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자가 있는 소소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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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나무의자가 있는 소소한 풍경 [그림을 읽다:Artist] <62>민율 작가

기사입력2016-12-12 12:55

이유미 객원 기자 (kissgallery@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나무의자 53.0x45.5 oil on canvas 2014

어느 누구에나 숨겨 놓은 감성이 있다. 조금은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서, 비생산적인 감정들이어서, 너무 바쁜 생활 속 시간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어느 순간 잊혀진 마음속 작은 감성들, 이러한 아주 소소한 감성들을 일렁이게 하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내가 늘어놓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이러한 감성들을 건드려 너무나 많은 상처가 존재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낯선 바람, 움직임 없이 흐르는 구름, 잠깐의 가랑비, 거친 소나기, 잎이 내는 파도소리, 살짝 찡그리고 보는 햇빛, 혼자 떠있는 별, 무심히 지나가는 새, 코 끝 빨개지는 찬 공기, 반짝거리는 어린 잎, 외롭지 않은 고요함, 파랗지만은 않은 하늘 그리고 기분 좋은 현기증. 그때의 하늘과 함께 천천히 흔들리는 나무 끝 작은 의자 위에서.

우리가 사는 현대는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거리는 온통 자동차로 가득 차있고 편리를 위한 물건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며, 알고 싶은 정보 혹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도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 속에서 현대인은 더 지치고 더 외롭다.

나무의자 116.7x80.3 oil on canvas 2012

‘나무의자’ 작업은 이렇게 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잠시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데서 시작되었다. 길가의 가로수 혹은 도심 공원의 작은 숲, 창밖으로 멀리보이는 산의 나무 위에 작은 의자를 하나 올려놓는다. 그리고 잠시 마음 한 조각 덜어내어 그 의자 위에 놓아둔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와도, 조금 서늘하거나 어두운 밤이어도 좋다.

아무 것도 없는, 조금은 위태로워 보이고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와 떠도는 공기만 있는 나무 위 작은 의자에 마음 한 조각 올려두고 잠시 쉬기를 바란다.

일하다가 또는 거리를 걷다가 가로수 혹은 멀리보이는 산의 나무 위에 조그만 의자하나를 마음속으로 올려놓고 잠시 동안 그 위에서 그때의 하늘, 그리고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흔들려보기를 바란다. 아주 잠깐의 여유지만 그것이 언제 어디서든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작업노트 중)

나무의자 45.0x53.0 oil on canvas 2015

“살포시 흔들리는 나무 꼭대기 위에 작은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나무는 높아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이름 모를 작은 씨앗에서는 한 다발의 꽃이, 소파가, 고양이와 곰이 자라납니다. 민율 작가는 소란과 소외 속에 지쳐가는 현대인이 잠시 잊고 지내온 작은 감성과 휴식을 위해 마치 어린 아이의 눈으로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려냅니다. ‘내가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로버트 풀검의 말처럼, 실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으며 자유롭고 행복했던 순간은 우리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윤승연(화봉갤러리 학예실장)[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