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도 사용자 지휘·감독하에 있다면 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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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수면도 사용자 지휘·감독하에 있다면 근로시간 장소이탈·자유이용 가능해야 휴게시간…휴게권 보장 ‘사용자’ 위한것

기사입력2016-12-15 11:55

김성호 객원 기자 (seekhoper@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아파트 경비원, 보일러실 기사 등 감시·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최초 적용된 시점은 2007년이다. 그 이전엔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경비원과 사용자가 약정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해도 무방했다는 얘기다. 2007년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한 이후 연차적으로 적용수준이 확대, 지난해부터는 최저임금 전액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란 ‘감시업무를 주업무로 하며 상태적으로 정신·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10조 제2항) 또는 ‘근로가 간헐·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시행규칙 제10조 제3항)를 말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들 직종은 근로의 강도와 밀도 역시 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일 24시간 근무 후 1일 휴무인 경비원의 근무형태가 보편화된 현실에서 이들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자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돌리는 편법이 늘어났다. 시간당 통상임금(최저임금)이 높아짐에 따라 연장근로 할증수당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들이 서류상으로만 휴게시간을 늘린 것이다. 1일 24시간을 근무할 경우 최초 8시간을 넘어서는 16시간의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 이상)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사용한 편법이다.

물론 서류상으로만 늘어난 휴게시간에 경비원들에게 자유로운 휴식을 보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사용자와 경비원 모두 휴게시간 보장에 대해 인식이 높아져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휴게시간과 근로시간 구분없이 법정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고, 휴게시간에 근로를 시켰음에도 그에 따른 추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대기시간을 법정 휴게시간으로 대체하는 것은 위법

휴게시간과 근로시간 구분없이 법정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고, 휴게시간에 근로를 시켰음에도 그에 따른 추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수면시간이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동네 음식점의 종업원도 그렇고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도 근기법에 따라 1일 4시간 일하면 30분 이상의 휴게시간, 8시간의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그렇지만 음식점 대부분은 손님이 없는 대기시간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업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하는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지 않는 근로시간관리가 영세사업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법 규모있는 병원에서 2교대 또는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그리고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중소규모 교대제 사업장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최근 요양병원이 늘어나면서 요양보호사의 휴게시간을 둘러싼 갈등사례가 적지 않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약정된 휴게시간에 요양보호 대상자가 요청하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업무특성에 따라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근기법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법정 휴게시간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요양보호사가 심야 휴게시간 중 환자의 잦은 비상호출로 실제 휴게시간이 확보되지 않은 부분을 근로시간으로 판단한 판례가 있다. 또 고속도로 과적 단속원이 휴게시간 중 단속업무를 수행한 사건에서 역시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판단했다.

고용노동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가이드라인 제시

휴게시간과 관련한 사용자와 근로자간 계속되는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감시·단속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근기법상 근로시간이란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서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한다. 근기법 제50조 제3항은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했다(2012년 2월1일 시행). 과거 대기시간에 대해 명확한 근거조항이 없어 기존 행정해석 및 판례를 통해 판단하던 대기시간을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해당 조항을 신설, 명문화했다.

업무개시 전 준비시간과 업무종료 후 정리시간 등 실제 업무에 부수되는 작업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조례, 회의, 체조 등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의무적으로 이뤄지는 시간은 근로시간이다. 작업시작 전 회의내용이 업무에 필요불가결한 것이라면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행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93다3363). 그러나 업무시작 전 작업복을 갈아입는 시간, 보호구·보호모를 착용하는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업무성’ 유무에 따라 판단한다. 작업복·보호장비의 착용이 취업규칙에 정한 의무사항이라도 성질상 근로의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없고, 근로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준비행위 정도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은행직원의 제복착용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전보호장비의 착용은 재해방지·직무질서의 유지 등을 위해 작업에 필수불가결한 업무관련 행위이므로 근로시간에 해당된다.

근로시간 종료에 즈음해 또는 종료 후에 행해지는 기계점검, 청소, 정리정돈, 인수·인계 등은 업무의 최종적 부분으로 근로시간이다. 그러나 목욕이나 작업복을 벗는 시간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시간이 아니다. 회사가 주관하는 교육 및 행사시간의 경우 참석이 의무화돼 근로자가 거부할 수 없거나 불참 시 징계 등 불이익이 발생된다면 근로시간이다. 휴일에 실시하는 행사(야유회 등)는 업무외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참석이 의무화돼 있다면 휴일근로에 해당된다.

©중기이코노미

휴게시간(점심시간), 반드시 1시간 연속 부여할 의무 없어

임금이 발생되지 않는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을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관공서를 비롯한 대다수 사업장은 점심시간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부여하고 있으나 반드시 1시간을 연속해 부여해야 할 의무는 없다. 업무의 성질, 근로여건 등에 비춰 합리성이 있고 휴게제도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휴게시간을 분할해 부여할 수 있다.

대기시간은 외형상 휴게시간과 유사하지만, 통상적으로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즉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특정한 장소에서 작업준비를 하고 있는 시간이다. 운전기사가 대기실에서 배차를 기다리는 시간, 작업시간 중간에 실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시간이 여기에 해당된다. 수면시간이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휴게시간…‘업무(장소)’ 이탈 가능+자유롭게 이용 가능

대기시간은 휴게시간과 마찬가지로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시간적·장소적으로 구속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 이와관련 최근 대법원은 2011년부터 논산과 강릉 등의 고속도로에서 근무하는 과적 단속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지급소송(2013다85189)에서 “과적 단속 검문소는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식사시간에도 차량이 단속되면 근무를 해야 하고 혐의차량이나 도주차량이 발생하면 신호를 해야 하는 대기적 성격의 업무”라며 “12~13시에 단속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이동을 했거나 대기하고 있었던 경우도 있었던 점 등을 볼 때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같은 재판부는 의정부 지역 이동단속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지급소송(2013다206757)에서 “(이동단속원 등이) 식사시간에 단속장소를 이탈하는 것도 허용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식사시간 중에 단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국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휴게시간에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경우라고 한다면 이를 대기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전자와 후자 모두 근로자들이 약정한 휴게시간에 업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다만 전자의 근로자들은 고정된 지역에서 단속을 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반면 후자의 근로자들은 이동하면서 단속하기에 약정된 휴게시간에 단속장소를 변경하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근무형태 특성상 전자의 근로자들은 후자의 근로자들보다 휴게시간 중 수행한 단속 횟수와 양이 많다. 무엇보다 전·후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약정된 휴게시간 중 단속장소를 이탈해 자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후자에겐 가능했지만 전자에겐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휴게시간에 단속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교대인력이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단시간 내에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둘러싼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다툼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가이드라인이 산업현장에 자리잡을 시간도 필요하고, 휴게시간 보장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도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근로자들에 대한 적정한 휴게시간 부여는 근로의 질을 향상시키고,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에 대한 휴게권 보장은 궁극적으로 사용자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