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키워드 ‘개량’ 주택개선 산업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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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주택정책 키워드 ‘개량’ 주택개선 산업 육성을 주거복지 연계 입주민 일자리도…차기 대통령 ‘주거복지 어젠다’㊦

기사입력2017-05-08 06:30

남상오 객원 기자 (nso911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차기 대통령의 ‘주거복지 어젠다’를 생각하며

우리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거문제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학계·전문가 영역에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급박하게 치러지는 대선이고, 북한의 핵위협과 미사일도발 등 안보이슈가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차기정부에서 보다 나은 주거정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며, 19대 대선 이후의 ‘주거복지 어젠다’를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상임대표

◇재고주택관리=앞으로 예견되는 우리나라 주택시장 이슈는 주택의 물리적 성능 개선과 수명의 연장 등 유지관리 문제다. 주택보급률이나 인구구조·경제성장률 추이로 볼 때 향후 신규주택 수요는 감소하고 거래도 축소되면서, 주택개량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22년 이후가 되면 전체 아파트 재고의 1/3 정도는 개량이 필요하다. 저성장시대, 노후공공주택에 대한 대규모 재정비 방안과 함께 재원조달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이와함께 주택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노인들이 살기 편한 구조 등으로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단독주택 개량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독주택의 보건 및 안전평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러한 주택개량사업이 국가단위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칭)국립주택개량연구원이 중앙단위에 만들어지고, 17개 광역시도별로 주택개량지방사무소가 설치돼야 한다. 주택개량사업의 중복과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주택개량사업을 통합시켜야 한다. 또 단독주택 보증체계를 개선하고, 주택개보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건설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개보수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거서비스확대=현재 전국적으로 LH의 주거복지센터 30곳, 서울시 주거복지지원센터 10곳, SH의 주거복지센터 등이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외 민간 차원의 주거복지센터가 도시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고령사회와 양극화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주거복지서비스기관 설립을 인구 30만 이상 중소도시로 확대하고, 단순 상담과 정보제공에서부터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주거복지에 종사하는 일도 공공서비스분야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들 기관의 종사자들을 정규직화하거나, 최소한 중장기(5년 이상) 기간 이상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연속적이고 질 높은 복지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택트러스트 도입=우리나라의 주거복지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국민주택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주택관련 공공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국민주택기금을 저소득층 및 무주택서민 주거안정지원이라는 기금의 목적을 감안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금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한정된 공공재원이라는 점에서 기금의 본질적인 목적에 충실하게 기금의 역할 및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시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부분, 주택구입자금은 모기지론 등 시장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은 시장실패 영역에 우선 배정하고,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서민전세자금 등 주거안정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

앞으로 예견되는 우리나라 주택시장 이슈는 주택의 물리적 성능 개선과 수명의 연장 등 유지관리 문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가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이와함께 선진국 사례를 검토해 주택트러스트(trust) 등 기부금을 활용한 주택공급 및 대출보증 지원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주택트러스트란 기부나 모금 등을 통해 취득한 재산을 신탁의 형태로 관리하면서, 그 수익을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서비스 제공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기업의 출연으로 설립된 주택트러스트가 직접적인 주택공급은 물론 모기지 대출을 보증해 주는 등 기업의 사회공헌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회공헌 규모가 2조9998억원(2012년 기준)에 이르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민주택금융재단, LH, 기업 등이 나서서 쪽방촌주거환경사업, 저소득층집수리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택트러스트제도가 주거분야에 적용될 경우, 중앙정부 의존의 획일적인 주거복지정책이 지역단위로 확대되는 등의 순기능도 있다.

◇주거복지와 일자리확대=주거복지와 연계해 시행 중인 일자리정책은 국내에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부 시행되는 것도 법률에 의하기보다 관련 공기업의 선의에 따라 추진되는 측면이 강하다. 주거복지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입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는 방안이 있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은 주거복지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거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연계한 대표적인 사례로 ‘LH시니어사원 단지관리 지원사업’을 들수 있다. LH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1만여명을 채용해 단지환경정비와 독거노인 돌봄, 시설물 순회점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방학기간중 임대단지 입주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사업인 ‘행복한밥상’ 조리사 일자리창출도 연인원 1568명에 이른다.

직접 임대아파트 입주민을 고용한 마을형 사회적기업도 있다. 2010년부터 2014년말 현재 총 32개의 마을형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졌다. SH도 입주민에게 환경관리와 취약계층돌봄 등 일자리를 제공해, 주거생활안정 및 주거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희망돌보미사업’은 2015년말 현재 5298명을 채용했고, 매년 35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임차인을 채용한 건설 사회적기업에 일감을 제공하고 있다. 건설 사회적기업의 주된 사업은 임대아파트 및 다가구주택 도배와 장판교체 등이다. 2015년말 현재 연인원 145명의 일자리창출 실적을 가지고 있다.

주거복지 관련 일자리가 지금보다 더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자족용지가 들어서게 되는 아파트형공장에 임대단지 입주민을 일정비율 이상 고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입주민 고용을 강제할 어떠한 규정도 없다. 또한 중대규모단지의 경우 자족지원시설 공급제도를 개선해 자족지원시설 용지의 일부를 주민이 실제 자족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