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 응급실 가도 커피 맛을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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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쓰러져 응급실 가도 커피 맛을 포기할 수 없다” 겉보다 소비자 위해 제맛 찾는다…㈜씨즈커피코리아 임준서 대표

기사입력2017-05-31 12:5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에서 커피향에 매료돼 기술을 배우고 씨즈커피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임준서 대표. ©중기이코노미

편의점의 필수 아이템인 컵커피를 처음 개발한 ㈜씨즈커피코리아(이하 씨즈커피)는 일반 커피 가공업체보다 규모가 크다. 규모만큼 체계화된 시스템도 눈에 들어온다. 씨즈커피는 국내 최초로 1회용 향커피 시장을 개척해, 다양한 품질의 커피를 컵에 담아 소비자에게 다가가는데 성공했다. 미국 식품개발 전문회사인 FCD에서 개발한 고급원료를 주로 이용해,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매료된 커피향…커피사업으로 이어지다

미국에서 커피향에 매료돼, 기술을 배우고 씨즈커피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임준서 대표. 씨즈커피의 탄생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초 한국을 잠시 떠나 6년여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던 임 대표는 귀국 후 생활을 고민하다 지인과 함께 미국의 한 카페를 찾았다. 평소 커피를 잘 마시지 않던 임 대표지만 그날따라 커피 향에 매료됐단다. 그리고 문득 한국에도 이 맛과 향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 55세. 인생 제2막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카페인 씨즈캔디(See’s candy)를 찾게 됐죠.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는데, 일반커피보다 더 진한 향과 맛에 반해 ‘이것이다’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 자리에서 가지고 있던 현금 모두를 주고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 어렵게 기술을 배웠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에 위치한 ㈜씨즈커피코리아. ©중기이코노미

임 대표는 기술을 배워 국내로 들어왔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순간 IMF가 길을 막아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정성을 다하고 소비자를 믿으면, 그 믿음이 그대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1995년 씨즈커피를 설립한 후 20여년 만에 국내 주요 편의점에 씨즈커피의 컵커피 등을 납품하게 됐다. 2010년에는 커피 선택이 까다롭다는 러시아로 수출을 시작했고, 2014년 중국 그리고 올해는 인도네시아까지 수출을 하게된다.

맛과 가성비로 호평…“소비자를 속이지 마라”

편의점에서 씨즈커피를 접해본 소비자라면 세 번 놀란다. 첫 번째는 은은한 커피향이 가미된 맛에 놀라고, 두 번째는 저렴한 가격에 놀란다. 그리고 마지막 컵 속에 들어 있는 커피량에 놀란다.

“컵 하나에 티백이 2개가 있는 것을 본 소비자들이 말해요. 공정상 실수로 2개가 들어간 것이라고요. 아닙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게 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죠. 무거운 맛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는 2개를, 그렇지 않은 소비자는 다음에 한 번 더 마실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죠.”

무엇보다 씨즈커피가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맛’이다. 이 맛을 만들기 위해 임 대표는 응급실 신세까지 져야 했다. 제 맛을 찾기 위해 몇 날 며칠 끼니를 거르다 그만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시간이 있었기에 씨즈커피의 맛은 국내 어느 커피업체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임 대표는 자랑한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신제품 커피 맛의 판별은 임 대표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씨즈커피코리아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일회용 컵커피(위)와 스틱커피(아래) 생산과정. ©중기이코노미

씨즈커피의 또 다른 성공 이유는 소비자를 속이지 마라는 ‘정직’이다. 겉포장만 요란하게 만들어 가격만 올리면 소비자에게 부담을 준다. 겉포장에만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품질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품질이 우수하지 못하면서 겉포장만 요란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봐요. 소비자를 속이면 그 결과는 금방 나옵니다. 돈을 주고 우리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못할망정, 소비자를 속여서는 안됩니다.”

커피의 모든 것을 알수 있는 ‘커피 문화체험관’

씨즈커피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커피공장을 견학하고, 핸드로스팅 등 커피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커피 문화체험관’을 지난달 경기도 용인 본사에 열었다.

견학료 3000원을 내야하지만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최고급 원두로 만든 아메리카노 한잔이 제공되니 오히려 이득이다. 직원들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편의점 전용 컵커피 제품 생산라인 뿐만 아니라 스틱제품 자동생산라인까지 경험할 수 있다. 공장견학을 마쳤다면, 다시 카페로 돌아와 마른 목을 커피로 축여도 좋을 듯하다. 카페의 커피는 무료다.

카페를 찾는 고객에 한해, 씨즈커피가 생산하고 있는 20여종의 원컵 제품뿐만 아니라 커피 제조에 필요한 각종 주변도구까지 공장도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일반 시중가격에 비해 20% 가량 저렴하다고 한다.

5명 이상이 함께 간다면, 세련된 시설에서 커피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전문가가 강사로 나서 2시간동안 진행되는 체험에는 직접 생두를 볶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볶은 원두를 직접 핸드 그라인더로 분쇄해 ‘핸드드립’으로 만든 커피를 맛볼 수 있다.