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공급 중견 “시장지배 보단 연구개발을”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원자재 공급 중견 “시장지배 보단 연구개발을” 골판지제조업 적합업종 후에도 성장 주춤…“소수 시장지배 원인”

기사입력2016-09-22 13:3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골판지 및 골판지상자 제조업은 지난 2011년 적합업종 지정 이후 통계청에서 확인 가능한 2014년까지 사업체 수는 다소 증가했으나, 종사자 수와 매출액은 큰 변동이 없다. 이처럼 적합업종 지정 이후에도 성장세가 멈춰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소수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원자재를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중견기업이 시장지배 보다는 연구개발에 눈을 돌려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중소기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200인이상 사업체의 경우 통계청 자료 누락 연도 제외<자료=통계청>

◇사업체 수 다소 증가…中企 종사자 많아=22일 통계청 광업·제조업 조사를 보면, 골판지 및 골판지상자 제조업 사업체 수는 2000년 451개에서 2009년 488개로 늘었다. 9년 동안 8.2% 증가했다. 2010년 자료는 없고,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2011년 509개였던 사업체는 2012년 535개, 2013년 572개, 2014년 600개로 늘었다. 3년 동안 17.8% 증가한 것이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 사업체가 더 많이 늘어났음을 알수 있다.

업체 수가 증가하면서 종사자 수도 늘어났고, 전체 골판지업계 종사자 수에서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도 함께 증가했다. 2009년 전체 골판지 제조업 종사자 수는 1만2394명이다. 10~19명 사업체에 3767명, 20~49명 사업체에 4639명 그리고 50~99명 사업체에 1716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세 분류 종사자 수를 합치면 1만122명으로 전체 종사자 수의 81.6%에 해당한다. 2014년의 경우 전체 골판지 제조업 종사자 수는 1만5794명이다. 10~19명 사업체에 4578명, 20~49명 사업체에 5705명 그리고 50~99명 사업체에 3168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세 분류 종사자 수를 합치면 1만3451명으로 전체 종사자 수의 85.1%에 해당한다.

200인이상 사업체의 경우 통계청 자료 누락 연도 제외<자료=통계청>

골판지 제조업 전체 매출액은 2011년 4조5111억원에서 2014년 4조7722억원으로 3년간 5.75% 증가했다. 10~19명 사업체 매출액은 2011년 9131억원에서 2014년 9732억원으로 6.58% 증가해 골판지 업체 매출액 평균보다 0.83%p 앞섰다. 20~49명 사업체 매출액의 경우 2011년 1조3003억원에서 2014년 1조4067억원, 8.18% 증가해 골판지 업체 매출액 평균보다 2.43%p 높았다. 50~99명 사업체 매출액은 2011년 1조1431억원에서 2014년 1조3059억원, 14.24% 증가해 골판지 업체 평균 매출액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100~199명 사업체 매출액은 2011년 8348억원에서 2014년 7662억원으로 8.21% 감소했다. 200명 이상 사업체의 경우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과 2013년 매출액만 있고, 각각 3197억원과 3905억원이다.

◇골판지 제조업 실태=골판지상자 제조업은 골판지상자 제조용 골판지를 이용해 골판지상자 및 관련 제품을 만드는 산업이다. 1차 제조업부터 3차 서비스산업을 아우르며, 최종 포장용으로 사용되고 100%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또 제품생산에 거대 설비와 각종 장치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골판지상자는 농산품, 공산품, 일반 포장용 산업전반에서 최종생산물을 포장해 택배나 보관용 물류상자 등의 용도로 사용되기에 100% 주문 생산방식이다. 기업간 거래(B2B)가 대부분이고 정부로부터 주문받아 생산하는 관수시장은 규모가 미미하다.

200인이상 사업체의 경우 통계청 자료 누락 연도 제외<자료=통계청>

적합업종 지정에 따라 신규 진입자제를 권고받은 골판지상자 제조업 사업체는 총 6개사다. 상호출자제한기업인 두산동아와 중견기업 태림포장공업㈜, 아세아제지㈜, 신태양제지㈜, ㈜삼보판지, 한국수출포장공업㈜ 5개사다. 업계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이들 6개 업체의 전체 골판지상자 시장 점유율은 50% 정도다.

◇소수업체가 원자재 공급으로 시장지배=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소수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견기업들은 골판지상자를 직접 제조하기도 하지만, 원자재를 중소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공급자 지위를 남용해 원자재가격은 인상하면서도, 자신들의 제품단가는 동결하거나 낮춰 중소기업 거래처를 뺏고 있다고 골판지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또 이들 중견기업들은 거래중인 기업에 공개경쟁입찰로 납품기업을 선정하도록 한 후 저가로 입찰에 참가해 거래처를 뺏기도 했다. 이밖에도 1차 적합업종 지정 후 전국적인 영업망을 확보하고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골판지 및 골판지상자 제조업계는 소수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포장용지가 제대기를 통해 나오고 있는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사진=한국지대공업협동조합>

익명을 요구한 골판지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중견기업들이 ‘농산물 상자시장’에 진출해 중소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고, 고용불안을 초래했다”며 “적합업종 지정 이전 이후 가릴 것 없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견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해야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5개 중견기업의 평균 연구개발 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0.01%도 되지 않고, 중견기업들이 현재의 시장지배적 구조를 이용하는데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골판지 및 골판지상자 제조업 적합업종 지정=대기업 및 중견기업은 적대적 M&A 및 신설을 통한 시장확장을 자제해야 한다. 또 대·중소 골판지 포장제조업계는 신수요 창출과 공통애로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등 공동번영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2차 권고기간은 2014년 10월1일부터 2017년 9월30일까지다. 업계에서는 1차 지정 때는 무난하게 합의했지만 2차 지정 때는 진통이 커 적합업종 일몰 1년을 앞두고 시장상황이 불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