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짧고 유행 민감한 제품 ‘中 실용신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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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중국 수명 짧고 유행 민감한 제품 ‘中 실용신안’ 검토 특허보다 권리기간 짧지만 유용…중국 지식재산권 ‘전리권’

기사입력2017-04-03 20:11

#1. 디스플레이장비 업계 선두인 국내 A기업은 중국 진출을 앞두고 사전에 중국 내 특허를 획득했다. 혹시 모를 지재권 분쟁에 대비, 자사의 핵심특허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진출 후 A기업의 경쟁사였던 중국 B사가 A사의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B기업이 A기업의 핵심특허로 제품을 만들어 이에 대한 실용신안권을 선점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의 실용신안은 특허에 비해 등록비용이 저렴하고 심사기간은 짧지만 권리는 동일하다. 이에따라 기업 대다수가 특허보다 실용신안을 활용한다. A기업은 이를 알지 못했다.

A사는 적지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의신청과 소송 등을 진행했고, 특허가 유효하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쟁사들은 일반 개인을 청구인으로 해 특정기술 1~2개씩 바꾼 제품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A기업은 소송에 드는 막대한 비용에 부담을 느껴 무효심판 대응을 포기했고, 결국 특허는 무효화됐다.

#2. 2010년 스마트폰 터치장갑을 개발한 C기업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중국진출을 계획했다. 그 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 실용신안을 취득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3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돼 실용신안을 등록하지 않고 중국에 진출했다. C기업의 제품은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적으로 오픈마켓에 자리 잡았다. 해당제품은 하루 2000~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던 어느날 C기업은 오픈마켓으로부터 특허권리 침해경고장을 받았다. 알고보니 서너 개의 중국기업과 개인이 동시 다발적으로 자신이 스마트폰 터치장갑의 ‘실용신안특허 권리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오픈마켓은 지재권 문제를 거론하며 일방적으로 판매계약을 해지하고 C기업의 판매아이디를 삭제했다. C기업은 뒤늦게 회사 법무팀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막대한 시간적·금전적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중국에서 철수해야 했다.

한·중 FTA와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면서 양국 간 지식재산권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이 발표한 ‘해외 지재권 분쟁 실태조사’를 보면, 2014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발생한 해외 지재권 분쟁 235건 가운데 86건(36.3%)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의 피해는 70건(81.3%)에 이른다. 전담인력을 두고 지재권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지재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향후 FTA로 인한 시장 확대가 예상돼 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허’ 대신 저렴하고 심사기간 짧은 ‘실용신안’ 유리

중국은 지재권 운영체계가 한국과 다르다. 한국의 경우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을 각각 독립된 법체계로 보호를 한다. 하지만 중국은 발명, 실용신안, 디자인이 전리법(专利法)이라는 단일 법체계로 묶여 있다.

눈여겨 볼 것이 실용신안이다. 발명전리(특허)와 비교하면, 등록에 드는 비용이 저렴하고 심사기간이 짧아 권리자가 쉽게 권리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발명전리의 경우 최초 등록에서 출원까지 건당 평균 4350위안(약 76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실용신안은 1100위안(약 19만원)이면 가능하다. 제품에 대한 실질심사를 하지 않아 약 4.3개월이면 권리를 획득할 수 있다. 발명전리는 통상 22개월이 걸린다. 아울러 침해가 인정되면 특허와 동등한 수준의 침해배상금 청구가 가능하다.

중국 실용신안의 특징

<자료=우리 기업의 해외 지재권 분쟁 실태조사 보고서> ©중기이코노미

특허에 비해 진보성(선행제품과 비교해 특출한 실질적인 특징과 진보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기준이 낮은 탓이다. 등록하는 순간부터 별도의 절차없이 바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기업과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실용신안 출원이 급속히 늘고 있다. 2014년 기준 유효 실용신안권은 223만건이며 이 가운데 3009건은 일본기업이, 1705건은 미국기업이 출원했다.

단 특허의 경우 출원일로부터 20년간 권리를 보장하나, 실용신안은 절반인 10년만 보장한다. 또 물품 형상, 구조, 결합만 보호하기 때문에 제조방법이나 기술을 보호 받으려면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 따라서 방법, 물질, 분자구조, 컴퓨터 프로그램 등은 실용신안 출원 대상이 아니다.

中 진출 전 특허조사 필수…지재권 침해 당하면 협상부터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이라면 자유실시 기술분석(FTO)을 통해 중국내 관련 특허나 실용신안의 등록 여부와 지재권 침해 여부 등을 사전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제품 및 기술에 대한 보호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FTO를 통해 전문가로부터 특허 비침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두면, 특허의 고의 침해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해 고의성이 없음을 증명할 수 있다.

최초 판매·생산 제품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공증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실용신안의 무심사제도를 이용해 한국기업 제품에 대해 악의적으로 실용신안권을 획득,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공정을 실시하는 경우 공증을 받아두면 권리 선점에 대한 실증적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특허무효소송과 관련 선행특허문헌 외에도 제품 설명서, 매뉴얼, 논문, 잡지 등과 같은 비특허문헌 및 실사용 증거도 인정하고 있어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할수록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중기이코노미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제품이나 기술의 특성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예컨대 실용신안 권리보호기간은 10년으로 특허의 20년보다 짧지만 기술사이클이 짧은 제품, 유행에 민감한 제품의 경우 실용신안만으로 충분히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시장 수명이나 경쟁자 출현 등을 예상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면, 실용신안과 특허를 이중출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은 동일 제품에 대해 실용신안과 특허를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에 두가지 지재권을 동시에 출원하고, 실용신안을 먼저 행사한 후 특허 등록이 되면 특허권을 행사하는 전략이다.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출원해야 한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 지재권 침해를 당한 경우에는 즉시 소송 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소송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기업에도 피해이기 때문이다.

협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중국 정부의 권리구제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 행정보호와 사법보호를 통해 이중으로 지재권을 보호하는 ‘쌍궈제’가 대표적이다. 등록 지재권에 대한 중국기업의 침해행위가 일어난 경우, 직접 법원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해당업무 담당 행정기관에 침해자의 행정제재도 청구할 수 있다. 행정보호를 활용하면 심리, 결정, 단속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등의 전리권에 대한 단속은 실효성이 높지 않다. 사법보호는 강제집행 권한이 있어 사건의 최종적인 해결수단이지만,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또 최종판결까지의 시간도 오래 걸린다.

모든 수단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소송을 통해 지재권 침해를 구제받는 수 밖에 없다. 지방보호주의가 강해 지재권 전문 1심법원을 이용하는게 용이하다. 중국은 2014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지재권 전문 1심법원을 설립해 지재권자 권리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해당도시의 경우 법규격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권리 침해에 대한 처벌수위가 높다. 반면 기타 중소도시, 특히 침해품을 제조하는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처벌 강도가 약한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