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상자는 갤러리’ 장애아동 예술작품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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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아트 콜라보레이션 ‘약 상자는 갤러리’ 장애아동 예술작품 선보여 제약사 스튜디오 예술가 ‘미래 예술가’ 창작지원…공유가치 창출

기사입력2016-06-03 13: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프로젝트A에 참여한 장애아동의 작품이 들어간 카톤박스.<사진=조아제약>

약을 담는 칙칙한 황토색 상자가 다채로운 색을 입었다. 자세히 보면 예술작품도 들어가 있다. 장애아동이 그린 작품이다. 종이상자에 입혀진 개성 있는 작품들을 보면 약사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단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잠실창작스튜디오와 조아제약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결과물이다. 조아제약은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장애아동 창작지원 프로그램인 ‘프로젝트A’를 후원 중이다. 현업 미술가 5명이 미술에 재능이 있는 장애아동 5명의 멘토가 돼 활동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말미에는 서울시민청에서 작품 전시회도 연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장애예술인들을 위한 서울시의 전용 창작공간으로 장애아동도 참여한다. 스튜디오는 2013년 메세나 후원 기업을 물색하던 중 조아제약에 제안서를 건넸다. 메세나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을 지원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말한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서민지씨는 2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조아제약에서 제안을 흔쾌히 승낙해 올해로 4년째 후원하고 있다”고 했다. 조아제약은 미술재료비나 운영비 등 재원을 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멘토 예술가의 역할이다. 팝아트작가 마리킴, 아트놈, 임지빈과 한국화가 라오미는 4년째 프로젝트A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2013~2014년에는 찰스장 작가가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일러스트작가 홍원표가 합류했다. 예술가들은 장애아동들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교육도 받는다. 지난해에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윤선아 강사로부터 발달장애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조아제약이 후원하는 ‘프로젝트A’는 미술가 5명이 장애아동 5명의 멘토가 돼 활동하는 프로젝트다. 멘토링 후에는 서울시민청에서 전시회를 열고 조아제약 제품에 작품을 넣기도 한다.<사진=잠실창작스튜디오>

예술가와 장애아동은 5개월간 멘토·멘티로 지내며 전시를 준비한다. 다른 팀과 함께 워크숍을 갖기도 하고, 각 팀마다 만나 개인교습을 하기도 한다. 예술가를 꿈꾸는 아동들이 현업 예술가의 집중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원촌초등학교 곽준호군의 멘토로 활동한 마리킴 작가는 “처음에는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하던 준호가 수업을 거듭할수록 흥미를 느껴 끝까지 그릴 수 있게 됐다”며 “준호 동생이 두 명인데 세 아이 모두 작업실에 와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다양한 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5개월간의 멘토링이 끝나면 서울시민청에서 작품전시회를 연다. 시민청 전시가 끝나면 조아제약 본사 로비에서도 전시를 이어간다. 장애아동 작품 중 일부는 조아제약의 약 상자에도 입혔다. 흔히 카톤박스라고 부르는 종이상자다. 조아제약에서는 비타민, 영양제 등 약 패키지에도 장애아동의 작품을 넣기 위해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A에서 A는 예술(Art)과 가능성(Able)을 뜻한다. 일회성 메세나가 아닌 지속적인 후원으로 조아제약은 2014년 서울시 민관협력 우수기관 표창도 받았다. 조아제약 조성배 대표는 “프로젝트A는 예술 활동으로 장애아동의 가능성을 키우고 자립 기반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제는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장애아동들은 예술가로 성장하고 있다. 프로젝트A 1기 신동민군은 지난해 개인 전시회를 열었고 한승민군과 심안수군도 전시활동을 하고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서민지씨는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멘티들이 예술가로 성장해가고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프로젝트A가 더욱 희망차게 나아갈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생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