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폭등이 ‘중소상인·도소매업자’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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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계란값 폭등이 ‘중소상인·도소매업자’ 탓인가 툭하면 유통구조개선 운운…정부의 물가관리 무능을 되돌아보라

기사입력2017-01-12 22: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계란값이 한판에 1만2000원이 넘어요. 대파 한단에 3500원, 설 명절이 걱정되네요. 서민들은 어쩌라고….”

시장을 다녀온 아내가 볼멘소리를 한다. 기름값도 오르고,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마저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최대한 인상을 억제한다고 하지만, 별 믿음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새해 벽두부터 찾아든 물가인상 소식 그리고 폭발 직전에 있는 가계부채에 불안정한 일자리, 시쳇말로 업친데 덮친 격이다.

계란 가격만 놓고 본다면 몇 달 전만 해도 4000원 수준이었으니 200%가 인상된 셈이다. 연말연시에 라면, 맥주·소주 등 주류, 빵과 제과도 올랐다. 가정마다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생활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저소득 가정일수록, 빚이 많은 가정일수록 힘들어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의 물가대책은 한심한 수준이다. AI에 초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천마리의 산란용 닭을 매몰, 계란값을 폭등시킨 것은 정부의 무능이다. 부랴부랴 외국에서 계란을 수입해 마트에서 한판을 8900원에 판다는데, 이 또한 수입업자와 대기업 대형마트만 배불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부의 물가대책이라는 것이 매번 이런 식이다. 폭등하면 수입하고, 중소상인들을 물가인상의 주범처럼 지목해온 것이 정부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지난 10일 내놓은 설 민생안정대책도 직거래와 전자상거래 등 유통개선의 내용을 담았다. 빠지지 않는 대책이다. 그러나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솟은 이유는 유통 단계가 많고 중소상인들이 사재기를 해서도 아니다. 재래시장도 내수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중소상인이나 도소매업자를 물가인상의 주범처럼 지목하고, 유통구조의 개선이니 전자상거래·직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정부다. 이렇게 하고서도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말이 나오는가 묻고 싶다.

새해 물가가 심상찮다. 계란값 폭등에 이어 공공요금마저 들썩인다. 문제는 물가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가계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다. 사진은 한 재래시장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물가관리의 로드랩이 없다. 비축 물량의 관리나 공산품의 가격단합에 규제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매번 유통개선을 이야기하지만,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독점과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저물가가 성장의 걸림돌이라며 물가인상을 주문해왔다. 박근혜 정부 내내 저물가의 탈출을 주문하다가 계란 200% 인상에 놀라는 정부. 참 안쓰럽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물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계 면역력’이 점점 더 약화돼 간다는 데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은 오롯이 소비자의 요구에만 맞게 책정되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의 계절적 요인이나 국제유가의 변동 등 물가가 요동칠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물가인상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겨울철에 2000원 하는 무를 집어 들고 한숨을 내쉬는 것은 무값이 비싸기 보다는 얇은 지갑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물가가 심상찮다. 가계부채에 휜 허리, 적은 수입에 꺽인 무릎, 그 어깨에 높아진 물가가 고통처럼 내려앉는다. 정부의 물가대책, 허술하다. 직거래를 늘리고 수입산 계란을 대형마트에 진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소상인과 도소매업자를 물가인상의 주범처럼 취급한 물가 안정대책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뛰는 물가, 기는 대책’이라는 조롱이 난무한다. 단기적으로 폭등하는 물가를 잡는 일 그리고 장기적으로 물가 변동에 면역력을 키우는 일은 정부가 이제까지 못한 일이고, 이제부터라도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