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구속력 없는 ‘지침’ 노무 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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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법적 구속력 없는 ‘지침’ 노무 혼란 불가피 고용노동부 ‘공정 인사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주요 논점

기사입력2016-02-15 00:00

정원석 객원 기자 (delphi200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고용노동부가 ‘공정 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라는 양대 지침을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노동개혁 관련 논의 중 노사간 입장이 가장 첨예했던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강행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공정 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은 총 243페이지(공정 인사지침 170페이지,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73페이지) 분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한 현행 법률 규정과 판례, 행정해석 등이 담겼다.

‘공정 인사지침’에는 채용, 인사평가, 보상, 교육훈련, 배치전환, 퇴직관리 등 인사관리시스템상의 각 하부기능들을 중심으로 사업장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을 차례로 짚었으며, 이어 업무능력 결여와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에 대한 정당성의 판단 기준과 부당해고시 근로자의 권리구제 절차 등을 제시했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에는 취업규칙의 전반적인 개념과 함께 작성과 신고, 변경과 그 절차,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관계, 60세 정년 법정화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그에 관련한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이슈, 그리고 취업규칙과 관련한 근로감독관의 업무처리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 모습.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금번 지침 발표는 노사간 초미의 관심사였다. 노사정위원회의 회의가 툭하면 결렬되고, 노측 위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지침의 제정이었다. 고용노동부가 끝내 지침을 발표하자 양대노총은 즉각 반발하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경영계도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 모양새다. “그동안의 법원 판결을 유형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입장이다.

‘지침’이라는 형식 자체의 문제도 지적된다. 고용노동부는 행정기관이지, 사법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해고의 정당성이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사법기관인 법원이 하는 것이지 행정기관인 고용노동부가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데,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지침을 발표함으로써 정당성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려는 것은 근거없는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사용자가 지침의 내용에 따라 해고나 취업규칙 변경을 했는데 이것이 분쟁으로 이어져 소송으로까지 번질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지침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서, 이를 기초해 행한 처분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사용자의 승소를 기대할 수 없다. 사용자가 금번 지침에 따라 해고를 했고, 이것이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판정될 경우 노동실무 전반에 걸쳐 막대한 혼란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 경우 사용자는 “고용노동부의 해고 지침에 따라 해고를 행했는데도 소송에서 패소해 손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구제를 구할 수단도 없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중한 분위기다. 노무법인 원의 김우탁 대표노무사는 “관련 제도와 관행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제정 배경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노사간 대립이 가중될 가능성도 일부 존재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후속 대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