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 강화…FTA ‘직접검증’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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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美 보호무역 강화…FTA ‘직접검증’ 대비해야 자국 산업보호 움직임…美 세관 우리 수출품 ‘원산지 검증’ 요청 늘어

기사입력2016-09-01 15:08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세계 각국 정부가 취한 보호무역 조치는 20% 가량 증가했다. 특히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국 내 산업보호를 이유로 보호무역 장벽을 두텁게 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산 냉연간판에 522%의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최근에는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에 대해서도 덤핑판매 결과를 내놨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한국의 주요 교역국(2016년 7월 기준 수출 2위, 수입 3위)이다. 미국의 수입규제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 한미FTA ‘직접검증’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국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美 무역구제조치 증가

대한상공회의소가 미국 로펌 크롤앤모링(Crowell & Moring), 법무법인 율촌과 함께 지난 31일 개최한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 동향과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대니얼 캐니스트라(Daniel Cannistra) 변호사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무역구제조치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무역구제조치란 불공정한 무역행위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정상적인 무역으로 외국산 제품을 수입하더라도 해외수출자가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수출해 국내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거나, 외국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아 만든 물품이 국내에 수입돼 국내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줄때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말한다.

대니얼 변호사는 지난해 이후 미국에서 실시한 국가별 무역구제조사 건수를 보면, 반덤핑 조사건수는 중국(16건)에 이어 한국이 9건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총 상계관세조사건수는 중국(12건), 인도(6건)에 이어 4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6월 미국의 화학기업이 한국산 가소제에 반덤핑제소를 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삼성과 LG의 중국산 세탁기에 각각 111%, 49%의 예비관세를 부과했으며, 열연강판에도 최대 6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최근에는 철강에 이어 석유화학 제품에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행위를 세계적 과잉생산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값싼 중국산 철강이 쏟아졌고, 이를 계기로 미국의 철강산업이 경제적 타격을 입은 탓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 열연강판 115만톤(7억달러)을 수출했으며, DOTP(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고온에서 성형가공을 돕는 화학물질)는 312만달러를 수출해 미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 1위(55.9%)를 기록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수입규제를 받는 국산 철강·금속 품목은 올해만 13개 늘어나 총 87개로 파악된다. 파악하지 못한 품목을 합하면 수입규제를 받는 품목은 더 많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FTA 보호무역 금지 불구 원산지 ‘직접검증’이 장벽

앞으로도 당분간 미국의 수입규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법무법인 율촌(유) 소순무 변호사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부여 등 국가간 정치·경제 이슈가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보호무역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미국 세관이 우리나라 수출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을 요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원산지 검증을 요청한 횟수는 2012년 69건에서 2013년에는 470건, 2014년에는 482건까지 늘었다.

한·미FTA에 따라 관세혜택을 받으려면 수출제품이 역내에서 생산한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 섬유·의류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 수입국 세관이 직접 방문해 검증하는 ‘직접검증’을 채택하고 있어 ‘간접검증’에 비해 까다롭다. FTA에는 ‘보호무역 금지조항(Standstill Principle)’이 있어 양허관세율 이상을 부과할 수 없지만, 검증과정을 통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특혜관세를 추징할 수 있다. 즉 까다로운 직접검증이 보호무역을 위한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FTA의 경우 ‘신속함’이 생명이다. ‘수출물품의 원산지를 증명하는 자료를 보내달라’는 내용이 담긴 정보제공요청서(CBP Form 28)의 답변기한은 30일이다. 그러나 수입자가 정보제공요청서를 국내 수출자에게 전달할 때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려, 대응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소에 원산지 검증과 관련된 서류를 챙겨둬야 한다. 만약 기한을 넘겨 제출하는 경우 관세특혜가 취소될 수 있다. 또 섬유·의류업체에 대해서는 생산기반 유무를 집중적으로 검증(현지검증)하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이슈가 있을 때 한·미FTA를 활용한 중국제품의 우회수출 우려때문에 원산지 검증을 철저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또 원산지 기준은 교역상품의 국적을 판별하는 기준이다. 재료를 수입했을 경우 실질적으로 상이한 제품으로 만들어 세번(HS코드)이 변경되면 원산지 물품으로 인정하는 세번변경기준, 생산국 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해야 인정하는 부가가치기준, 특정한 생산공정을 수행해야 역내산으로 인정하는 가공공정기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2개 이상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원산지 물품으로 인정한다.

세번변경기준의 경우 원재료와 제품의 HS코드 분류가 정확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제품의 HS코드를 판단하지 말고 관세평가분류원의 품목분류사전심사제도 등을 활용해 정확한 세번을 알아야 한다. 부가가치기준은 완제품의 가격, 원재료별 재료비, 조정가치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완전생산기준을 적용하는 품목은 국가 또는 공공기관에서 생산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