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수 있는 미래, 아이 낳아 키울 희망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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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결혼할 수 있는 미래, 아이 낳아 키울 희망 줘야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은 젊은이들의 사회적 태업이다

기사입력2016-09-09 15:51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요. 둘째는 부의 척도, 셋째는 부의 상징이라잖아요. 애들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둘째를 가지라는 돌잔치 덕담에 아이엄마의 돌아오는 대답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출산을 하고 전업주부로 들어앉았다. 신랑 혼자 벌어서 살기 힘들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극한 환경에서 번식을 조절하는 동물 다큐의 한 장면을 연상했다. 결혼할 처지가 못돼 혼자 살고, 결혼해서도 조건에 맞춰 자녀 수를 결정해야 되는 세상. 삶이 아니라 생존이다.

출산율, 세계 최저의 기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35년간 지속되던 산아제한정책을 폐기한 것이 1997년의 일이다. 불과 20년도 안 돼, 출산억제에서 출산장려로 180도 정책을 급변경한 것도 유래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출산율이 낮아져 세계 최저로 떨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가를 한 집안으로 비유한다면 대가 끊길 걱정을 해야 할 처지다.

정부가 다급해졌다. 지난 8월5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한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가정 양립의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 이후 정부부처와 여당이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도 총재가 직접 나서서 인구고령화 문제는 미국의 기준금리나 가계부채보다 어려운 과제임을 토로할 지경이니 한국경제의 최대 과제가 저출산 해소라는 주장도 과하다고 할 수 없다.

저출산 해결의 주체는 누가 뭐래도 저임금, 고용불안에 놓여있는 대다수 젊은이다. 일시적인 인센티브 정책이 아닌 젊은이들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경제개혁만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저출산 고령화 대책 특위 구성안에 대해 273명이 찬성한 모습. 반대는 0%다.<사진=뉴시스>

늦었다. 결혼 세대와 가임여성 인구조차도 줄어드는 추세니 저출산 대책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하루라도 빠른 대책을 내놓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동기가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다급함이나 호들갑만 있었지 정작 위기감에 걸맞은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가정 양립제도의 정착방안, 보육 사각지대 해소, 주거대책 마련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일 뿐이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이어온 저출산 대책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에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임금 구조와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고용불안, 이를 방치해 놓고 매번 사탕발림 같은 대책만 쏟아내니 인구절벽 현상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은 젊은이들의 사회적 태업이다. 저임금과 고용불안 정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집단 시위인 셈이다. 한 달에 수천만원 생활비를 쓰는 장관이나 대기업 회장이라고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출산 해결의 주체는 누가 뭐래도 저임금, 고용불안에 놓여있는 대다수 젊은이다. 일시적인 인센티브 정책이 아닌 젊은이들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경제개혁만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가위 명절이다. 수많은 가정에서 ‘언제 결혼하냐?’. ‘애는 안 가지냐?’라는 인사는 더 이상 덕담이 아니다.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월세방, 지하방, 고시촌 좁은 방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이다. 결혼을 해서도 출산을 내일로, 또 내일로 미뤄야 하는 신혼부부다. 이들에게 결혼할 수 있는 미래, 아이들 낳아서 키울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국가대사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전향적인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