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짠 당구’ vs 美 ‘solid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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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韓 ‘짠 당구’ vs 美 ‘solid player’ Taste Metaphor① sweet, bitter, sour, cheap, solid

기사입력2019-11-04 12:17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번 글에서는 음식 맛을 나타내는 표현을 중심으로 한국·미국 언어문화권의 특징을 비교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음식과 음료를 즐기면서 느끼는 맛의 의미를 은유 확대해 쓰는 경우가 많다. 흔히 대표적인 맛으로 단맛(sweetness), 짠맛(saltiness), 신맛(sourness), 쓴맛(bitterness) 네 가지를 꼽는다.

먼저 단맛의 경우, 두 언어문화권 모두 바람직하거나 좋은 것을 표현하는 긍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가뭄 끝에 오는 반가운 비를 ‘단비’라고 한다. 또 피곤한 상태에서 활력을 되찾게 해 준 잠을 자고 난 후, ‘단잠을 잤다’라고 표현한다. 이와같이 한국어 표현에서, 단맛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은유 확대돼 사용됨을 알 수 있다.

미국영어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연인을 ‘honey’라고 부르고, 사랑하는 자식을 ‘sweet heart’라고 부르는 데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형용사 ‘sweet’은 ‘기분 좋은,’ ‘상쾌한,’ 혹은 ‘사랑스러운’ 등의 뜻으로 은유 확대돼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 어느 여자 분이 외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목소리도 곱고 미소도 아름답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Mary is not only pretty but she also has a sweet voice and smile.

그리고 상대방이 마음을 써 친절을 베풀었을 때도, 형용사 sweet을 써 흔히 다음과 같이 고마움을 표현한다.

It's so sweet of you. Thank you so much!

영어로 굳이 ‘짠 당구’인 상대방을 묘사한다면, 한국어에서처럼 맛의 은유 표현은 잘 어울리지 않고, ‘거의 실수없이 안정감 있게 실력을 발휘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형용사 ‘solid’ 정도의 표현을 쓸 수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반대로 쓴맛은 두 문화권 모두 나쁜 경험이나 불유쾌한 감정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은유 확대돼 쓰인다.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사용하는 “쓴맛을 한번 보여줘야겠군!”이란 한국어 표현에서 부정적 의미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어 표현 ‘쓴맛’과 유사한 뜻을 나타내는 영어 형용사로는 ‘bitter’를 사용한다. bitter cold(혹독한 추위), bitter dispute(격렬한 논쟁), bitter end(끝장)에서 보듯, 그 정도가 지나쳐 ‘unpleasant, intense, painful’이란 상황적 의미를 묘사한다.

‘bitter’가 은유적으로 확대된 반드시 익혀둬야 할 중요한 2가지 표현을 살펴본다. 첫 번째는, 쓴 맛을 느낄 때의 기분 나쁜 경험이 은유 확대돼, 심히 유감스럽거나(resentful) 혹은 억울한 감정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해고당한 후 억울한 심정을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John still feels bitter about getting fired.

두 번째는, 맛은 쓰지만 억지로 입안에서 그 맛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적 의미가 확대돼, ‘difficult or unpleasant to accept or admit(받아들이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혹은 그렇게 하기에 기분 나쁜)’의 뜻으로 쓰인다. 이 맥락의 뜻으로 굳어진 표현으로 널리 사용되는 연어(collocation) 표현이 ‘bitter truth(받아들이기에 기분이 안 좋은 진실)’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각종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있음에도,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할 때, 이 표현을 쓸 수 있다. 이 경우 ‘painful truth’를 써도 비슷한 뜻을 전달할 수 있다.

The bitter truth is that discrimination still exists in the workplace today despite laws.

영어에서는 신맛을 나타내는 형용사로 주로 ‘sour’를 잘 쓴다. 좋은 와인(wine)을 마실 때 느낄 수 있듯 적절한 정도의 신맛은 좋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쓴맛 못지않게 불유쾌한 맛이 난다. 그런 이유로 일상 영어에서 ‘sour’는 은유적으로 ‘to become disagreeable or unfavourable(불일치하거나 안 좋은 상태가 되다)’의 뜻으로 사용된다. 특히 인간관계가 서로 안 좋아졌을 때 ‘go sour’ 표현을 잘 쓴다. 예를 들어 절친이었던 친구관계가 금전거래 이후 틀어졌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Judy was one of my best friends, but our relationship went sour over a financial dispute.

끝으로, 짠맛이 은유 확대된 표현을 보자. 짠맛은 핵심적인 음식 맛으로, 한국어에서 유독 널리 은유 확대돼 쓰인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의 돈 쓰는 행태를 묘사할 때 ‘짜다’라는 형용사를 쓰면, 영어로 구두쇠 즉 ‘stingy’의 뜻이 된다. 같은 상황을 영어로는 ‘He/She is salty.’라 표현하지 않고, ‘He/She is cheap.’이라 말한다. 예를 들면 고민거리를 상담해 주는 사이트에 흔히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사연이 올라오곤 한다. 남자친구가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마음씨도 착해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인데, 돈을 쓸 때 유독 짜게 군다면 여자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My boyfriend is handsome, intelligent, loving and humorous. We have an amazing time together, but there is one thing that has really been getting under my skin. He’s so cheap! We split everything 50/50. What shall I do?

한국에서 당구를 즐기는 사람들 간에 오가는 말 중에 ‘당구가 짜다’라는 표현이 있다. 한국에서 ‘짜다’라는 표현은, 일처리나 솜씨가 ‘야무지다 혹은 빈틈이 없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널리 쓰인다. 아마도 이 은유 표현의 저변에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입히는 인색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마음이 깔려있는 듯하다. 당구게임을 마치면, 패자가 당구비 내는 관행이 이같은 인식에 한 몫 더했다.

반대로 빈틈도 많이 보이고, 금전적 승부에 너무 연연하지도 않고 당구를 치는 사람을 ‘물 당구’라고 표현한다. ‘짠 당구’, ‘물 당구’ 표현에서 보듯, 한국어에는 짠 맛을 기준으로 대조적인 표현이 발달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어로 굳이 ‘짠 당구’인 상대방을 묘사한다면, 한국어에서처럼 맛의 은유 표현은 잘 어울리지 않고, ‘거의 실수없이 안정감 있게 실력을 발휘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형용사 ‘solid’ 정도의 표현을 쓸 수 있다.

He's a solid player. He makes few mistakes.

다음 주에는 4가지 대표적인 맛 이외, 음식을 만들 때 느끼는 다양한 다른 맛의 표현이 은유 확대된 표현을 살펴보기로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