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논란 소지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저성과자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논란 소지 ‘타협했다며 문제가 뭐야’…노사정위 합의 주요쟁점 ①해고

기사입력2015-09-26 06:00

정원석 객원 기자 (delphi200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현재 가장 뜨거운 쟁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역시 노동개혁이 꼽힐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3일 이뤄진 합의를 기초로 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합의문은 그간 평행선만 달렸던 쟁점들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라는데 의의가 있다. 합의문은 고용·노동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금번 합의문을 기초로 ①해고 ②취업규칙 변경 ③비정규직 ④근로시간 단축 ⑤통상임금 범위 확정이라는 주요 쟁점사항들을 살펴본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 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바로 ‘해고’에 관한 부분이다.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가 없이는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 계약법리의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제적 약자로서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법문상의 ‘정당한 이유’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유지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거나 부득이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91다17931, 1992.4.24.)

지난 5월28일 무산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

여기서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사용자 측의 이해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는 사업의 기능유지, 재산적 손해와 위험발생의 방지, 대외적 위신의 추락, 다른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 등이 고려되어야 하며, 근로자 측에 관하여 문제가 된 의무위반의 종류, 중요성, 빈도와 근로자가 종래에 행한 행태와의 관련성, 사용자의 공동과실책임, 근무연한, 연령, 부양의무의 범위, 해직시점에서 근로시장의 상황, 전직의 가능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05.3.31. 2003헌바12)”고 판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정당한 해고를 구성하는 기준이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해고를 둘러싼 노사간 분쟁의 소지는 항상 있어왔다. 만약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 즉 부당해고로 판단될 경우,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임금을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소급임금액 이상의 수준으로 보상해야 한다.

요컨대 현행 해고 제한의 법리는 근로자에게는 든든한 보호막이 되지만, 사용자에게는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금번 합의문에는 이 문제에 대한 노사정의 합의가 담긴 것이다.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공정한 평가체계를 구축”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함” 등의 문언은 합의 전부터 논란이 됐던 고용노동부의 ‘저성과자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저성과자에게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전환배치를 하는 등 근로조건을 조정하고, 이를 통해서도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써 해고를 할 수 있는 절차와 세부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노사정 합의문 내용 중

<자료=노사정위원회>

문제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은 개별적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고용노동부가 제정한 가이드라인이 현행 법률과 판례의 입장과 배치되거나 보다 완화된 내용을 담고있다면 이는 무효가 될 소지가 크며, 그로인해 산업계에 막대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저성과자를 분류하는 평가의 기준이 근로자를 배제한 기업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어 표적 해고를 정당화하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으로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는 현재 축적된 판례에 따라서도 실무상 불가능한 것이 아닌데 굳이 가이드라인까지 제정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지난 4월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제출한 ‘해고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보고서는 “기업 경영에 중대한 지장 및 손해를 줄 정도로 근로자에게 적격성 불량이 존재하는 경우나 시정을 위한 주의나 교육, 전환배치 등을 해도 개선될 기미가 없는 경우 해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있다”고 전제하며, 이러한 경우에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규정, 공정한 평가 기준, 업무에 대한 충분한 지원, 충분한 개선 기회 제공, 자발적 사직(희망퇴직 등) 기회 부여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