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삼성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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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이재용 기소 삼성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논란 삼성증권, 투자상담 가장해 삼성물산 주주 상대로 합병찬성 유도

기사입력2020-10-06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남근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 공소장에 적시된 삼성증권의 이해상충 행위를 두고, 금산분리 원칙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등장하는 핵심 기업은 삼성물산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핵심계열사 여럿도 함께 보인다. 삼성증권의 경우에는 별도의 제목 아래에 서술됐다. ‘금융투자업자인 삼성증권의 이해상충 행위’라는 이름으로.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공소장에 담긴 “삼성증권 직원들로 하여금 삼성물산 주주들을 찬성하도록 설득한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철저히 조사해서 삼성증권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하고, 제재 결과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은 이재용 부회장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과거에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었으나, 2016년 8월부터 제2금융권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심사결과 금융 관련법 위반 등으로 적격성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최대 5년간 지분의 10%이상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을 수도 있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삼성증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 29.39%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중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지분(20.76%)이 가장 많다. 이재용 부회장은 0.06%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증권의 대주주로 지목한다. 금융당국은 2017년 초대형 IB 지정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이유로 발행어음사업 인가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의 행위를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판단하면, 이재용 부회장을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해야한다는 의미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증권은 리테일 조직을 동원해 삼성물산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주주총회 찬성 의결을 권유했다.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의결권 확보까지 나선 이유는 삼성물산 주총에서 합병 승인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세계 1·2위 의결권자문사 합병 반대…삼성증권은 합병 권유

실제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건은 발행주식 총수의 69.53% 찬성으로 통과됐다. 합병 가결 정족수인 3분의 2보다 2.86% 많은 수준이다.

아울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직전 국내외 유수한 의결권 자문사의 평가는 삼성물산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합병 직전 2015년 7월2일 의결권 자문시장 세계 2위 글래스루이스는 “합병의 과정과 절차가 퇴행적이고 불투명하다. 합병비율이 물산 주주에 불리하다”는 취지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이튿날에는 세계 1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합병 비율 산정이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물산의 가치가 저평가되어 물산 주주에게 현저히 불리하다. 시너지 및 매출 예상이 구체적이지 않고 과도하게 낙관적이다”는 취지로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같은 날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역시 유사한 이유를 들어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당시 삼성증권 직원들은 삼성물산 소액주주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통상적인 상담인 것처럼 가장해 전화 또는 방문 등을 통해 찬성 의결을 직접 권유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물산 직원들과 동행 또는 주선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들을 설득했다.

나아가 검찰은 “삼성물산이 의결권 확보에 실패한 주주들의 경우에는 그 주주들의 정보를 물산 등으로부터 제공받아 여러 차례 접촉하여 의결권을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물산 발행 주식 총수의 2.51%를 확보하였다”고 적시했다.

삼성증권, 물산 주주들에게 이해관계 상충 사실 숨겼다

특히 “삼성증권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 사건 합병 추진안 등을 마련하고 실행하였으며, 합병 추진을 공표한 이후에는 모직의 자문사로서 활동하고 있어 물산 및 물산 주주들과 이해가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 상충 사실을 숨기고 고객들에게 “마치 그러한 위험이 없는 통상적인 투자상담인 것처럼 가장”하도록 이재용 부회장 등이 지시했다고 봤다. 그리고 금융투자업자인 삼성증권은 이해상충 가능성을 파악하고, 이를 미리 투자자에 알려야하는 등의 의무가 있는데, 이 의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금산분리 원칙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대주주의 자격에 대한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