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필요하지만 권고수준 그쳐 효과 작다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적합업종 필요하지만 권고수준 그쳐 효과 작다 동네빵집 법제화 필요성 제기…외국계 브랜드·임대료도 걸림돌

기사입력2016-12-29 17:5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동네 빵집 등에서 쌀 대신 빵으로 한끼를 때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만큼 제과류의 소비가 늘었지만, 그렇다고 제과점업계의 영업환경이 좋아졌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동네 구석구석 들어선 빵집부터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품경쟁이 치열한데다, 이들의 갈등이 여전하다.

통계청 도·소매업 조사를 보면, 전체 제과점업 매출액은 2011년 3조7852억원에서 2014년 4조6817억원으로 3년동안 8965억원(23.6%)이 증가했다. 1인가구가 늘면서 간편한 식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또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쌀 다시말해 밥보다는 빵을 손쉽게 찾기 때문이다. 통계청 ‘2015년 양곡소비량’ 조사를 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1년 71.2㎏에서 2014년 65.1㎏로 하락했다.

업계 전체는 성장했지만 사업체 수 포화상태

<자료=통계청> ©중기이코노미

제과점업 매출액이 유독 크게 증가한 사업체는 5~9인 규모다. 전체 5~9인 사업체의 매출은 같은 기간 1조2699억원에서 2조0346억원으로 7647억원(60.2%) 늘었다. 다른 규모의 사업체가 같은 기간 등락을 거듭한 것에 비하면 꾸준한 성장세다. 이는 5~9인 사업체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5~9인 사업체 수는 1044개가 늘어났고, 이 사이 전체 제과점업 사업체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8%에서 25.6%로 커졌다.

하지만 이를 놓고 중소 제과점이 살아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5~9인 사업체 영업이익률은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2011년 11.6%에서 2014년 6.2%로 떨어졌다. 2014년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7.9%다. 이보다 작은 1~4인 사업체의 경우 2011년에 비해 2014년 매출액은 줄었지만, 사업체 수와 영업비용은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2011년 13.9%에서 2013년 8.9%로 떨어진 후 2014년 10.3%로 다소 올랐다. 1~4인 사업체는 2013년 1차 적합업종이 지정된 직후인 2014년에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2013년 적합업종 지정당시 대기업으로 분류된 ‘크라운 베이커리’가 폐업한 것을 봐도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제과점업은 올 3월부터 오는 2019년 2월말까지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됐다. 대기업은 적합업종 권고사항에 따라 중소 제과점으로부터 ‘도보 기준 500m이내’ 출점을 자제하고, 점포 수도 총량 기준 전년도말 기준 2%이내에서만 늘릴 수 있다. 또 인수·합병 및 업종변경 등으로 인한 진입자제도 권고사항이다.

덧붙여 대한제과협회는 ▲중소 제과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베이커리숍 인증제도 도입 ▲기술 및 마케팅 향상방안 마련 ▲경영·인력 양성기관 설립 추진 등을 권고받았다.

적합업종 “체감효과 낮지만 유지해야 한다”

대한제과협회와 한국제과기능장협회가 지난 2014년 주최한 ‘SPC 그룹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동네빵집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과점업의 경우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대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대기업 가맹점 수는 2015년 기준 파리바게뜨가 3316개, 뚜레쥬르가 1266개다. 가맹점 당 연평균 매출액은 각각 6억3871만원과 4억6526만원이다. 이는 전체 제과점 사업체 당 연평균 매출액인 2억7700만원(2014년 기준, 통계청)을 웃돈다.

동네 제과점이 대기업 브랜드 진출을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 매출액 때문이다. 같은 동네 제과점보다 대기업 가맹점이 경쟁상대일 수 밖에 없다.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도 권고사항인 500m이내 출점 자제를 지키지 않아 이로인해 매출하락을 경험했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 이동주 정책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적합업종 품목 중소 사업체의 경우, 보통 적합업종 인지 정도가 낮게는 30% 많게는 절반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제과점업의 경우 사업체 70%가 이를 인지하고 있다”며 “적합업종이 긍정적이란 평가는 30%가 조금 넘는 반면, 적합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95%에 달한다”고 말했다. 바꿔 해석하면, 법이 아닌 권고사항 수준인 적합업종 제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빈틈 노리는 외국계·인스토어…임대료 상승도 걸림돌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동네 제과점을 위협하긴 하지만, 외국계 제과점과 인스토어 베이커리도 이에 못지 않다. 외국계 제과점의 경우, 기업 규모로 제한하는 적합업종 성격에 따라 제재를 받지 않고 출점이 가능하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지난해 10월 미국계 브랜드인 ‘매그놀리아’의 지분을 취득하고 국내 운영독점권을 확보해 출점하는 우회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스토어 베이커리는 접객시설이 없이 판매만 하기 때문에 적합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의 제과점업은 빵을 직접 구워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접객시설을 갖추고 직접 소비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산업활동이다. 인스토어 베이커리의 경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그리고 쇼핑몰에 입점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동네 제과점들도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 특성에 맞춰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외국계 제과점의 경우 2014년 기준 233개의 점포가 있으며, 인스토어 제과점은 766개다.

임대료 상승도 걸림돌이다. 적합업종 권고사항을 보면 임대료가 오르거나 건물 리모델링으로 상가 임대차 재계약이 불가한 경우, 프랜차이즈 제과점이라도 가맹계약서상 영업구역내 이전을 허용하고 있다. 즉 도보 기준 500m이내 출점도 가능하다. 이 경우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기존 상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경쟁력 위해 협동조합 필요하지만 가입률 저조

제과점업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상권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최근 ‘대왕 카스테라’와 같이 트렌드에도 민감한 업종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 월평균 15~20개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잡고 있다. 동네 빵집도 천연 효모를 사용하거나 특화상품을 개발해 대기업 보다 나은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중소 제과점의 자구노력을 여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 중소 제과점 창업자들이 대부분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임을 감안하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교육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