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구속기소, 범죄 중대성 비춰보면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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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이재용 불구속기소, 범죄 중대성 비춰보면 특혜 검찰·법원, 법 앞에 평등이란 원칙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기사입력2020-09-03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신들이 만든 수사심의위 권고마저 뒤엎은 檢의 이재용 기소(동아일보)”, “檢,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이재용 기소(국민일보)”, “삼성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배경 뭔가(중앙일보).”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전격 기소한 다음날, 극우·보수언론이 낸 2일자 사설 제목이다. 검찰의 권한남용을 견제하고, 일반 국민의 의사를 검찰권 행사에 반영하겠다는 이유로 설치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위 구성, 소집 요건·절차, 진행·의결 방식 등 도입취지에 반하는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보완론 또는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 극우·보수 언론은 수사심의위 권고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주식이 단 한주도 없었던 이 부회장. 수년이상 온갖 불법·탈법을 동원해 사실상 삼성전자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삼성그룹을 장악하게 된 실체적 진실을 덮자고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수천억원 이상되는 국민의 노후자금이 사라진 사실도 외면하자고 한다.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삼성물산 주주를 포함 삼성그룹 계열사 주주에게 끼친 손해 역시 묻어두자고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행위와 관련 무엇보다 화가 치미는 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를 데려다가, 자신의 범죄행위 하수인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앞길이 창창한 청년들에게 마룻바닥까지 뜯어가며, 범죄의 증거를 감추라고 지시한 삼성그룹 수뇌부의 파렴치함. 이들의 범죄행위를 봐주자면서, 사설까지 동원해 지면을 낭비한다. 부정부패 범죄를 감시하고 정의구현을 추구한다면서, 사회적 공기(公器 )를 자처하는 언론이 할 짓이 아니다.

서울민중행동 및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7월22일 이재용 부회장 기소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들 극우·보수 언론은 그나마 면상 정도는 가리는 편이다. 이들의 속내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 자체를 감싸지는 않는다. 또 다른 극우·보수 언론은 여기서 한술 더 뜬다. “이재용 결국 또 기소, 한 기업인에 대한 끝없는 수사와 재판(조선일보)”, “끝내 이재용 기소한 검찰, 또 다시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삼성(매일경제)”, “이재용 기소 강행…정략보다 법리·경제가 기준돼야(서울경제).”

이들 극우·보수 언론은 피해자 코스프레 역할까지 대행하며, 공공연하게 이재용 부회장을 옹호한다. 반면 검찰을 향해서는 ‘법리’가 아닌 ‘정략’에 따라 ‘기업인’을 기소함으로써, 삼성그룹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한다. 경제지라는 점을 감안해도, 기소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경제’를 ‘기준’으로 삼아야한다는 주장은 너무 나갔다. ‘유전무죄’가 관행화된 법조계 적폐를 도려낼 생각은 않고, 돈 많은 피의자는 기소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를 포함 삼성그룹 계열사와 이재용 부회장은 각기 다른 경제주체다. 하지만 극우·보수 언론을 포함 이 부회장의 범죄를 덮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양자의 운명을 동일시한다. 이 부회장 기소결정이 나자, 일제히 삼성그룹 경영 등을 이유로 검찰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이재용이 곧 삼성그룹이란 인식을 깨지 못하면, 이 부회장의 어떠한 범죄행위도 처벌할 수 없다. 결국 삼성그룹 내 ‘이재용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스스로 자초한 범죄행위에 대해 법이 정한 정당한 심판을 받아야한다. 검찰은 삼성그룹 총수라는 신분을 감안해 경영활동에 그다지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불구속기소를 결정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혐의의 중대성과 국민시선에서 보자면 불구소기소는 분명 특혜다. 이 부회장이 보다 겸손하게 재판에 임해야만 하는 이유다. 아울러 검찰과 법원은 재벌총수에게만 관대했던 기존 관행을 깨고, 법 앞에 평등이란 원칙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