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유통업 돌파구 “업체 협업 vs 수직적 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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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협력사는 파트너다 중소유통업 돌파구 “업체 협업 vs 수직적 분업” 협동조합 결성 공동마케팅 아니면 대기업-플랫폼, 중소-판매 역할

기사입력2016-05-23 00:0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인터넷쇼핑 소비자 증가 등으로 고사 직전에 처한 중소유통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중소유통업체간 협업’을 기반으로 한 공동마케팅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대자본에 맞서는 것은 회의적이며, 대기업과 중소상인간 유통의 ‘수직적 분업’을 통해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기업이 구매·저장 등 플랫폼 역할을 하고 중소상인은 판매·배달을 담당하는 분업체계가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소기업학회가 공동 주최한 중소유통상인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 ‘유통 3.0’ vs 수직적 분업=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지난 19일 공동으로 주최한 ‘중소유통산업 발전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중소유통업체의 대안으로 ‘중소기업 유통 협업’을 제시했다.

‘골목형 슈퍼마켓·도소매점 등 중소상인 유통(유통 1.0)’에 이어 ‘유통시장 개방(1996년) 이후 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아웃렛 등 기업형 유통체인 확산(유통 2.0)’을 거쳐 이제 ‘중소유통의 협업(유통 3.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유통 3.0’시대에 맞춰 “중소유통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결성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고 중소상인간 협업과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미 일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구매·공동배송·공동저장 등 공동물류, 공동브랜드, 경영의 과학화, 홍보·판촉 등 공동마케팅을 강화하자는 제안이다.

또 다른 발제자인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중소상인간 구체적인 협업 방식으로 ‘O2O 비즈니스’의 슈퍼마켓 적용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슈퍼마켓협동조합-통신사 등이 ‘온라인 슈퍼마켓’을 구축하는 모델이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면 인근에 있는 슈퍼마켓이 배달하는 체계다. 현재 중기중앙회와 네이버가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가 중소상인간 구체적인 협업 방식으로 제시한 ‘O2O 비즈니스’의 슈퍼마켓 적용 방안. ©중기이코노미

반면 이 보다는 현실을 고려해 “유통의 ‘수직적 분업’이 대안이다”라는 반론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경제학)는 “골목상권이 대자본에 의해 몰락하고 있는데, 온라인에서도 대기업의 자본력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기업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감안할 때, 동네 슈퍼마켓의 인지도가 이에 맞설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대기업이 구매·저장·배송 등 플랫폼을 제공하고, 중소상인은 판매·배달을 담당하는 ‘수직적 분업기능’이 현실적”이라며 “다만, 면 소재지·아파트 중심지 등 타깃지역에 한해 중소유통상인이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유통정책 “중앙정부-지방정부 역할론 구분”=‘중소기업 유통의 협업’을 대안으로 제시한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해 지방특성을 고려한 지역유통정책을 마련할 것”도 함께 제안했다. 지방정부 역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이 교수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 지역특성을 반영한 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정책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산업연구원 김숙경 연구위원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구분론에 공감을 표했다. 나아가 김 연구위원은 “단지 유통정책을 수립하는 주요 단위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바꾸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통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구분을 통해 지역 중소상인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일본 사례도 소개됐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은 1960년대 이후 종합슈퍼(GMS) 등 대규모 소매업체가 진입해 중소상인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일본은 국토교통성·경제산업성·중소기업청 등으로 구성된 ‘중심 시가지 활성화 관계성청 연락협의회’를 설치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지자체가 사업평가 후 지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 권한을 강화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의 중소유통정책 역시 개별상권(시장) 단위가 아니라 지역상권 단위에서 도시재생과 연계해 볼만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