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and After’ 역사에 빛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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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Before and After’ 역사에 빛을 더하다 [그림을 읽다:Blue-chip Artist] ④ 정현숙 작가

기사입력2014-01-03 18:37

이유미 객원 기자 (arocoo@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Before and After 158cm x 140cm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1

우리의 전통양식 가운데 용도와 수요가 사라져가는 것들 중 나전칠기가 있다. 자개의 오묘한 색은 어떤 인위적으로 만든 물감으로도 표현해 낼 수 없다. 이 작품은 그 자개를 응용해 현대적 조형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그 방법으로 비구상적 패턴을 만들기도 하고 기성 공예품에서 사용하던 문양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나비, 꽃 등의 자연물이나 구상적인 형상 위에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통해 장인의 마음을 되새긴다. 특히 도자기형상은 자개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Before and After’라는 명제가 보여주듯이 과거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우리 앞에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시간성에 중점을 두었다. 전통적 재료가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미래에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작가 노트 중)

Before and After 154cm x 150cm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2

그물망과 같은 직조, 원형의 반복 등 조형미를 추구해 오던 작가 정현숙은 화사한 질료로 화면 전체를 반복 확대하면서, 다양한 변화의 양상을 펼치고 있다.

2009년부터 전개되고 있는 작품 명제 가 말해주듯이, 패턴의 한결같음 속에 자리하는 현대적 감각의 재해석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를 환기시키며, 미래와 마주하는 세계로 이끌고 있다. 흡사 역사와 호흡하는 현대인에게 탈(脫)현실적인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Artist Profile-정현숙

특히 정현숙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순간 ‘숨 막힐 듯 빛나는’이란 표현처럼 작품의 요소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작가의 손끝으로 되살아난 역사의 형상은 각도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빛과 색 그리고 그녀만의 감각을 표출한다.

평론가 오광수는 “작가는 전통적인 재료가 환기시키는 독특한 정서를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자개농이 화사하면서도 그윽한 내면의 향기를 머금고 있음은 다름 아닌 질료가 발하는 장식성에 기인되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의 작품 속에는 과거의 문양이나 구성적 패턴을 구가하지는 않으나 질료 자체에서 나오는 독특한 장식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단순한 패턴의 반복 속에서도 화사한 질료가 발하는 독특한 장식성이 화면 전체로 확대되면서 그윽한 반향을 자아내고 있다. 그가 구사하는 조형의 패턴이 한결같이 추상적, 기하학적 구조의 것임에도 유독 나비 문양은 가장 구체적인 형상으로 떠오르고 있음이 눈길을 끌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마다 눈부신 빛을 발산해

정현숙은 영원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 온 작가임과 동시에 빛을 영원히 붙잡으려 노력하는 작가다. 초기작이 원의 형상을 소재로 우주의 무한한 영원을 이야기했다면 2000년경부터는 금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원을 그리면서 빛을 붙잡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눈부신 빛을 발산한다. 어떤 과학 기술도 사용하지 않는 그 빛의 정체는 자개와 크리스털이다.

Before and After 150cm x 150cm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1

이문정 평론가는 그녀의 빛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정현숙에게 빛은 영원함이다. 빛은 세상의 시작과 함께 생겨났고 작가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한다. 작가는 태양, 달 그리고 별에 대한 선망, 금은보석에 대한 인간의 갈구가 빛에 대한 욕망이라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빛나는 물건에 투사한다. 또한 빛은 아름다운 진리이자 세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빛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충만함인 동시에 텅 비어있는 허상이며 그 안에는 있음과 없음, 생성과 소멸이 공존한다. 빛은 가장 순수하게 영원히 존재하는 세상의 진리이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순간을 붙잡아 과거와 미래가 모두 포함되는 현재를 창조하고자 하는 작가 정현숙, 모든 것을 빛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그윽한 작품 세계에 함께하길 바란다. [갤러리192 이유미 아트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