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조원 ‘러’ 전자조달시장에 한국기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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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유럽 750조원 ‘러’ 전자조달시장에 한국기업은 없다 까다롭고 폐쇄적인 거래구조 ➌러시아 공공조달시장 현황과 특성

기사입력2016-12-28 00:00

박종호 객원 기자 (lucosp@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공무원 뇌물 관행을 없애고 공정한 거래와 효율적인 예산관리를 위해 지난 2010년 1월 러시아 연방정부는 러시아 정부기관들이 추진하는 공공조달 사업과 관련, 공공조달 계약 모두를 경매로 진행하는 5개의 전자거래 사이트를 선정했다.

러시아 주요 전자조달 사이트 현황

<자료=KRBC(한러비즈니스협의회) 자료 정리>

2010년 당시 국무총리였던 현 푸틴대통령의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의지에 따라 중앙정부 부처, 지방정부와 산하기관, 준정부기관, 공기업 등 모든 정부기관들이 조달하는 제품, 노역, 서비스 구매계약은 전자조달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게재해 경매와 입찰방식으로 낙찰기업을 선정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규모는 2013년 기준 20조283억루블을 넘기면서 시장규모가 점차 커졌다. 지난해에는 2013년 대비 루블화 기준으로 약 45%가 성장한 29조493억루블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루블화 약세로 인해 미화 기준으로는 조달금액이 감소하는 듯 보이지만, 400조~500조원의 시장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 현황

<자료=러시아연방조달청, zakupki.gov.ru/환율은 해당연도 기준환율 적용>

이에따라 민간기업 거래와 구매조달 방식에서도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 온라인 전자조달 방식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B2B-Center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러시아 정부 및 민간 부문 전체 전자조달 시장(B2B·B2G e-commerce market) 규모는 7000억달러(약 750조원)로 집계됐다. 2015년 러시아 국민총생산(GDP) 규모가 약 1조3262억달러인데, B2G·B2B 전자조달 시장 규모가 대략 그 절반 이상인 약 7000억달러를 차지해 B2C 소매시장(Retail market) 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러시아 소매시장 규모는 약 4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자조달 방식은 구매기관들의 구매비용을 약 20% 절감시켰고, 모든 공급자들이 효율적으로 조달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뇌물 방지와 거래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조달 발주금액 기준 상위 정부기관 현황(2016년 기준)

<자료=러시아연방조달청, zakupki.gov.ru>

외국기업들에도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전자조달 시장이 개방돼 있다. 독일 등 많은 유럽기업이나 중국기업이 정부·기업 간 전자조달 시장을 뚫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 현지 수입유통상을 통해 납품거래 형태로 참여하던가, 혹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직접 온라인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사전에 입찰정보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현지어로 입찰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쉽사리 접근하기 어렵다.

최근 러시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낙찰 요건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이 주관하는 입찰은 가격이 매우 중요한 낙찰 포인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러시아 조달시장에서 가격만이 꼭 거래를 성사시키는 결정요인은 아니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발주자로 나설 경우, 구매자와 공급자 간 사전 교감이나 눈도장이 없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즉 온라인 전자문서 양식으로 서류를 잘 구비해 접수하는 것은 기본적인 형식절차에 불과하다. 따라서 흔히 러시아어로 일컫기를 ‘스뱌지’(좋은 인적관계)와 ‘끄리샤’(위로부터의 보호막)이 없이는 계약은커녕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 십상이다.

러시아 Target market

➊러시아 소매시장의 주요 특성과 시사점

➋최근 러시아 경기침체기의 소비트렌드 변화

➌러시아 공공조달시장 현황과 주요 특성

➍러시아 공공조달시장 한국기업 진출전략

➎러시아 전자상거래시장 현황과 전망

➏한국기업의 러시아 온라인 쇼핑몰시장 진출과제

2015년 전세계 국가부패지수 평가에서 러시아는 168개국 중 119위를 차지했다. 2011년 전자조달 시장이 본격적으로 붐을 조성할 무렵, 러시아의 부패지수는 182개국 중 143위를 기록했었다. 약 5년간 정부의 강력한 반부패 전쟁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최근 러시아의 권위있는 일간지인 ‘베도모스찌’는 러시아인의 전체 소득 절반 가량이 비공식적인 출처를 통해 벌어드린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즉 공식적인 급료나 소득증명 이외 현금거래, 뒷돈, 웃돈, 커미션, 소개비 등 비공식적으로 버는 돈이 더 많은 소위 블랙 마켓 비중이 아직도 매우 높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러시아는 거대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공공조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간, 기업간 특수하고 까다로운 거래구조와 폐쇄적인 구매방식 때문에 아직 한국기업들의 성공 진출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대부분 한국기업들은 B2C 소비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과연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은 한국기업들이 도저히 뚫기 힘든 난공불락의 요새인지, 그렇다면 그 원인과 향후 진출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한러비즈니스협의회 박종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