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實利 가성비 전자상거래로 ‘러’ 시장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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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유럽 中, 實利 가성비 전자상거래로 ‘러’ 시장 잡았다 美·EU와 불편할 때 협력파트너로 끌어안고 ‘상업적 가치’ 중시

기사입력2016-10-21 13:25

박종호 객원 기자 (lucosp@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한러비즈니스협의회 박종호 대표

최근 복잡한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양국의 밀월관계는 깊어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정부가 대외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철저하게 계산된 ‘실리외교’(實利外交) 노선을 걷고 ‘상업적 가치’(商業的價値)를 중요시 한 점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의 어려운 경제상황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잘 차려진 밥상인 셈이다. 러시아는 중국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천연 자원의 보고(寶庫)다. 또 최근 루블화 가치 폭락과 정부 재정적자는 중국은행들이 돈놀이하기에 딱 좋은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불편한 경제·통상정책 마찰로 인해 중국의 IT, 통신, 중공업 부문 기업들이 기존 서방기업들을 몰아내고 시장을 대체선점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인 것이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러시아가 미국·EU와의 불편한 관계로 외톨이 신세일 때 중국은 러시아를 협력 파트너로 적극 끌어안되,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철저하게 상업적 이익과 실리를 깔고 협상카드를 내밀고 있다.

러-중 경제·비즈니스 협력 관련 정부·민간 기구 운영 현황

<자료=PwC Russia, 2016 China-Russia Business Seminar>

아울러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 아래 경제·투자·통상·교류 등 다양한 협력 플랫폼이 구축돼 러-중 간 경제협력 확대와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PwC Russia가 발표한 2016년 세미나 자료를 보면, 양국 간 정치·경제 협력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적어도 연 2~3차례 정기적인 정상회담 채널을 열어놓고 있으며, 특히 양국 경제·투자·통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부·민간 협의채널을 상시 가동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적극적인 지원 때문에 중국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갈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중국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요인을 중국제품의 가성비(價性比)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예전의 저품질 덤핑가격에서 벗어나 이제는 러시아 소비시장에서 가격 대비 쓸만한 제품(cost-effectiveness)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인기있는 중국산 전자제품

<자료=Gold Trading>

또한 중국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2~3년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도 절대적으로 한 몫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루블화는 2014년 이후 달러화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이처럼 러시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루블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러시아 소비자들의 소비행동(Consumer behavior)이 바뀌고 소비시장(Retail market)도 변화하고 있다. 다시말해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할인상품과 인터넷을 통해 비교적 값싼 제품을 찾게 되고, 이때 가격이 저렴하고 쓸만한 성능을 갖춘 중국제품이 적합한 소비품목으로 부상한 것이다.

2014-2016년 러시아 루블화 변동 추이

<자료=얀덱스>

마지막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제품의 점유율이 높아가고, 러시아 소비자의 중국제품 선호도가 상승한 주 원인 중 하나로 중국산 온라인쇼핑 매체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전자상거래 전문 리서치기관인 ‘Data Insight’가 올해 3월 발행한 ‘E-COMMERCE IN RUSSIA’ 보고서를 보면, 2015년 러시아 소비자들이 온라인쇼핑을 통해 구매한 금액은 6500억루블(2016년 10월 기준환율로 약 105억달러)로 집계됐다. 앞으로 매년 25~35% 증가세를 유지하고, 2017년에는 시장규모가 1조루블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국내 온라인마켓 시장규모 성장 추이

단위:십억루블<자료=Data Insight, 2016>

이에대해 코트라는 ▲인터넷 사용자 수의 지속적인 증가(특히 지방지역 사용자 증가) ▲대형 도소매 업체의 온라인시장 진출 ▲대금결제 및 딜리버리 개선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러시아 온라인쇼핑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쇼핑을 할 때 외국계 사이트(Cross-border sales site)를 적극 이용하고 있으며, 그 중 중국계 업체 사이트가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기업들은 2014년 중반부터 러시아 해외직구 온라인마켓(Cross border e-commerce market)을 주도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에는 러시아 해외직구 온라인시장의 80%를 점유했다.

러시아 외국계 온라인 사이트 이용 현황과 발전 추이(위)와 중국계 해외 온라인마켓 사이트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 추이<자료=NAMO, EWDN, Data Insight>

중국계 온라인쇼핑몰 사이트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면 ▲가격경쟁력(Unbeatable price) ▲제품구성(Assortment) ▲빠른 배송(Past delivery) ▲중국계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대한 신뢰성 향상(Growing trust) 등이다. 물론 러시아어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등록 및 제품 구매절차를 크게 단순화해 러시아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고 있는 것도 주요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는 2014년 러시아에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개설했으며, 현지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의 월간 이용자 수(2014년 하반기 기준)는 1560만명에 이르는 등 ‘이베이’(eBay), ‘아마존’(Amazon)을 제치고 러시아에서 최고 온라인쇼핑몰로 자리잡고 있다. 이외 JD.COM, LiightInTheBox.com, DealeXtreme.com 등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전문쇼핑몰 업체들의 러시아 시장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급성장하고 있는 러-중 교역규모는 2020년경 약 2000억달러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2년간 한-러 교역규모는 러시아 경기침체와 루블화 폭락 등으로 반토막 이하로 쪼그라들어 지난해 대러 수출량은 62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우리와 산업·통상·교역 구조상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의 부상은 향후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