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 중심’ 中企 금융지원, 자금난 해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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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융자 중심’ 中企 금융지원, 자금난 해소 어렵다 英 BBB처럼 금융지원 통합하고, 자금조달 대안 프로그램 만들어야

기사입력2017-05-24 18:1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4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국내 18개 중앙부처와 17개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예산 가운데 56.1%가 금융분야 예산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금융지원 일색인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융자중심의 금융지원을 중기청을 비롯한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중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중소기업 육성사업 전체예산 16조5806억원 중 융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 8조5000억원(51.2%)이다. 중앙부처별 융자예산을 보면 중기청 5조2100억원(69.7%), 농식품부 6404억원(54.9%), 문체부 4784억원(77%), 해수부 2179억원(86%) 등이다. 지자체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융자예산이 중소기업 육성사업 예산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자본 참여 활성화되고, 대안적 금융수단 필요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연구원 이동주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자금조달 문제이고, 시중은행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경우 보증을 통한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금융부분 예산규모가 크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이어 이 선임위원은 “앞으로는 투자개념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모험자본을 투입하는 투자사업의 경우 리스크관리 등 전문성이 필요한데다, 또 정책자금을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정책자금을 조성한 취지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이 선임위원은 앞으로 민간자본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새 정부에서 중기청을 확대·신설한 중기벤처기업부로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이관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기술평가능력을 갖춘 기보에서 투자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경색 원인을 찾아 맞춤형 금융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소수 은행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자금난의 원인이다. 이에따라 산발적인 금융정책을 통합하고, 다양한 대안적 금융수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지원 ‘BBB’, 수요자 중심의 정책금융 사례

영국의 BBB(British Business Bank)의 금융지원프로그램은 수요자 중심의 정책금융 방향성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대출 낙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효율적으로 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하기 위해 BBB를 설립했다. 정부가 100% 출자한 정부은행인 BBB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통합한 것이다.

BBB의 금융지원프로그램은 ▲벤처캐피탈 프로그램(Venture capital programmes) ▲대출 프로그램(Lending programmes) ▲자본시장 중심의 신사업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벤처캐피탈 프로그램=BBB는 시장을 통해 충분히 자본을 공급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민간투자자와 함께 성장자금을 공급한다. BBB는 정부투자금 회수 후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소량의 고정금액만 취득하고 나머지는 해당 중소기업 투자에 참여한 민간투자자에게 배분함으로써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했다.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약간의 추가적 수익을 보장받는 것으로 공공부문의 이윤을 제한한 것이다.

◇대출 프로그램=대출 프로그램 중 창업자금은 창업대출회사에 투자해 이 회사가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형태로 지원한다.

또 BBB는 사업은 활발하나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의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부분보증도 제공한다. 이때 보증신청은 기업이 아니라 기업에 대출하는 은행이 BBB에 신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증을 적용할지 여부는 은행에서 기업을 평가한 후 결정하며, 기업은 은행에 보증수수료를 지불하고, 은행이 다시 BBB에 보증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이는 정책자금 중개자인 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신용분석 역량을 높이며, 정책자금을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신사업 프로그램=BBB는 금융기관 외에 비은행 금융기관을 통해 중소기업이 자금융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대안 금융프로그램을 지원한다. 100만파운드(약 17억5000만원) 이하의 대출금 취급을 주로 하는 금융회사에 투자하고, 중소기업에 직접 자금을 대출하는 대출업자에 대해서도 민간과 공동으로 투자한다.

또 실사를 통해 실적이 검증된 개인간 대출(P2P lending) 온라인 플랫폼에도 투자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채널을 확대했다. 이밖에도 소규모 자산금융업자가 발행하는 미수채권을 매입해 자본시장에 유통시킴으로써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자금조달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중소기업 금융지원의 핵심은 금융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금융공급의 확대는 정부재원의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궁극적으로 민간금융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 BBB의 사례는 정책금융의 목표가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영국의 BBB는 중소기업 대출확대를 위해 비우량 대출을 전담하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활성화했으며, 비금융 전문기관의 대안 금융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 대출특성을 고려한 전문금융기관을 육성함으로써 민간투자시장을 활성화시켰다.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직접대출 및 신·기보의 탄력적인 보증운용 등으로 경기충격이 발생할 때 적극적인 자금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장점을 발전적으로 유지하되, 정책금융 기능을 통합하고 다양한 형태의 자금조달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해지면 바로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신용절벽도 문제다. 우량 대출이 아닌 그 이하의 중금리, 중간신용그룹의 자금공급 루트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