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경제성장으로만 판단해선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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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4차 산업혁명을 경제성장으로만 판단해선 위험 대선주자들 장밋빛 약속…이면의 ‘노동소외’ 극복방안 제시해야

기사입력2017-02-10 11:26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사람없는 공장에서 컴퓨터 제어만으로 물건을 만들고, 드론이 알아서 소비자가 있는 곳까지 배달하는 시스템. 스마트폰 하나로 건강을 체크하고, 집안 청소와 요리까지도 로봇이 도맡아 하는 사회. 영화에서 종종 소개되는 미래의 모습이 우리 곁에 성큼 와 있다고 한다.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 즉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판단도 하기 전에 무섭게 밀려들고 있다. 차세대 산업혁명은 날마다 마주하는 현실이 됐지만,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정치권에서도 4차 산업혁명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향후 이어질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들 모두 하나같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같은 당 안희정 충남지사도 국가의 연구개발과 교육·대학정책의 혁신을 강조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과학자와 토론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대선출마 자체가 논란이 있는 현재 권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최근 경제인문사회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판단도 하기 전에 무섭게 밀려들고 있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4차 산업혁명을 경제성장의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이렇게 장밋빛 미래로만 봐도 될까 의문이 생긴다. 기술발전과 산업발달의 1차적인 동력은 기업의 이윤추구다. 기계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 정보통신과 결합된 융합기술이 노동자의 일자리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면, 노동자에게는 ‘노동해방’이 아니라 ‘노동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노동소외는 빈곤의 나락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기술발전이 일자리를 빼앗는 ‘역설’은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아파트에 CCTV가 구석구석 설치되면서 관리인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입출금을 기계로 할 수 있는 은행에서는 은행원이 감축되고, 예매와 발권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철도역사에서 고용은 해마다 줄어든다. 4차 산업혁명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의사와 기자의 일을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다고 한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택시·버스 기사도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이 올수도 있다. 택배기사의 일이 드론으로 대체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 국가와 사회를 어떤 모습으로 바꿀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물론 예단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인공지능 그리고 첨단화된 기계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한다고 경제가 성장하고, 그 과실을 모든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인건비 지출이 없는 ‘노동’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겠지만,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나 대다수의 국민은 생존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 4차 산업혁명을 단지 국가의 미래를 열어줄 성장동력만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는 얘기다. 기업만 돈을 벌고, 국가 전체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4차 산업혁명이 무슨 소용인가.

그러나 싫든 좋든 4차 산업혁명은 진행형이다. 기업의 이윤추구 속성상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더 거세지고, 그 물살 또한 빨라질 것이다.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성장동력에만 힘을 보탤 것이 아니라, 노동의 소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빈부격차가 심한 대한민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양극화를 고착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기업만을 위한 잔칫상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