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빛을 잘 찾아서 가고 있는 걸까?”…빛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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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그 빛을 잘 찾아서 가고 있는 걸까?”…빛의 앙상블 [그림을 읽다:Artist] <64>주은희 작가

기사입력2017-02-19 09:38

이유미 객원 기자 (kissgallery@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나의 작업 속에서 빛은 화면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빛깔을 나타내는 의미를 넘어 사람들이 마음 속 안에 품고 있는 희망과 바람을 암시하고 있다.

The light of daily life1, Oil on canvas, 116.7x80cm, 2015

나는 하루 중에서 기억되는 한 순간의 빛을 형상화 한다. 새벽의 어둠을 조금씩 지워나가는 상쾌한 빛이나 오후의 나른한 빛 그리고 해질녘 어둠이 스며드는 도시 속의 수많은 빛들이 그것들이다. 이 잠깐의 순간은 나에게 일상의 쳇바퀴를 잊고 ‘그 빛을 잘 찾아서 따라가고 있는 걸까? 혹은 그 길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자문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나의 작업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붓이 아닌 손가락을 이용한 페인팅(finger painting)은 이러한 빛의 느낌의 표현을 가장 잘 나타내어준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기법은 외곽선을 흐트러지게 하며 직선에서 곡선이 되기도 하고 손의 힘과 속도 등에 따라서 매번 다른 선과 면이 나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물의 외곽선은 배경과 섞이며 마치 초점 흐린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빛의 느낌이 그러한 것 같다. 경계성 없는 모호함과 애매함 그리고 밝은 테두리는 존재하지만 정확한 형태를 띠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현대인들의 바쁨과 녹록하지 않은 현실 속에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소망’을 얘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이다. 오히려 희망을 저버리거나 정반대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온전한 나로서의 빛보다는 누구의 엄마, 딸, 아내… 등으로서의 빛이 우선순위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하루하루의 고단함에 이러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나는 작업을 통해 빛을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Tres belle, Oil on canvas, 162x130cm, 2015

보석처럼 반짝이는 가로등과 자동차의 후미등처럼 나의 마음속에 있는 빛을 찾을 수 있는 한 순간을 하루 중 잠시라도 느껴보길 기대해본다.(작가노트 중)

해질녘 보랏빛 하늘, 자동차 후미등…일상의 풍경에 매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의 겨울. 아내와 함께 파리에 갔었다. 그리고 아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파리 시내의 미술관들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그리고 흡사 유인원의 이름 같기도 한 오랑주리.

가본 이는 물론이거니와 가보지 않은 이들도 풍문을 들어서 알리라. 위의 이름들이 얼마나 숭고하고 방대한 가치를 지녔는가를. 패기만만하던 20대, 여자 친구와 방문했던 파리(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아내는 아니다)를 17년 만에 다시 찾은 40대의 나. 그리고 20대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지없이 40대의 나 역시 그 엄청난 미술품들에 압도당했다. 시간을 뛰어 넘어 나를 압도케 한 그것은 그 어떤 회화도 조형물도 유물도 아니었으며, 그것들이 지닌 예술적, 역사적, 문화인류학적 가치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바로 방대한 미술품의 양이었다. ‘아~ 뭐가 이렇게 많냐?’

Moment1, 162.1x130.3cm, Oil on canvas, 2016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은 두 명의 장항준에게, 2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진실이었다. 그렇게 며칠째 일방적으로 압도당하기만 하던 어느 날. 그로기 상태의 나를 벅차면서도 묘한 감흥에 빠져 들게 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오랑주리 미술관을 나서던 내 앞에 펼쳐진 것들. 금방이라도 세느강을 범람시킬 듯 퍼붓던 소나기가 그친 해질녘의 보랏빛 하늘, 먼지 수북한 상자에서 이제 막 세상 밖으로 꺼내진 보석처럼 빛나는 가로등 불빛, 크고 작은 자동차들의 볼품없는 뒤태를 매혹적으로 뒤바꾼 새빠알간 후미등.

이 모든 것들이 물기를 잔뜩 머금은 파리를 화려하면서도 소박하게 빛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세계 최고의 미술작품들을 제쳐두고, 당시 파리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기억조차 없는 일상의 풍경에 매료되고 만 것이다.

