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보다 과세당국 실무의존 ‘이전가격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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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법령보다 과세당국 실무의존 ‘이전가격세제’ 국제적 조세회피 방지 이전가격과세제도의 개괄

기사입력2015-11-30 00:00

김동현 객원 기자 (eversin@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유진회계법인 김동현 공인회계사

미국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애플사는 35%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고 있지만, 버진아일랜드 등의 저세율국가(Tax Heaven)에 소재한 국외자회사는 그보다 낮은 세율을 부담하기에 애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본사와 관계사 거래 시 국외자회사에 더 많은 이익을 배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 결과 애플사는 2011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1082억달러, 영업이익 342억달러를 달성했지만, 납부세액은 33억달러에 그치면서 유효세율(법인세비용/세전이익) 9.65%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세율기준 대비 약 87억달러의 세액을 절감한 효과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가 급속하게 국제화되고 개방화되면서 중국·베트남 등과의 교역이 일상화되고, 다양한 다국적기업이 나타남에 따라 이전가격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이전가격은 기업이 해외특수관계자와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흔히 말하는데, 독립기업간에 거래되는 가격보다 높은 대가를 지불하거나 낮은 대가를 받아 과세소득을 국외로 이전시키는 경우에 조세회피의 의도가 있었는지를 불문하고 그 조작된 가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같은 이전가격을 부인하고 정상가격으로 과세함으로써 과세권을 보호하고 국제적인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제도가 ‘이전가격과세제도(Transfer Pricing Taxation)’다.

우리나라의 이전가격세제는 1988년 12월31일 개정 법인세법 시행령 제46조제4항을 통해 도입됐으며, 이후 1996년 1월1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이 신설되면서 이전가격세제는 법인세법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 명문 규정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국조법 제4조제1항에 따라 과세당국은 거래당사자의 일방이 국외특수관계자인 국제거래에 있어서 그 거래가격이 정상가격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경우에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거주자(내국법인과 국내사업장을 포함)의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전가격을 부인하고 정상가격으로 과세함으로써 과세권을 보호하고 국제적인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제도가 ‘이전가격과세제도(Transfer Pricing Taxation)’다.<자료=비자트>

국조법에서의 특수관계자는 ▲거래당사자의 일방이 타방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하고 있는 관계 ▲자본의 출자관계, 재화·용역의 거래관계, 자금의 대여 등에 의해 거래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고 거래당사자의 일방이 타방의 사업방침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크게 지분소유와 실질지배력 보유 여부로 판단한다.

국조법에 따르면 이전가격거래가 있는 내국법인의 경우 그 거래가격이 정상가격임을 입증하는 정상가격 산출방법에 관한 증명자료를 보관, 비치해야 한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해당 사업연도에 ①국외특수관계인과의 전체 재화거래 금액의 합계가 50억원 이하이고, 용역거래 금액의 합계가 5억원 이하인 경우 ②국외특수관계인별 재화거래 금액의 합계가 10억원 이하이고, 용역거래 금액의 합계가 1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세당국으로부터 이전가격 조정 과세를 받는 경우 과소신고가산세 적용의 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는 해당 회계연도에 대한 이전가격 보고서를 세무조정 신고기일까지 작성 및 구비해야 하며 ▲과세당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요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과세당국은 납세의무자에게 국제거래 관련 정보(이전가격 보고서 포함)를 제출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납세의무자는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납세의무자가 과세당국의 요청자료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했을 경우 최고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 한국 과세당국은 국외 특수관계거래가 있는 납세의무자에 대한 서면조사 및 정기 세무조사 시 이전가격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국조법은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사업자 사이의 거래가격’에서 정상가격을 산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예컨대 ▲비교가능 제3자 가격방법은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사업자 간의 거래가격 ▲재판매가격방법은 자산의 구매자가 특수관계 없는 자에게 재판매하는 경우 그 판매가격에서 통상이윤으로 볼 수 있는 금액을 차감한 가격 ▲거래순이익률방법은 특수관계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 실현된 거래순이익률을 기초로 산출한 거래가격을 각각 정상가격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전가격세제는 제도적 한계와 불충분한 법령 내용으로 인해 국조법령 자체보다 과세당국의 실무에 많이 의존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예컨대 현행 국조법이 ‘특수관계 없는 독립된 사업자 사이의 거래가격’을 적법한 정상가격 산출 요건으로 삼고 있는 이상, 특수관계자 사이의 거래에 적용된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보아 과세처분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종종 구체적 타당성을 근거로 들면서 특수관계자 사이의 거래에 적용된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보아 과세처분을 하고 있으며, 조세심판원 심판결정과 국세청 심사결정 또한 위 과세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즉 기존의 실무 관행이 법치주의에 앞서는 결과가 왕왕 발생하고 있어 이를 맞닥뜨린 실무자들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