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철학 ‘착한 기업’이 돈 버는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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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ESG 경영철학 ‘착한 기업’이 돈 버는 시대 왔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투명성…지구공동체 미래를 생각하다

기사입력2021-02-09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SK그룹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즈를 신세계에 매각한다는 소식은 프로야구계 뿐만 아니라 경영계도 들썩이게 했다. 최태원 SK회장이 SK와이번즈를 매각하려는 이유가 ESG 경영의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업적 성격이 짙은 프로야구를 지원하기 보다는 아마추어 스포츠를 지원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부합한다는 것을 신년사에서 언급했다고 한다.

최근 경영계 화두는 ESG 경영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다시말해 친환경·사회적 책임 경영·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기업 경영활동의 비재무적 성과지표인데, 재무적 성과만 판단했던 전통적인 투자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투자요소에 반영하는 투자방식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정의롭고 이익을 잘 내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증권가의 흐름이라는 말처럼 투자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착한 기업’에 주목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유한킴벌리가 미숙아용 기저귀를 생산해 무상 지원한다거나, 매일유업이 선천성 대사이상질환(PKU)을 앓고 있는 환아들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것 그리고 CJ제일제당이 이윤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위해 PKU 환자를 위한 저단백밥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사례 등은 미담을 넘어 그들 제품에 어떠한 철학이 담겨 있는지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최태원 SK회장은 SK와이번즈를 매각하려는 이유가 ESG 경영의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 선수들이 지난 2일 스프링캠프지인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공원야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후 구장을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특히 한진칼 오너일가의 추태와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대두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그동안 기업오너의 이익에 철저하게 충실했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주주나 노동자, 협력기업의 이익이 우선시 돼야 그것이 사회적 이익이 된다는 사회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또,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과 오너 일가의 일탈로 남양유업은 사회적 비난과 소비자의 외면에 직면해야했다.

ESG라는 큰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CEO인 래리 핑크는 CEO들에게 보낸 연차 서신에서, 화석연료 이용으로 인해 창출되는 수익이 25% 이상인 기업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겠다는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ESG관련 투자를 전체 기금의 절반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금융위원회도 2030년부터 ESG와 관련된 공시를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에 의무화하는 기업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제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ESG에 집중해야 한다. 소비자의 삶과 함께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어떤 정신이 담겨있는가는, 소비자의 선택에 중요한 고려요소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기업, 특정나라 스스로의 성장에만 집중하면 됐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 내가 생산한 제품은 국경을 넘어 지구 반대편의 소비자가 사용하게 되며, 제품 생산과정에서 지구환경에 미친 영향은 현재의 지구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지구 생태계 건강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구 공동체적 경영철학이 필요하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ESG 평가에서 한국을 종합 1등급으로 평가했다. ESG 1등급 평가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이제 기업이 돈만 버는 시대는 끝났다. 착한 기업이라야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