019-08-27 18:4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27일 ‘골목상권 활성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상가임차권 보호와 함께 쇠퇴한 상권을 살리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경험을 기반으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자율형 상권관리제도) 등을 도입한 해외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최수정 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27일 개최한 ‘골목상권 활성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상가임차법의 목적을 민법상 임대차계약의 특례라는 시각보다는 상권활성화에 기여를 한 소상공인의 영업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보호한다는 점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해외사례를 참조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다각적인 입법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인·임차인과 골목상권 모두 손실

한국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서울의 홍익대 인근, 연남동, 북촌, 서촌, 경리단길 등 상권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대규모 외부자본이 유입되고 건물 임대료가 급상승해 기존의 소상공인들이 쫒겨났다. 이같은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주요 도시에서 발생하면서,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은 저렴한 임대료의 정체된 지역에 예술가 등 창작활동가들이 몰려 활성화되면서, 그 지역 임대료가 상승하고 기존의 상인들이 그 지역 밖으로 내몰리며 지역의 고유한 특징이 훼손되는 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골목상권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줘 골목상권 붕괴로 이어진다. 골목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상가임차인(대부분 소상공인)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임대료가 높게 상승할 경우 기존의 영업장소를 저렴한 곳으로 이전해야 하지만, 대체할 곳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형성한 무형의 자산을 상실하는 경제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해 생존권이 위협을 받는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가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공실률이 높아져 골목이 활기를 잃게 되면, 치안문제도 발생하고 상가건물은 미관상 흉물로 남게 된다. 골목상권 붕괴로 그 지역 해당상권이 고유성과 다양성을 잃게 돼 소비자의 발길이 끊어지고 결국 상가임대인의 안정적인 임대수익 기회도 사라진다.

정부·국회, 상가임대차 보호와 쇠퇴상권 활성화위해 노력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와 국회는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정부는 지역별 환산보증금을 상향해 상가임대차법에 적용되는 보호대상을 확대했으며, 연간임차료 또는 보증금의 증액 청구한도를 연 9%에서 연 5%로 인하했다. 또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임대인의 권리금 지급 방해행위 금지기간을 종료 3개월 전에서 6개월 전으로 확대하고,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전통시장을 권리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쇠퇴상권 활성화 및 상권내몰림 방지를 위한 상권관리제도가 논의중이다. 2015년 8월 발의된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자율상권법)’은 발의 이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 된 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지역상권 상생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지역상생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현재 자율상권법과 지역상생법은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지역상권법)’로 대체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지역상권법은 상권의 특성에 따라 임대료 상승 등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상권은 ‘지역상생구역’으로 지정하고, 상권쇠퇴로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은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임차인과 임대인과의 상생협력을 기반으로 상권관리제도와 사전적·사후적 규제 및 정부의 지원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美, 英, 獨 외국서도 젠트리피케이션 발생…대안에 주목

최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의식이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미국 뉴욕 소호(soho)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문화·예술 계층이 다른 지역인 첼시 등으로 이전해갔지만 현재 첼시 지역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돼 갤러리·카페 등이 뉴욕시 외곽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영국의 런던 해크니에 위치한 쇼디치는 임대료가 저렴해 이민자들이 정착한 지역이었지만, 1980년대 말부터 예술가들이 유입되면서 공장·창고 등이 로프트나 갤러리, 스튜디오 공간으로 이용되고 문화예술지역으로 발전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이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이들 국가는 상가임대차보호법제, BID(자율형 상권관리제도), 용도지구제 등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BID는 중심시가지 공동화 현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상권 조직의 구성 및 자체 부담금을 확보해 자율적으로 상권을 관리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역 내의 부동산 소유자, 상인 등이 중심이 돼 치안유지, 공공시설, 도로정비, 마케팅 등 지역사회 공공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성공적인 BID 운영은 지역자산가치 증가, 상권활성화, 상가 공실 감소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BID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도입돼 특히 뉴욕시의 사례가 도심상권활성화 정책의 성공적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영국, 독일, 일본은 뉴욕시 사례를 모델로 해 BID 도입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영국·프랑스, 퇴거보상 등 법제도 통해 소상공인 영업보호

상가임차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법제는 영국과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경우 상가임대차 최단기간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는 경우에도 임차인은 법원에서 새로운 임차권의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임대인이 재건축 또는 임대인 스스로 사용하고자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대체점포를 제공하는 등 사유가 인정되면 새로운 임차권이 법원에서 승인되지 않으나, 임차인에게 퇴거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최소 9년의 임대차기간이 보장된다. 임차인은 3년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리고 임대인은 특별한 요건 하에서 임대차기간의 경과 전이라도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9년이 경과한 이후 임대인은 갱신을 거절할 수 있지만 퇴거보상을 해야한다. 보상액은 영업의 손실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이다. 또한 위생, 안전 목적이 아닌 재건축의 경우에도 퇴거보상이 이뤄져 소상공인의 영업보호가 강력하다.

미국 뉴욕시는 2015년, 골목상권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영업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Small Business Survival Jobs Act(SBSJA)’가 발의돼 현재까지 논의 중이다. SBSJA의 주요 내용은 최소 10년 이상의 계약갱신청구권의 보장, 상가임대차 분쟁 발생시 평등분쟁조정과 중재보장, 임대인이 재산세를 임차인인 소상공인에게 전가하는 행위 금지 등을 담고 있다.

국내 상가임대차법은 2003년 법 시행 이후 임차인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의해 수차례 개정됐고, 20대 국회에서도 다수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상가임대차법은 상가임차인 즉 소상공인의 영업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보호하고 사회적 손실을 막기 위한 제도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역상권법은 한국형 BID(자율형 상권관리제도)의 법적 기반 마련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