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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기부하고 나눌 곳을 쉼없이 찾는 ‘진정한’ 부자
부동산·보험 사업 성공한 아트컬렉터 ‘은발의 신사’ 일라이 브로드
- 기사입력2017-01-22 00: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manse21@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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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그랜드 애비뉴 거리에 있는 브로드 미술관 전경<사진=www.thebroad.org>아트넷 선정 세계 10대 컬렉터에 이름을 올린 일라이 브로드는 리투아니아계 유대인인 페인트공 아버지와 양재사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여섯 살때부터 디트로이트에서 자란 그는 미시간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1세에 결혼을 했는데 부인은 당시 18세로 디트로이트 공립학교를 함께 다닌 에디스(Edythe Lawson)였다.
그는 회계사 재직기간 중에 장인에게 2만5000달러를 빌려 처사촌과 함께 부동산사업을 벌였다. 디트로이트 외곽에 지하가 없는 새로운 개념의 집을 지어 저렴하게 판매했는데 3년 만에 성공을 거둔다. 젊은 사람들의 주거 트렌드를 눈여겨본 결과다. 이후 생명보험회사를 5200만달러에 매입해 퇴직연금전문 보험회사인 선아메리카로 탈바꿈시켜 노후대책이 절실했던 베이비 붐 세대의 수요를 만족시키며 다시 한번 사업적으로 성공한다.
“진정한 부자는…” 세계적인 슈퍼컬렉터가 되기까지
앤디 워홀 작품 앞에 선 일라이 브로드 부부<사진=www.thebroad.org>브로드가 세계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슈퍼컬렉터임에 분명하지만 시작은 소박했다. 갤러리에서 판매하고 있던 앤디 워홀의 100달러짜리 ‘캠벨수프’ 포스터에도 벌벌 떨던 그의 첫 컬렉션은 1970년 피카소의 리도그래피(석판화)로 알려져 있다.
그가 미술작품 수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지인의 집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집안 구석구석 걸려있는 많은 작품에 놀란 건 물론이고, 지인의 대화에서 풍기는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예술을 기꺼이 즐기며 사는 모습을 보고 매료됐다. 훗날 그는 진정한 부자는 큰 차와 좋은 집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노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작품을 소장하는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한 브로드는 1973년부터 본격적으로 컬렉션을 시작한다. 반 고흐의 드로잉 작품부터 호안 미로, 마티스 등 잘 알려진 대가들의 작품으로 안정적인 초기 컬렉션을 구성한다. 그 후 학습을 해나가면서 자신만의 개성있는 소장 컨셉을 갖기 위해 노력했고, 아프리카 미술이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동시대 작가들의 페인팅 작품에도 관심을 보인다.
그가 즐겨 쓰는 단어는 ‘Unreasonable(비합리적)’인데, 그에 걸맞게 독특하고 저평가된 작가를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대표적으로는 뉴욕의 거리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다. 무명시절 바스키아의 작품 13점을 매입했는데 지금은 수십, 수백억을 호가하니 그의 안목이 빛나는 순간이다.
브로드는 제프 쿤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개인컬렉터로도 유명하다. 초기 작품인 ‘토끼(Rabbit)’를 비롯해 ‘튤립(Tulips)’, ‘풍선개(Ballon Dog)’ 등의 대표작을 소장하고 있다. 또 127점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의 사진작가 신디 셔먼 작품 또한 브로드 컬렉션의 핵심이다. 1982년 셔먼의 초기작 ‘Untitled-Film Still’ 시리즈 13점을 매입했는데, 현재 그녀의 작품은 부르는 게 값이다.
미국의 사진작가 신디 셔먼 작품 또한 브로드 컬렉션의 핵심이다. 셔먼의 초기작 ‘Untitled-Film Still’ 시리즈 작품은 현재 부르는 게 값이다. Untitled Film Still #07, Cindy Sherman, 1978, gelatin silver print<사진=www.thebroad.org>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하는 세계 10대 아트컬렉터
“대통령은 없어도 되지만 일라이 없으면 안 된다.”
LA 문화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세계 최고의 슈퍼컬렉터일 뿐만 아니라 과학, 의료, 교육 분야에도 수십억달러의 도네이션을 하는 자선사업가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브로드가 현재 63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200위 안에 드는 갑부라고 발표했다.
그런 그가 2015년 81세의 나이에 3억달러를 들여 자신의 이름을 딴 브로드 미술관(The Broad)을 지었다. 브로드 미술관은 LA현대미술관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 있는 그랜드 애비뉴에 자리잡는다. 그는 LA현대미술관의 후원자이자 이사로 있을 때부터 미술관 운영에 관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미술관은 큐레이션보다는 소장품을 소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많은 관객이 찾을 수 있는 대형전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등이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솔직히 너무 어둡습니다. 우리는 박물관에 가 본적이 없는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싶었습니다.”
©중기이코노미미술관(The Broad)을 개관하며 은발의 신사 브로드가 한 말이다. 80이 넘은 나이임에도 쉼 없이 기부할 곳과 나눔을 전파할 곳을 찾아다니는 그는 자선이 바로 행복이라는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나도 10달러부터 시작했어요. 몇 천만달러를 기부하는 지금이나 행복의 느낌은 다르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나누려는 마음이죠.”
미술관 오프닝에서 일라이 브로드는 남은 생의 모든 에너지를 자선사업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김현성 아트브런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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