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입술, 말…대화의 즐거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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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눈, 입술, 말…대화의 즐거움 표현 [그림을 읽다:Artist] <65>지히 작가

기사입력2017-03-10 13:37

이유미 객원 기자 (kissgallery@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사람들 162x130cm acrylic on panel 2016<제공=예술만세>

디지털 대화 덕분에 만나서 소요되는 시간 대신 혼자 있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점차 고립되고 있고, 직접 마주앉아 대화하는 상황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이 주는 인간적 아름다움이 상실되어가고 있다. 나는 작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스쳐지나가 쉽게 잊히곤 했던 대화의 온기를 기억하고 그 중요성을 알며 또 다른 대화로 확장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작가노트 중)

지히 작가는 작품에서 메타언어를 주요 소재로 조형 언어화하고 있다. 언어학자가 언어의 구성요소를 분절해 정의하듯, 그는 대화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몇 가지 메타언어적 요소들 - 눈, 입술, 눈동자, 말 등과 같은 행위들을 분절하고 기호화 하여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통용되는 언어, 수학, 음악 등 다양한 일반적 기호들과 매치시켜 대화 발생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 상황은 대화 나누기 혹은 다양한 개인의 취향들로 이어져 나가는 대화와 같이 어찌보면 대화의 상황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관계와 같은 심리적 탐구를 그 기반으로 한다.

Play44 40.9x31.8cm oilpastel on panel 2017<제공=예술만세>

이와 같은 대화 기호들의 배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역시 2차적 상상력을 유발하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인간과 기계 문명 사이에서 발생하는 메타언어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그 중 예술은 이를 표현하기에 서정적이고 함축적인 도구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앙리 르페브르가 언급했듯 도시를 이루는 리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구현할 수 있는 하나의 음계인 것이다.

지히의 작업은 오늘날 점차 사라져가는 인간애에 대한 마음을 기반으로 하며 인간과 기계문명 사이의 간극이 가져오는 현대성의 일면을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업들로 하여금 그 간극이 좁아지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의도를 담은 조형 언어들의 이야기만큼 그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울림들이 지속되길 바란다.(김태현 미술평론가, 작품론 중 발췌)

거짓말쟁이들 73x91cm oilpastel on panel 2016<제공=예술만세>

조형이란 결국 형식미와 미적 태도의 문제다.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경우 언어는 비교적 공고해진다. 그렇다고 그 결과물이 반드시 공감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거개의 예술이 그러하듯 공감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각적 수용보다 마음이 앞설 때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이것은 지각에 우선하며, 거추장스러운 내레이션을 요구하지 않는다.

지히 작가의 작업은 어떤 면에서 익숙한 대화를 재생산함으로써 언어 뒷면에 감춰진 느낌과 감정을 파악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전달해야 할 것이지만 전달되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것들의 연장이고, 고립된 채 발견되지 못한 것의 발견을 통해 삶의 지층을 덮고 있는 다양한 생각거리에 대한 시도다.

그의 그림이 가리키는 것은 ‘실제적 대화를 통한 감정의 진득한 교류’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감정의 진득한 교류라는 부분이고, 그것의 참다움은 실제적인 것과 ‘행간’이라는 두 축으로 이뤄진다.(홍경한 미술평론가, ‘대화와 감정의 함수, 이미지 뒤에 감춰진 행간 읽기’ 평론 중 발췌)[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