2015년 여름.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주은희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문득 떠오른 것은 그날 오랑주리 앞에서 본 풍경이었다. 따뜻하면서도 강렬하고, 희미하면서도 선명하며,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광선의 앙상블. 디지털 속도 경쟁의 능선에 주저앉은 채, 가쁜 숨을 고르는 우리에게 그 빛의 앙상블이 주는 것은 소박한 위안과 희망이리라. 그 위안과 희망의 온기를 손가락 끝에 담아, 캔버스에 전하는 주은희 작가. 그녀가 나에게 보여주는 도시의 불빛이… 난 아주 마음에 든다. 아주.(장항준 영화감독)[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

Artist Profile-주은희

2002 동덕여자대학교 미술학부 회화과 졸업

2007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서양화과 졸업

2012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출강

개인전

2016 제7회 MOMENT전(갤러리 아트유저)

2015 제6회 ‘일상의 빛, 도시’전(가나아트 스페이스)

2012 제5회 A Strange Serenity 전(화봉 갤러리)

2009 제4회 신진작가 초대 개인전(갤러리 도올)

2008 제3회 선발 신진작가 개인전(갤러리 쿤스트라움)

2007 제2회 갤러리 숲 초대개인전 ‘낯설게 하기’(갤러리 숲)/제1회 ‘낯설게 하기’(동덕아트 갤러리)

단체전

2016 아트 쇼핑전(갤러리 토스트)/AFFORDABLE ART FAIR(동대문 디자인 플라자)/Emerging Artist Contest(SOAF, 코엑스)/The Illusion of Mind (KIMI ART 갤러리)/화랑미술제(코엑스, 갤러리 박영)/201 핑크아트페어(PAFS)(JW메리엇트 호텔)/‘The SHIFT’전(갤러리 박영)

2015 갤러리 박영과 빅이슈코리아의 특별 기획전 ‘BIG FAMILY 100’(갤러리 박영)/‘和. 華. 그리고 畵’ 展(송암 아트리움)

2013 프린트베이커리 작품 원화전(롯대백화점 광복점)/Day by Day전(서울아산병원)

2012 ART OF INTERIOR(현대백화점 토파즈홀)/미술대학 교수교류전(공평아트센터)/KCAF (예술의전당)/best_mate전 (비앤빛갤러리)

2011 유어 인천전(인천아트플랫폼)/작은것의 미학전(갤러리 아트유저)/서울옥션 캘린더전(호림아트센터)/매일경제 Show me the M전(더페이지 갤러리)/Freshness of Vision전(갤러리 아트힐)/Spring Story 기획전(박영덕 화랑)/New Wave Artist 기획 공모전(갤러리 두루)/KCAF 공모 당선전(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생활의 발견전(부평아트센터)

2010 신진 작가 공모 2인전(사비니 갤러리)/신진작가 공모전 \'새로운 도약전\'(청작 화랑)/세가지 색 이야기\'(갤러리 엑스포)/신진작가 기획전(작은공간 나무)/2009 개관기념 신진작가 초대전(갤러리장)/동원전(서울 보증보험)

2008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인천학생문화센터)/Korea Young Women\'s Contemporary Art(중국, Raab gallery)/항주중국미술학원 교류전(중국, 항주미술학원)/Hello Sapporo-일본 교류전(일본, 삿포로 Continental gallery)

2007 동덕여자대학교 동문전‘꽃과 자연전’(동덕아트 갤러리)/러시아, 한국미술 HUBART전(러시아, 상트뻬테르부르크, 레핀예술대 미술관)/선발 신진작가 그룹전(갤러리 쿤스트라움)/대한민국 남부현대 미술제 초대전(울산문화예술회관)/‘인사동 사람들’전(라메르갤러리)/중국 교류 초대전(북경, 공화랑)

2006 경향미술대전 입선(경향갤러리)/관악미술대전 특선(안양예술회관)/21C ART Festival 초대전(단원예술회관)/목화전(세종문화회관)/대한민국 청년 미술제(세종문화 회관)/KOREA CONTEMPORARY ART(네덜란드, Covalenco gallery)/대한민국 청년 작가 조망전(세종문화 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