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법에 자율주행車 S/W 포함해야”

프린트

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제조물책임법에 자율주행車 S/W 포함해야” 제조사-개발자-부품사 위험분담 방식…소프트웨어 책임법도 고려

기사입력2016-05-09 14: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구글이 시험운행중인 자율주행자동차 ‘구글카(Google car)’가 지난 2월 낸 사고의 법적책임 소재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앞선 17차례 사고의 경우 다른 사람의 과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구글카의 과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조작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차가 교통사고를 내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피해를 입힐 경우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할까?

IT IP 전문로펌 ‘법무법인 민후’가 최근 주최한 ‘제1회 신기술 경영과 법’ 컨퍼런스에서 최낙균 변호사는 “현재 형법상 ‘사람’의 행위에 고의나 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법적 처벌을 할 수 있어, 자율주행자동차가 교통사고를 냈을 때 그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다”며 “민사책임과 보험 영역을 절충·보완하고, 소프트웨어 책임을 규정하는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실로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 원칙적으로 ‘교통사고 처리 특별법’에 따라 형사와 민사 책임을 지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법이든 형법이든 기본적으로 ‘사람의 고의과실’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기술발전에 따라 크게 5단계로 나뉜다. ▲기계적 장치외에 자동화 장치를 적용하지 않은 0단계 ▲파워핸들이나 브레이크 등 일부 보조장치에 기술을 적용한 1단계 ▲운전자가 좌우·전후주행을 자율주행자동차에 맡길 수 있으나 전방주시 등을 해야 하는 2단계에서는 운전자가 사고에 대한 법적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주행 대부분을 자율주행자동차에 맡기고 운전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3단계와 ▲최종목적지 입력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4단계의 경우, 법적책임 관계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3·4단계의 경우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자동차를 운행하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2.5세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 아직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3·4단계 수준의 기술이 구현되고 소프트웨어 에러로 사고가 날 경우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운전자 가운데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책임을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에게 물으려면 기술개발 당시에 구체적으로 사고발생을 예측했는지 등을 검토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명백한 오류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고의로 제품을 생산했는지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또 예측하지 못했던 오류로 인해 사고가 났을 경우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책임져야 할 의무가 없다. 최 변호사는 “만약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와 프로그램 개발자를 처벌한다면, 누가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고 개발하겠느냐”며 “이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자체를 처벌할 수도 없다. 기껏해야 기술을 삭제할 뿐 형량을 부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 변호사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교통사고는 민사책임과 보험의 영역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제조물 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교통사고에서 급발진과 같은 자동차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의심될 경우 이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조물 책임법에서는 제조물을 명시적으로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으로 제한하고 있어 소프트웨어를 포함하지 않는다. 때문에 운전자의 과실이 명확한 0·1·2단계의 자율주행자동차는 현행법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3·4단계의 경우 주행을 ‘소프트웨어’가 하게 되면서 기존 법령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최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법에서 제조물에 소프트웨어를 포함시킬 경우 기술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제조사, 개발자, 부품사가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생명·신체·재산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별도로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책임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종전의 운전자 중심의 책임구조에서 벗어나 제조자 중심의 책임구조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보험역할을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과실책임 부담과 완전한 손해배상이라는 현행법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책임간에 제조물 책임,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 입법을 통한 소프트웨어 책임을 아울러 하나의 보험체계에서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