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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반복되는 산재사망, 솜방망이 처벌이 만든 인재
시민사회,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 제정에 힘 모아야
- 기사입력2020-07-22 18:2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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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참사가 벌어진 게 지난 4월29일. 그리고 약 3개월이 채 안된, 지난 21일 용인시 SLC 물류센터에서 화재로 또다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 당시 물류센터에 근무 중이었던 69명의 노동자 중 56명은 대피했지만, 부상자 8명을 포함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사망자 5명 모두 냉동물류창고가 있는 지하 4층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지하 4층 물류센터 밀폐공간이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로 뒤덮이면서, 이들 모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질식해 변을 당했다.용인 물류센터 화재 및 인명피해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천 물류센터 참사와 비교하면 닮은 데가 많다. 용인과 이천 물류센터 모두 자재·제품 등 적재물이 다량이어서, 불이 나면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단열·보온을 위해 외장벽에 스티로폼·우레탄 등의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하고, 불길이 번지는 속도도 빠르다. 무엇보다 이들 외장 소재는 화재시 유독가스와 검은 연기를 내뿜기 때문에, 용인·이천 물류센터 모두 작업자의 질식사 가능성이 높은 작업장이었다.화재발생 원인은 당국이 조사 중이니, 과실 여부와 당사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보면, 용인·이천 물류센터 화재발생 이후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은 동일하다. 이들 모두 출구를 찾지 못해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사했다는 점이다. 화재발생에 대비해 환기시설을 십분 가동하고, 비상대피로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용인 물류센터 사고에 앞서 10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이천 물류센터에서 노동자 38명이 사망했다. 사고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빈틈없는 화재 안전대책과 실천방법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화재발생과 인명피해에 취약한 물류센터 현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을 선택하는 기업의 반인륜적 행태를 단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재사망자가 855명, 매일 2명 이상의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산업현장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21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SLC물류센터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38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천 물류센터 참사. 이 사건을 수사한 공권력이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보자.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시공사인 건우법인 현장소장 A씨 등 3명, 감리업체 감리단장 B씨 등 2명, 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 대표 등 3명 등 총 8명을 구속기소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대충 훑어봐도 사고현장에 근무하고, 사고원인과 직접 관련된 당사자들이다. 시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을 제외하면, 공사와 관련한 자율·재량권이 전혀 없는 실무자 일색이다.게다가 검찰은 시공사인 건우법인과 시행사인 한익스프레스 TF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사현장에서 산업안전 책임·의무를 총괄하는 시공사의 몸통은 건드리지 않고 꼬리만 조금 잘랐다. 공사 일정 전반과 함께 시공사에 대한 관리책임을 져야할 시행사 역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책임을 부담해야하고, 책임부담 능력도 있는 기업에 솜방망이 처분을 반복하는 사이, 이천 물류센터 참사가 용인 물류센터 사고로 다시 나타났다.“21대국회는 죽음의 행렬을 막아달라는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바로 응답해야한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한 말이다. 반복되는 참사에도 노동자의 생명보다 돈을 쫓는 기업에 탐욕을 억제하기 위해 국회를 포함 시민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에 따르면 작업장에서 노동자의 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험방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아울러 사망원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인 경우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 징벌적 손해배상의무도 부담하도록 했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손실 추정액은 2013년 19조원에서 해마다 증가해 2018년 25조2000억원에 달한다. 단언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추정치다. 지금도 산재은폐 사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산업재해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4분의 1 수준인 반면, 1만명당 사망자(1.12명)는 OECD EU 평균(0.2명)보다 6배 높다. 상당히 많은 기업이 사망사고가 아닌 사고나 재해로 감추고 있다는 뜻이다.은폐되는 산재사망자를 포함하면 산업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는 고용노동부 통계치 몇 배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뒤집어 얘기하면 산업안전 예방을 위해 기업이 조금만 더 투자하고, 법정의무만 제대로 이행해도 수십조원 이상의 불필요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노동자 자신에게도 소중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이란 사실에도 주목해야한다. 산업현장의 재해 예방과 함께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21대국회가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을 통과시켜 줄 것으로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