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한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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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재난지원금,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한 계기로 민주당, 종부세 완화가 아닌 강화하기 위한 여론 모아야 할 때

기사입력2020-04-18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 재난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및 규모 확정 등 2차 추경안 심의.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을 담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심의. 양자 모두 수일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주요 쟁점이다.

예상을 해보면, 긴급재난지원금 안건은 정부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돼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종부세 개정안은 여야간 이견이 너무 커 합의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다수였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4·15 총선 중 ‘종부세 완화 방침’을 언급함으로써, 종부세 개정안은 폐기된다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19 재난이란 미증유 상황에서, 어찌보면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구별없이 전국민 각각에게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선별적 복지 이외에는 상상조차 꺼렸던 보편적 복지 정책을 구상하고 구현하는 기회로 삼자.<이미지=이미지투데이>

집권여당이 이들 2개의 안건을 다루는 모양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오락가락에 좌충우돌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종부세 대상자에게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게 민주당의 당초 방침이었다. 여기에 종부세 부담률이 낮아 투기수요가 잦아들지 않으니, 세율을 올리겠다고 종부세법 개정안까지 국회에 제출했다. 과장해 얘기하면, 부자인 게 죄인 셈이다. 세금은 많이 뜯어가면서, 세금으로 마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니. 종부세를 내는 이들의 불만은 당연했다.

부자들의 불만이 여론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지만, 당시 국민정서는 선별지급이 아닌 일괄지급이었다. 총선정국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까지 나서 국민 모두에게 50만원씩 주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입장이 바뀐다. 소득 하위 70% 가구 지급에서 전국민 대상 지급으로 변경했다. 뒷북 소리를 듣긴 했지만, 선별적 복지에만 익숙했던 기존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었다.

정작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반대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2차 추경안을 설명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은 긴급성과 형평성, 재정여력 등을 감안해 소득 하위 70%인 1478만 가구로 설정했다”며 3월말 기준 건강보험료 상위 30%는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하위 70% 가구인 경우에도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원이 넘거나 금융소득 연 2000만원이상 고액자산가도 배제한다고 했다.

총선 도중 당정협의가 원활하지 못했음을 감안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사실상 합의한 내용을 경제부총리가 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반박했다. 3차 추경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지만, 기재부만이 재정여력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오만까지 엿보인다. 집권 4년차인 지금까지 기재부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민주당. 이래선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지 못할 뿐더러, 문재인정부 후반기 국정의 안정성도 담보할 수 없다.

집권여당과 기재부의 엇박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종부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시가격 9억원이상 주택에 대한 세율인상이다. 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발의했지만, 기재부를 포함 당정협의를 통해 마련된 안이다. 그럼에도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1가구 1주택 장기거주자, 뾰족한 소득도 없는 분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공언했다. 긴급재난지원금과는 반대로 이번엔 민주당이 기재부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국정운영 철학과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즉자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문제다. 종부세 개정안은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수단이다. 점진적으로 종부세 대상자를 확대하고, 지가와 관계없이 모든 토지와 주택에 적정 수준의 보유세를 부과해야한다. 그때 비로소 토지와 주택은 투기수단이 아닌 거주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종부세 완화를 거론할 게 아니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여론을 모아야 할 시점이란 말이다.

코로나19 재난이란 미증유 상황에서, 어찌보면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구별없이 전국민 각각에게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선별적 복지 이외에는 상상조차 꺼렸던 보편적 복지 정책을 구상하고 구현하는 기회로 삼자. 쥐꼬리 수준일지 모르지만, 부자에게도 자신이 낸 세금으로 만든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자. 보편적 복지정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부자 역시 보다 가난한 자와 동일하게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험을 갖도록 해보자. 시간은 걸리겠지만, 부자들이 종부세를 흔쾌히 낼 수 있는 나라,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