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맛 한번 보실래요”…나만의 볼펜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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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손 맛 한번 보실래요”…나만의 볼펜을 만든다 소비자와 만나는 ‘색다른’ 아날로그 감성 공간 ‘모나미 컨셉스토어’

기사입력2017-02-26 13:4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언제부턴가 펜을 잡는 일이 어색해졌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자판이 오히려 더 익숙하다. 업무적인 글쓰기가 아닌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개인적인 글쓰기를 할 때는 새롭고 예쁜 폰트로 개성있는 페이지를 만들어 볼려고도 한다. 하지만 종이에 손으로 꾹꾹 눌러쓴 손글씨 만큼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필기수단이 있을까.

모나미 ‘컨셉스토어’는 단순히 볼펜을 판매하는 판매점이 아니다. 소비자가 필기구의 손맛을 느끼고 개성있는 볼펜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형 문구스토어다. 사진은 중기이코노미가 찾은 모나미 컨셉스토어 홍대점. ©중기이코노미

우리 사회가 디지털화되면서 사람들은 종이와 연필의 시대는 지났다고 했지만, 오히려 필기구 마니아들이 늘고 있는 요즘이다. 만년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호회가 오래전 생겨났고, 만년필 연구소도 만들어겼다. 서점가에서는 손글씨 교본들과 캘리그라피 서적들이 쉽게 눈에 띈다. 좋은 글을 베껴 적으며, 마음의 위안을 받고 사유의 시간을 갖도록 해주는 필사서적들도 인기다. 광고 등에 쓰이는 예쁜글쓰기 POP와 어른들을 위한 색칠하기 ‘컬러링북’ 등에 대한 관심도 손끝으로 느끼는 아날로그 감성 때문일 것이다.

직접 만들며 필기구 ‘손맛’ 체험하는 ‘컨셉스토어’

오랫동안 문구브랜드로 사랑을 받아 온 모나미의 ‘컨셉스토어’는 단순히 볼펜을 판매하는 판매점이 아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운 소비자가 필기구의 손맛을 느끼고, 개성있는 볼펜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형 문구스토어다.

컨셉스토어에서는 방문객이 볼펜의 색과 디자인 등을 선택해 직접 만들어보는 DIY코너가 가장 인기다. ©중기이코노미

프랑스어로 ‘나의 친구’라는 뜻의 모나미는 1960년 회화구류를 생산하는 광신화학공업에서 시작해 1963년 1월 국내 최초의 볼펜인 ‘모나미153’을 출시했다.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손에 쥐어보았을 모나미 153은 50여년간 전세계에서 약 36억 자루나 팔렸다.

2015년 11월 처음 서울 홍대점 문을 연 모나미 컨셉스토어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자, 바로 이듬해 3월 동대문DDP점 그리고 연이어 6월 에버랜드점을 연다. 홍대점은 펜의 이야기가 아닌 펜이 쓰이는 ‘종이(paper)’를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방문자 스스로가 펜이 돼 컨셉스토어라는 노트의 한 페이지를 경험하고 기록하며 추억을 나누는 공간이다. 모나미의 문구류도 판매를 하지만, 모나미 153 브랜드를 콘셉트로 한 무스토이(아무것도 그려져있지 않은 도자기 인형), 에코백, 파우치 등을 구매하면 즉석에서 데코마카와 유성매직 등을 활용해 개성있게 꾸밀 수 있도록 했다.

동대문 DDP점은 종이에 기록된 것들을 모은 ‘다이어리’ 콘셉트로 꾸며졌다. 용인 에버랜드점은 ‘꿈의공장’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놀이공원 특성을 살려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다. 매장 내부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이 다양한 볼펜이 만들어지는 공장의 형태를 위트 있게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2000원을 추가하면 이름과 원하는 문구 등을 새겨 넣을 수도 있다. ©중기이코노미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채널…아날로그 감성 공간

오래전부터 국민 문구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기에 모나미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TV광고 등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대신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색다른’ 채널인 컨셉스토어를 기획했다.

컨셉스토어에서는 153 DIY 볼펜과 가죽필통, 모나미 마커펜 등을 판매한다. 그 중에서도 방문객이 볼펜의 색과 디자인 등을 선택해 직접 만들어보는 DIY코너가 가장 인기다. 펜대, 스프링, 색색의 펜심 등으로 이뤄진 DIY 코너에서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나만의 볼펜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가격은 500원. 2000원을 추가하면 이름과 원하는 글귀 등을 새겨 넣을 수도 있다.

‘다이어리’ 콘셉트로 디자인한 모나미 컨셉스토어 DDP점(사진 위)과, ‘꿈의공장’ 콘셉트로 디자인한 에버랜드점<사진=모나미>

컨셉스토어에서는 모나미의 신제품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도 있다. ‘153블랙앤화이트’, ‘153ID지오메트릭’ 등 세련된 디자인의 프리미엄 제품들은 이름을 새겨 넣어 선물하기 안성맞춤이다. 지난 23일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신제품 ‘153골드’는 엘로우·로즈·화이트 골드로 도급한 3가지 색상의 1만개 한정 스페셜 에디션이다. 153골드는 스몰럭셔리(작은사치)를 추구하는 고객층을 겨냥했다.

모나미 마케팅팀 관계자는 “모나미 컨셉스토어는 모나미 하면 ‘153’을 떠올리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워진 모나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1960년부터 지켜온 필기구의 본질을 잊지 않고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