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택배, 배터리 문제 풀어야 상공에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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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드론택배, 배터리 문제 풀어야 상공에서 난다 기술·안전과 함께 보안 신경 써야…해킹 당하면 대형사고 위험

기사입력2016-09-05 12:00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단연 ‘포켓몬 고’였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쏘다니며 포켓몬을 잡기 바빴다. 한국에는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속초에서는 가능하다고 알려지며 전국 게임애호가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장난감·게임애호가들이 드론을 날리러 집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박종서 교수는 최근 윕스가 주최한 드론 신기술세미나에서 “포켓몬 고와 드론의 가장 큰 의미는 PC방에만 있던 게이머들을 집밖으로 꺼낸 것”이라고 했다.

드론을 수식하는 말들은 많다. 날개 달린 스마트폰, 하늘에서의 산업혁명 등 미사여구가 넘쳐난다. 일단 정의는 사람 없이 자율적으로 비행하거나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항공기다. 군사용으로 널리 쓰이다 최근에는 개인 레저용과 산업용 등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가격 인하로 개인용 드론의 문턱은 대폭 낮아졌다. 인터넷에서 5~10만원이면 중국산 드론을 살 수 있다. 산업 분야에선 물품 수송, 산림 보호와 감시, 시설물 안전 진단, 국토 조사 등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무역센터 전역에서 열린 씨페스티벌(C-FESTIVAL)에 선보인 드론들. ©중기이코노미

택배 무거울수록 배터리 빨리 닳아 비행시간 짧아져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드론택배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아마존이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일본은 도쿄 인근 지바시를 드론택배 전략 특구로 정하고 고도제한 등의 규제를 풀었다. 영국은 올해 7월에 아마존의 드론배송 시험비행을 허가했다. 미국보다 영국에서 먼저 드론택배가 상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드론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자 15곳을 선정하고 부산, 대구, 영월, 고흥, 전주에서 시험비행을 진행 중이다. 드론택배에 해당하는 물품 수송 분야에서는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 대한항공과 부산대, 항공대, 경북대가 시범사업권을 얻었다. 시범사업자들은 드론에 5kg 이내의 택배상자를 부착한 뒤 5km 이내까지 운반하는 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부 사업인 만큼 드론은 모두 국산이다. 유콘시스템, 엑스드론, 성우엔지니어링, 부산대, 항공대에서 각각 만든 드론을 시범사업에 쓰고 있다.

드론택배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드론은 배터리로 움직이는데 현재 기술력으로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0분이다. 적재량도 관건이다. 택배가 무거워질수록 배터리가 빨리 닳아 비행시간은 짧아진다. 첫 번째 해결방안은 경량화다. 섬유복합재료 등을 써 드론을 가볍게 만들면 보다 오래 비행할 수 있다. 배터리를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윤광준 교수는 “현재 20~30분인 비행시간을 1시간 이상까지 늘려야 한다”면서 “차세대 배터리, 전기 하이브리드 엔진, 연료전지 등의 차세대 동력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70% 독식한 중국 DJI, 한국에 실내비행장까지

한국이 드론 제조사로서 세계시장을 뚫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드론 수입·판매사는 많지만 제조사는 드물다. 전세계 민간 드론시장은 3강구도다. 중국 기업 DJI가 시장의 70%를 독식하고 있고 프랑스의 패럿과 미국의 3D로보틱스(3DR)가 나머지를 나눠먹고 있는 모양새다.

전 세계 드론시장 70%를 점유한 중국기업 DJI가 경기도 용인에 설립한 실내비행장 조감도<사진=DJI코리아>

지난해 연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한 DJI는 완구용 드론을 주로 취급하다 최근엔 산업용 시장까지 손을 뻗었다. 드론 특허 전문가인 화인특허법률사무소 최승욱 변리사는 “한국이 중국 완구용 드론과 가격으로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산업용 시장으로 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DJI가 시작했다. 계속 불리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특허 출원 건수로 보자면 드론 기술은 초기 단계다. 최 변리사가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 출원된 드론 3사의 특허를 전수 조사한결과 130건이 나왔다. 여러 국가에 중복된 특허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다. 기업별로 보면 패럿이 80건, DJI가 50건이었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운영 중인 3D로보틱스는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다. 출원 국가별로 보면 DJI의 경우 미국에 32건, 유럽에 12건, 일본에 4건, 한국에 2건을 출원했다. 패럿은 미국 32건, 유럽 28건, 일본 20건으로 한국에는 출원하지 않았다.

DJI는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엔 서울 홍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DJI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판매장이다. 8월에는 ‘DJI 아레나’를 경기도 용인에 열었다. 이 회사가 만든 최초의 실내 드론 비행장으로 면적만 1395㎡(약 400평)에 달한다. 비행초보자들을 위한 교육과 관련 워크숍을 진행할 생각이다. 문태현 DJI코리아 법인장은 “비행애호가들이 외부 환경에 방해받지 않고 실내 비행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한국은 잠재력 있는 드론 시장”이라고 말했다.

날아다니는 스마트폰…해킹 당하면 대형사고 위험

드론이 상용화됐을 경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도심에서 드론택배를 운행할 경우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다, 드론이 고장나거나 해킹당하면 추락해 행인들을 위협할 수 있다.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윤광준 교수는 드론의 충돌회피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교수는 “드론이 사람과 충돌할 위험이 있는 경우 스스로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드론이 고장나면 자체적으로 진단해 치유하거나, 추락시에는 낙하속도를 저감하는 식의 해결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드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해킹을 당하면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군사용 드론에서는 사이버 보안사고가 흔하다. 외부로부터 해킹 당한 미국 드론의 촬영 영상이 이라크 시아파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2012년 한국 해군정찰기도 해킹을 당해 16일간 GPS 전파교란을 일으키며 1000여대의 항공기와 250척의 선박에 피해를 준 일이 있었다.

드론은 태생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다. 한서대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박태규 교수는 “드론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므로 항상 송수신 장치가 열려있다. 외부 전자기 신호에 민감해 전파교란, 해킹에도 매우 취약하다”며 “지금까지 드론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날개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법적, 기술적, 윤리적 대책을 종합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