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동법’을 지키는 정상 기업이 돼야 한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삼성 ‘노동법’을 지키는 정상 기업이 돼야 한다 삼성의 조직적 노조파괴…부당노동행위 강제수사와 처벌강화 필요

기사입력2020-01-09 18:1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삼성에버랜드노조(삼성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 노조파괴 범죄 관련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지난해 12월 선고됐다. 2013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을 담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발표한 지 6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따라서 삼성의 처벌을 넘어, 삼성이 노동3권을 지키는 정상적인 기업이 돼야하고, 부당노동행위 감시기능을 높이는 등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의당 심상정·이정미 의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은 9일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정의당 심상정·이정미 의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이 9일 공동 주최한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심상정 의원은 “2013년 10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하며 삼성의 무노조 황제경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그동안 노조탄압에 시달리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었고, 노동자의 안전보다 회사의 이윤을 앞세우는 삼성의 무노조 노동현장에서 수많은 이들이 병들고 다치고 죽었지만 권리를 요구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청산할 기회를 여러 번 놓쳤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 유죄 판결을 기회로 반헌법적인 무노조 황제경영 원칙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전례없는 삼성의 대규모 조직적 부당노동행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되면서 드러난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파괴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13일과 17일, 6년 만에 유죄를 선고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에버랜드 전·현직 임원과 이들을 도운 외부세력 등 39명이 유죄를 받았고, 이상훈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 등 전현직 고위급 임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최대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조현주 변호사는 이날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라는 발제에서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정책은 널리 알려져 있었고, S문건을 통해 노조파괴 전략이 확인됐다”며, “그동안 각종 부당노동행위 등이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노조탄압이라는 의구심은 매우 컸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못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그간 의심했던 모든 일들이 삼성그룹-삼성전자 등 계열사-자회사와 협력업체 간 조직적인 공모와 실행으로 이뤄졌음이 밝혀졌다. 여기에 경총 담당, 경찰, 대항 노조 위원장 등의 관여가 드러나 대부분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됐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법원은 삼성그룹의 행위가 조직적인 대규모 부당노동행위이고, 그 규모와 파급력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실형 등을 선고했다.

피해자에게는 사과를 하지 않은 ‘삼성 사과문’

선고 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18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과거 회사 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정작 삼성그룹은 이 사건의 피해자인 노조와 조합원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파괴 과정에서 노조가 입은 피해와 조합원들이 겪은 고통은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지만, 가해자인 삼성그룹은 최소한 피해자들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마련 약속, 피해회복에 대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조 변호사는 기소되지 않은 윗선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계열사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미전실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 문건에서도 그룹 노사전략과 일치하는 내용 및 노조설립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 외에도 ‘회장님 경영철학 전파 문건’, ‘미전실 실장의 당부’ 등 기소되지 않은 윗선에 대한 증거가 판결문에서 수차례 언급됐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아울러 삼성 다른 계열사의 문제인력 정보 취합, 사외 반삼성 인물과 단체에 대한 동향 파악 등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당노동행위 강제수사와 처벌강화 필요하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강제수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2013년 11월경 삼성전자서비스, 삼성그룹 미전실 등에 대해 S문건을 근거로 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노조탈퇴 종용, 교섭해태, 표적감사 등)에 대한 공범으로 고소한 바 있다. 삼성에버랜드사건은 2015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고, 삼성전자서비스사건은 2016년 고용노동부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후 처분 없이 수사중단 상태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