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제도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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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제도 보완 필요 총수일가 간접지분 제재 못해…선의의 피해자도 없도록 해야

기사입력2015-11-04 00:00

최상수 객원 기자 (startax@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스타밸류 세무회계 최상수 세무사

오랫동안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과세당국으로부터 과세예고 통지를 받았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정당한 계약관계의 거래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된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의 경우처럼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의 의의

일감을 받은 법인(수혜법인)의 사업연도 매출액 중에서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과 거래한 비율(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이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수혜법인의 지분이 한계보유비율을 초과하는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얻은 증여의제이익을 각각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다.

수혜법인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세하는데, 법인의 영업이익은 배당이나 주가상승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으로 전환되므로 수혜법인의 영업이익과 주주의 수증이익은 장기적으로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수혜법인의 영업이익 중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부분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해 과세, 변칙적인 부의 이전을 방지하고 공평과세를 구현하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대기업의 여러 부당행위에 의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정부는 2011년 4월 부당지원행위 관련 상법규정을 신설하고 이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3을 제정해 2012년 거래분부터 제재를 가하게 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의 요건과 소명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의 취지는 높이 살만 하지만 과세 및 제재를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자료=비자트>

일감몰아주기 과세요건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이 있을 것 ▲수혜법인 지배주주 등의 주식 보유비율이 한계비율(일반 3%, 중소 10%)을 초과해 보유할 것 ▲수혜법인의 매출액 중 지배주주의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비율이 정상거래비율(일반 30%, 중소 50%)을 초과할 것 등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요건은 매출대상 기업규모 등은 상관하지 않고 수혜법인의 요건만을 보고 있으며 또한 대기업을 주 거래처로 삼는 기업들의 대기업 관련 매출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현행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수혜법인 또는 수혜법인의 대표자나 주주간에 특수관계가 없음을 소명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관계법인이란 상증세법 제12조의2를 말하는데 간략하게 기술하면, 수혜법인의 대표자나 주주가 대기업의 임원에 대한 임면권의 행사 및 사업방침의 결정 등을 통해 그 경영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임원 등을 포함) 본인이거나 그러한 자와 특수관계가 없어야 한다. ‘경영에 관한 영향력’에 해석의 소지가 존재하는데 과세관청은 회사의 ‘이사’ 이상의 직함을 사용할 경우 경영에 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 ‘이사’ 이상의 직급으로 퇴직한 대표가 해당 기업의 일을 하게 된다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로 과세될 가능성이 다분하며, 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과세요건에 부합되지 않도록 회사구조를 변경하거나 특수관계가 없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평소 구비해 둬야 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

상증세법과는 별도로 공정거래법 제23조제1항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규정을 통해서도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대폭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014년 2월 시행됐으나, 계속 중인 거래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1년간 유예됐기 때문에 올해 집중 감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중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또는 연 매출액의 12% 이상인 곳이다. 해당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또한 일감몰아주기를 지시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고,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리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아들 회사가 어머니 회사에 일감 몰아줘도 제재 안받아

이제 막 시작된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의 취지는 높이 살만 하지만 과세 및 제재를 하기위해서는 좀 더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얼마 전 공정위와 경실련에서 발표한 사례를 보면, 자본금 5억원의 소규모 부동산 임대업체인 롯데그룹 산하 (주)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롯데그룹 회장의 딸 신영자씨가 55% 지분을 갖고 있다. 2011년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의 매출은 (주)비엔에프통상의 12억원 뿐이었으며, 비엔에프통상은 신영자씨의 아들 장재영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공정거래법상 비엔에프통상이 롯데그룹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연히 아들 회사가 어머니 회사로 일감 12억원을 몰아줬음에도 계열사 간거래가 아니어서 제재를 받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가진 회사에 대해서만 제재할 수 있고, 간접지분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하는 경우 제재를 전혀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중기이코노미(www.junggi.co.kr)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은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친족간 지분 조정이나 합병 등으로 규제대상에서 전부 빠져나간다”며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편법적 부의 이전을 막기 위해서는 간접지분도 포함해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