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소상공 카드수수료만 내린 카드사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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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영세소상공 카드수수료만 내린 카드사 꼼수” 중소가맹점 80%인데 카드사 수익 챙겨…전국마트연합회 김성민회장

기사입력2017-04-10 08:2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동네슈퍼마켓을 몰아내고 골목골목 자리잡은 편의점 그리고 대기업의 대형마트가 유통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유통업계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중소형업체들이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대기업 자본에 밀렸던 중소형마트들이 최근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전국마트연합회 김성민 회장은 1차식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개인마트 사업자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한다.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유통인으로서 보람이자 사명’이라는 전국마트연합회 김성민 회장. ©중기이코노미

대기업 SSM(기업형슈퍼마켓) 등을 제외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30평 이상 중소형마트는 전국에 5만여개가 있고, 이곳에서 50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구멍가게부터 시작해 가게를 키워온 사람들이다.

김 회장도 그랬다. 일찍 부친을 여의고, 김 회장은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왔다. 작은 과일과게를 시작하면서 산지에서 과일을 수급해 판매하고, 도매시장에 유통을 하며 더 큰 가게를 만들겠다는 꿈을 꿨다. 하지만 날씨에 민감한 과일인 탓에, 밭을 통째로 계약했던 곳이 2년 연속 태풍으로 손실을 입으며 주저앉아야 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는 다시 서울 은평구 연신내 역 앞에서 과일 노점을 시작했다. ‘좋은 과일 싸게 파는 것’이 그가 가진 경영재산이었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20평 작은 가게를 다시 열었고, 또 3년 후에는 40평대 작은 마트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은평구에 300평대 마트를 운영하며 2호점도 낸 ‘푸르네마트’ 사장이다.

동네에서 쌓은 신뢰…발로 뛰어 얻은 품질·가격 경쟁력

김성민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푸르네마트 1호점. ©중기이코노미

“동네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먼저 주는 것, 한번이 아니라 변함없이 먼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고객들도 알아주더군요. 사업하는 분들 중에는 나무를 심어 빨리 열매를 따려고 하는 급한 마음 때문에 잘 안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정성을 쏟아 열매가 건강하게 열리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열정·스피드·끈기’ 그것이 장사의 왕도라고 했다. 처음엔 잘 하다가 중간에 하락곡선을 그린다면 먼저 나누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동네마트 사장들은 직접 발로 뛰며 물건을 구해옵니다. 산지가 됐든 도매시장이 됐든, 그때그때 시세에 맞게 좋은 상품을 빠르게 구해올 수 있죠. 그것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점입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는 대규모의 상품을 선점하기 위해 최소 몇 개월에서 1년 전에 미리 계약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없고, 중간에 벤더들을 두면 상품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공산품은 동네마트가 불리하지만 농수산축산 상품만큼은 동네마트가 더 값싸고, 품질이 더 좋은 제품을 필요한 만큼 수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임대료보다 많은 신용카드 수수료…험난한 마트 운영

하지만 동네마트 운영도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SSM은 잇달아 골목시장에 진출하고 구멍가게의 90% 이상이 대기업 편의점이 됐다.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동네슈퍼를 괴롭히는 식파라치 등등 동네마트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김 회장은 “중소상공인은 지역주민의 소비를 통해 만들어진 소득과 이윤을 다시 지역의 구매와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특히 지난해 초 신용카드사들은 영세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를 낮춘다고 발표했음에도, 연매출 3억원 이상 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오히려 연매출 대비 1.8~2.0%에서 2.5%로 올랐다. 연매출 3억원 미만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만 소폭 인하하고 생색을 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연매출 3억원 이상의 중소가맹점이 신용카드사 전체 가맹점 숫자의 80%를 넘는다고 했다. 영세소상공인의 수익을 위해 카드수수료를 낮춘 것이 아니라 신용카스사 수익을 늘리기 위해 카드수수료를 낮춘 셈이다.

“우리 같은 중소마트가 신용카드 수수료로 내는 비용이 한 달에 2500만원 정도 됩니다. 대부분 임대료와 비슷하거나 임대료보다 높은 비용을 신용카드 수수료로 내고 있죠. 체크카드의 경우도 고객의 통장에서 현금이 바로 지출되는데도 체크카드 수수료를 1.7% 내야 합니다.”

전국마트연합회 정식 출범…“값싸고 질좋은 상품 제공”

카드수수료 사건을 겪으면서 좀 더 조직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김 회장은 전국에서 중소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과 뜻을 모아 지난해 3월 전국마트연합회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매월 정규회비를 내는 정회원 300여명이 모였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회비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일반회원으로 가입했다. 일반회원은 4000여명이다.

“중소상공인은 지역주민의 소비를 통해 만들어진 소득과 이윤이 다시 지역의 구매와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의 어엿한 주체이며,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할 이유입니다.”

지난 2월 전국마트연합회 정기총회 모습.<사진=전국마트연합회>

전국마트연합회는 ▲카드수수료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단계적 접근 ▲식파라치법(식품위생법,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 검토 ▲공병회수 의무화 대응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1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 전국의 상인단체·정당들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운동 그리고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대기업 SSM 등이 진출했던 초기만 해도 동네마트는 겁을 먹고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마트를 벤치마킹 해 주차공간을 정비하고 매장환경도 바꾸고 상품구성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대형마트나 SSM을 가지 않고도 동네마트에서 편리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마트연합회는 또 공동물류 시범사업, 공동브랜드, LP상품(private label products,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개발 등 지역마트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회원사의 창업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유통종사자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종사자의 복지증진 그리고 교육연수시스템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