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美 조달시장…특혜조달제도로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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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2조달러 美 조달시장…특혜조달제도로 뚫어라 소수민족·여성 기업과 제휴…하청 통한 간접참여도 한 방법

기사입력2016-11-10 00:00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4500억달러(약 507조원)로 추산된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를 합하면 연간 2조달러를 상회한다는 게 코트라의 분석이다. 400조7000억원인 대한민국 정부의 내년 예산보다 5배가 넘는 규모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참여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문화나 제도가 다른 것도 있겠지만 ‘Buy American, Berry Amendment’(미 군납품은 무조건 미국산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규정) 등 자국기업 우대정책으로 한국기업이 미국 조달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현지 특혜조달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미국 조달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제안도 있다.

美 조달시장 ‘황금어장’…진입장벽 높아 韓 0.2% 점유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부조달’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민간부문으로부터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재원이 국민세금이기 때문에 통상 국내업자의 상품을 우선 매입한다. 외국제품에 대한 차별과 비관세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코트라 워싱턴비즈니스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2년부터 코트라를 통해 미국 조달시장 진입을 시도한 국내 200개사 중 20곳(10%)만이 성공했다.

이유는 ‘Buy American Act, Buy America Act , Berry Amendment’ 때문이다. 이 법률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는 자국제품을 우선 채택한다. 가용한 자원이 품질과 수량면에서 한정적일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긴급작전 및 전투 중 발생하는 긴급적인 수요 등에 예외를 두고 있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외국산에는 추가 세금이 붙는다.

또 간접적인 제한도 있다. 법적으로 외국기업의 입찰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구매의 일정비율을 사회적 약자기업에 할당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외국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품목에 따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한다. 또 발전한 지역보다는 저개발 지역·소외지역에 주재하는 기업을, 남성보다는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의 제품을 채택한다.

미국 조달시장은 제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구조가 폐쇄적이어서 인적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구매담당자들은 검증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고 계약업체를 바꾸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따라서 미국기업이라 하더라도 조달시장에 진출하는데 통상 2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국내기업이 미국기업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과거의 납품실적, 신용도, 기술적 규정, 다양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점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와함께 ▲지인에 의한 계약 ▲군관계자 출신 등에 대한 전관예우 ▲정부기관별 상이한 구매절차와 짧은 입찰주기 ▲복잡한 응찰문서 작성 등도 있다. 한·미 FTA 체결에 따라 미국 조달시장 문호가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국내기업에 미국 조달시장의 문턱은 높다.

소수계 우대정책 등 특혜조달제도 활용해 우회시장 공략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렇다고 해도 조달시장은 대금지불수단이 확실하며, 일반상거래에 비해 마진이 높고, 비교적 장기간 안정된 거래를 할 수 있어 결코 놓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소수계 우대정책을 활용해 우회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지에 직접 법인을 설립해 직접 조달하는 경우 ▲약자기업인증서 발급(Disadvantaged Business Certification) ▲멘토프로그램 ▲여성기업 지원 ▲낙후개발지역기업 지원 ▲퇴역군인기업 지원 ▲극소기업 지원(Very Small Business) ▲벤더발굴 지원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코트라와 미국 소수계기업지원청(MBDA)이 MOI(Memorandum of Intent)를 맺음에 따라 우대정책 활용이 용이해졌다.

소수계기업지원청은 미국 상무부 산하기관으로 소수계층이 운영하는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한다. 소수계층이 운영하는 기업은 소수계기업지원청을 통해 정부조달 특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일정요건을 갖춘 기업만 입찰이 가능한 ‘할당된 계약(Set-aside)’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 소수계 기업에 할당된 연방정부 조달규모는 약 29조원에 이른다.

소수계 기업과 제휴를 할 경우 조달시장 진출에 필요한 유통·보관·마케팅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소수계 기업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실제 미국기업과 중소기업 특히 소수민족기업이나 여성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늘고 있으며, 입찰에 참여해 유리한 점수를 얻고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하청을 통한 간접참여다. 현지 납품실적이 우수한 주계약업체, 벤더, 교포조달업체 등으로부터 하청을 받는 방식으로 진출함으로써 직접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계약이행에 따른 직접 책임을 피할 수 있고 미국 조달시장의 간접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국내기업이 곤혹스러워 하는 제안서작성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국내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코트라,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 조달청 등에서는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미국 연방정부 조달벤더등록(SAM)을 눈여겨 볼 만하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50개 업체를 선별해 연방정부 벤더등록을 대행하고, 입찰 및 납품시에도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전년도 수출실적이 10만달러 이상인 제조업체라면 무상으로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