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가 독점하는 공공조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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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나라장터가 독점하는 공공조달 이대로 좋은가 가격·수수료 논란…경기도 ‘투명 공정 환원’ 공정조달시스템 추진

기사입력2020-08-15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해 공공조달이 사실상 독점되고 있는 중앙집중적 조달제도가 ▲시장가격보다 비싼가격 ▲조달수수료의 불공정 ▲지방분권 침해 등의 논란을 낳고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공정조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에따라 경기도는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자체조달시스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들은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의무적으로 이용해 물품을 구매하고 공사 등의 입찰을 수행한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공공조달 규모는 약 160조원에 이른다. 최근 5년 공공조달 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연평균 증가율은 9.7%다. 지방정부의 공공조달 규모는 약 50조원, 전체 조달의 31.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격·수수료 논란…“중앙집중적 공공조달 부작용 있어”

경기연구원 박경철 연구위원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나라장터를 통한 공공조달은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조달청렴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민간쇼핑몰에 비해 비싼 가격 논란이 있고 조달수수료 불공정과 지방분권 침해 등 부정적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반복되는 가격논란=경기도가 최근 나라장터에서 거래되는 물건 총 6129개 중 규격이 같아 비교가 가능한 물건 646개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13.9%에 해당하는 90개 물건의 조달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정해 대량구매를 하는 것임에도 강제로 비싸게 사게 되는 셈이다.

또, 관급물품과 동일사양의 제품이 모델번호만 바뀐 채 온라인 유통망 등을 통해 조달가격 이하로 판매돼 논란이 되기도 한다.

현재 나라장터에는 약 42만 개 중소기업만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중소기업 중 11.6%에 불과하다. 공공조달을 통해서 중소기업이 판로를 확대하거나, 기관이 효율적으로 자원을 취득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조달수수료 불공정=조달수수료는 조달청이 물품, 용역계약 및 공급, 공사계약 및 관리 등의 서비스를 수요기관에게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로 받는다. 2018년 기준 조달사업 수수료 수입은 2008억원이며, 지방정부는 해마다 약 888억원의 조달수수료를 조달청에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수료가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사업에 쓰이는 경우는 없다. 지방정부가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수수료로 조달청이 ‘굴러가는’ 구조이며, 과도한 수수료 수입에 비해 수수료 활용처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지방분권 침해=경기연구원에 따르면, OECD국가 중 중앙조달을 강제하는 국가는 한국과 슬로바키아 단 두 곳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조달은 선택사항이며, 지방정부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결국 중앙조달을 강제함으로써 지방정부가 필요한 물품이나 공사, 용역 등에 대한 구매권을 침해받는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얘기다.

또한 지방정부가 지불한 조달수수료 활용 과정에도 지방정부는 배제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지방분권 로드맵과도 상충된다.

투명, 공정, 환원…경기도형 공정조달시스템 개발 추진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은 시장단가를 반영한 쇼핑몰을 운영하고, 민간쇼핑몰과 연계해 효율성을 담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회적 책임조달 ▲방역, 재난물품 등에 긴급입찰제도 도입 ▲입찰담합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공공성도 확보한다는 것이다.

<자료=경기연구원>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수수료 수익을 특별회계로 관리하고 수수료 수익을 지속적으로 시스템 개선에 재투자해, 효율성을 높여 운영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수료 환원 정책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우대제도를 도입하고, 입찰시 근로환경 심사 등 사회적 책임조달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이와함께 창업·벤처기업의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한편, 품질향상을 위한 경비를 지원하고 기업이 중앙조달과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인증 비용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조달과정에서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도 협력한다. 공공입찰에 대해 담합이 의심되는 입찰을 공정위에 통보하면, 공정위는 해당 건의 입찰담합 혐의를 검토 후 신속히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박 연구위원은 “효율성과 공공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를 하나의 나라장터 시스템에 넣고 운영하는 게 문제”라며, “미국은 법 자체를 바꿔서 민간쇼핑몰이 조달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시장을 만드는 데 경기도가 첫발을 떼고 조달청도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해준다면, 경기도가 추구하는 정책과 국가정책이 맞물려 지역에 환원되는 공공조달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