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으로 청년실업 해결?…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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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일·가정 양립으로 청년실업 해결?…어림없다 대기업 편중 경제철학 변경없이 청년실업·저출산문제 해결 안돼

기사입력2016-11-19 08:3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청년고용 확대 실행 방안’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일·가정 양립제도 확산을 통해 저출산과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남성육아휴직 활성화와 전환형 시간선택제 확산, 임금피크제에 따른 신규채용 등으로 공공부문에 2만50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날로 악화되는 청년실업에 대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위기에 걸 맞는 처방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단지 남성의 육아휴직을 늘리고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줄인 인건비로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언발에 오줌누기’ 생색내기 처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저출산문제까지 해결하겠다니, 일·가정 양립제도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된다는 걸까?

‘일家양득’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균형을 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자료=고용노동부>

정부는 일·가정 양립제도를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면 청년 일자리가 20%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정규직조차도 야근이 일상화돼 있고, 직장여성은 법에 보장된 출산·육아 휴직조차도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 지금의 기업문화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정부의 강제성없는 권고만으로 기업이 개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줄어든 시간을 메울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것이란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이다.

또 공공기업과 대기업에 일·가정 양립제도를 우선 도입한다고는 하나,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시간선택제 확대방침은 자칫 기업이 인건비 절약의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고, 고용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는 실증자료와 비판은 차고 넘친다.

일·가정 양립제도가 정착되기 위한 전제는 기업의 지불능력이다. 저출산문제 해결을 개별 가정에 미룰 수 없듯이 일·가정 양립문제 역시 개별 기업인이 아닌 사회공동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수십조 이상의 예산을 들여 ‘보편적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지, 상대적으로 지불능력이 있는 공공부문·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일·가정 양립정책을 선의로 해석,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노동자의 복지 제고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이를 청년실업 문제의 돌파구처럼 광고하는 것은 청년실업의 원인을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 중 하나다.

청년실업은 저임금, 손쉬운 해고로 이윤을 높이려는 기업 욕심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부추긴 것이 이명박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정책이었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였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경제위기는 단지 일·가정 양립정책으로 정규직의 임금을 줄이고 노동시간을 나누는 것만으로 치유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으로 만들어진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 신념과도 같은 정권의 대기업 편중의 경제철학을 그대로 두고서는 청년실업과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어림없는 소리다.

지난해 9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청년희망펀드가 만들어졌다. 펀드를 통해 청년 일자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설명이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200억원을 필두로 대기업 회장들이 수십억씩 뭉칫돈을 내놨다. 모금액만 1454억원에 이르나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1172명에 지나지 않고, 미르·K스포츠 재단과 같은 의혹만 불거져 나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드러난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 면면은 놀라움을 넘어 참담하다. 국민들은 이 정권에게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더 맡겨도 될는지 회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도 정경유착에 대해 권력과 재벌은 일말의 반성조차 없다. 반성이 없기에 잘못된 경제철학을 바꾸려는 어떤 움직임도 없다.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 바탕위에 세워진 일·가정 양립 정책으로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는 정부. 솔직히 썩 믿음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